[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6개월째 이어지면서 유가발(發) 충격이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급등이 만든 물가 도미노
전쟁 발발 직전 배럴당 62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5월 초 108~116달러까지 치솟아 40~50% 이상 급등했으며,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개전 초 갤런당 2.98달러에서 한때 4.30달러에 근접한 뒤 4월 중순까지도 주간 평균 4달러 선을 웃돌았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있던 2023년 5월 이후 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이 중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분의 40%를 차지했다.
뉴욕타임스는 107일간 이어진 전쟁으로 미국 국민이 최소 1320억달러(약 202조원)의 추가 비용을 떠안았으며, 이 중 휘발유·경유 구입 부담만 600억달러, 가구당 평균 460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물가도 4년 만의 최대 폭 상승
국가데이터처(통계청) 집계 결과 한국의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라 2023년 12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석유류 가격이 24.7% 급등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반인 2022년 7월 이후 거의 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휘발유는 23.1%, 경유는 33.7%, 등유는 23.1% 올랐고, 석유류만으로 전체 물가를 0.93%포인트 끌어올렸다. 앞서 개전 직후인 3월에는 석유류가 9.9%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밀어 올렸는데,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물가 상승률이 1%대에 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종전 논의가 오가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최근 5일간 국내 휘발유·경유 소매가가 리터당 72~73원씩 떨어지는 등 숨통이 트이는 모습도 감지된다.
에너지 넘어 장바구니 전반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유류를 넘어 식품·서비스 물가로 번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6월 농·축·수산물 물가가 3.2% 올라 전체 물가를 0.24%포인트 끌어올렸는데, 특히 파(37.1%), 쌀(11.7%), 국산 쇠고기(7.5%), 달걀(10.3%), 조기(12%) 등 서민 밥상 물가가 큰 폭으로 뛰었고, 국제항공료(28.2%)와 해외단체여행비(24.3%)도 급등해 서비스물가를 3.4%까지 밀어올렸다.
미국에서도 가정용 식품 가격이 전월 대비 0.7% 올라 2022년 8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고, 공급 우려가 커진 커피 가격은 전년 대비 18.5% 급등했으며 항공료는 20.7% 뛰었다. S&P500 상장 기업의 약 10%가 이미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로, 항공유 급등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서는 폐업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세계 비료 물동량 상당 부분이 막히면서 농산물 생산 비용 상승을 통한 2차 인플레이션이 유가 충격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일시적 충격 아닌 구조적 인플레" 우려 확산
이코노미스트들은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물가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JP모건은 최근 전쟁 재개 국면에서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지 않은 이유로 중국의 비축유 방출과 글로벌 수요 둔화를 꼽았지만, 한 경제 분석 보고서는 올해 헤드라인 CPI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기존 3.8%에서 4.4%로 0.6%포인트 상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는 이번 충격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공급 충격이며, 유가 급등·인플레 재점화·성장률 하향이라는 삼중고가 겹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연준 인사는 3월 CPI에서 에너지 부문이 10.8% 급등했고,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은 18.9%, 디젤유 가격은 44.2% 폭등한 점을 근거로 근원 물가상승률도 3%대 초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종전 협상이 진전되며 국제유가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가을 수확기 식품 가격과 비료 공급망 회복 지연 등 2차 파급 효과가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결국 관건은 유가 안정 속도가 이미 오른 원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한 기업들의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 여부이며, 이는 하반기 각국 통화당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