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두산이 31일 이사회를 열고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2조 3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주식 수는 4732만 2350주이며 처분예정일자는 2027년 1월 31일로, 매매대금은 향후 조정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7개월 진통 끝 봉인된 빅딜
이번 계약은 지난해 12월 17일 두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약 7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은 결과다. 당초 업계는 올 상반기 본 계약 체결을 예상했으나 기업가치 변동 등의 변수로 일정이 계속 밀렸고, 이르면 31일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지 나흘 만에 실제 계약이 이뤄졌다.
애초 시장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보유한 나머지 지분 29.4%까지 포함해 지분 100%를 약 5조원에 인수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이번 SPA는 SK㈜ 보유분 70.6%, 2조 3000억원 규모로 마무리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처음 거론됐던 1조 5000억원 안팎의 매각가 추정치보다는 크게 뛴 수치다.
SK㈜는 처분 목적에 대해 "재무 건전성 제고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원 확보"라고 밝혔다. SK㈜는 2017년 LG그룹 계열 LG실트론 지분 51%와 재무적 투자자 지분 19.6% 등 총 70.6%를 약 7900억원에 인수한 바 있어, 9년 만에 지분가치가 약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국내 유일 웨이퍼 기업, 몸값의 근거
1983년 설립된 SK실트론은 300mm(12인치)와 200mm(8인치) 반도체용 실리콘(Si)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웨이퍼 제조사다. 지난해 매출은 약 2조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3년 연속 연 매출 2조원대를 유지하며 알짜 사업임을 입증했다. 특히 12인치 웨이퍼는 글로벌 시장 톱3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삼성전자·TSMC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SK실트론을 포함해 신에츠화학, 섬코, 글로벌웨이퍼스, 실트로닉 등 5개사가 전체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고도의 과점 구조다. SEMI(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세계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35억 7300만 제곱인치로 전년 동기 대비 7.4%, 전 분기 대비 9.1% 증가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2032년까지 연평균 7%대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번 인수 논리의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두산의 반도체 삼각편대, 전공정까지 완성
두산은 2022년 3월 국내 1위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지난해 매출 3039억원)를 인수하며 반도체 후공정(Back-End) 사업에 발을 들였고, 이번 SK실트론 인수로 전공정(Front-End) 웨이퍼 제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두산 내부 전자BG(전자소재 사업)의 지난해 연 매출이 1조 8000억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매출 2조원대의 SK실트론 편입은 두산 반도체 사업 전체 매출 규모를 단숨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두산은 실트론 웨이퍼 사업이 연평균 7%대 성장을 지속해 2031년 매출 목표를 약 3조원으로 제시했으며, 실트론을 상장하지 않고 안정적 배당 재원으로 활용해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는 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스마트 머신(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반도체·첨단소재(전자BG·두산테스나) 3대 축 가운데 반도체·첨단소재 부문을 한층 강화하는 포석이다.
실제 두산은 AI 반도체·원전·밥캣 '삼각편대' 효과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8% 늘어난 성과를 낸 바 있어, 이번 인수는 상승세를 잇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시너지 논쟁…"실속은 챙기지만 화학적 결합은 미지수"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SK실트론과 두산 기존 계열사 간 사업적 연계성이 부족해 실질적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산 전자BG는 반도체 기판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두산테스나는 파운드리가 제조를 마친 반도체의 패키징·테스트를 각각 담당하는데, 이는 웨이퍼 원재료(실리콘·잉곳) 가공이나 웨이퍼로 반도체를 직접 제조하는 소자기업과 연관이 깊은 SK실트론의 사업 특성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에너지·건설기계·반도체 3대 축의 절대적 매출 확대를 우선시해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이며, 계열사 및 투자사 간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평가했다.
한편 SK실트론은 이번 딜에 앞서 적자를 이어오던 미국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생산법인을 청산 절차에 들어갔고, OCI 지분도 전량 매각하는 등 두산과의 협상을 앞두고 리밸런싱을 가속화한 바 있다. 두산은 향후 메모리용 웨이퍼 시장에서 글로벌 톱2 달성을 목표로 하는 동시에, 신에츠화학·섬코 등 일본 2개사가 독점해온 비메모리용 웨이퍼 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를 노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