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SK하이닉스가 2018년 약 3조9,160억원을 투자했던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에서 올해 2분기에만 63조2,700억원의 투자자산 관련 이익을 거두며, 본업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60조5,426억원)마저 뛰어넘는 이변을 연출했다.
8년 전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조건 인수"를 밀어붙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이 투자 원금의 15배가 넘는 성과로 돌아온 셈이다. 약 4조원을 투자해 시작된 이 지분이 대한민국 기업 역사상 손꼽히는 대규모 재무적 성과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4조 베팅, 62조 수익으로
SK하이닉스는 2018년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해 당시 도시바메모리였던 키옥시아에 두 개의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총 3조9,160억원(약 3,950억 엔)을 투자했다. 구체적으로는 SPC1 지분에 2조6,371억원, SPC2가 발행한 전환사채에 1조2,789억원을 각각 출자하는 구조였다. 키옥시아가 2024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 상장한 뒤 AI발 낸드 수요 급증으로 주가가 폭등하면서, 6월 말 기준 시가총액 45조 엔을 돌파해 도요타를 제치고 일본 상장사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SK하이닉스의 수익은 두 갈래로 발생했다. SPC1은 지난 6월 보유 중이던 키옥시아 잔여 지분을 전량 매각해 누적 처분이익이 4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며, SPC2가 보유한 전환사채(키옥시아 지분 약 14~15%로 전환 가능)는 평가이익만으로 대규모 장부상 이익을 안겼다. 2분기 영업외손익은 62조1,700억원으로 집계됐고, 이 중 투자자산 관련 이익이 63조2,7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순이익률 118%, 사상 최대 세전이익
이 같은 영업외이익 반영으로 SK하이닉스의 2분기 세전이익은 122조7,080억원까지 불어났으며, 이는 종전 국내 상장사 분기 최고 기록이었던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58조8,280억원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법인세 비용은 28조7,8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7% 급증했고, 이는 삼성전자 1분기 법인세(11조6,000억원)의 2배가 넘는 국내 기업 역대 분기 최고액이다. 세전이익에서 법인세를 뺀 당기순이익은 93조9,226억원, 매출(79조3,187억원)을 웃돌면서 순이익률이 118%에 달하는 이례적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같은 영업외이익을 매 분기 반복될 이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SPC1의 지분 매각 처분이익은 일회성 성격이 강하고, SPC2의 평가이익은 실제 현금이 유입되지 않은 장부상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이익이 현금화되면서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전 분기보다 33조6,000억원 늘어난 88조원,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69조4,000억원까지 확대돼 재무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어닝 미스에도 지분 운용은 '고민'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권가 컨센서스(매출 82조5,800억원, 영업이익 63조1,500억원)를 각각 5.5%, 6.4% 하회하는 '어닝 미스'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에는 못 미쳤다. 여기에 최근 베인캐피털이 잔여 지분 대부분을 블록딜로 매각하면서 SK하이닉스가 사실상 키옥시아의 2대 주주로 부상한 가운데, 지분을 현금화할지 전략적 자산으로 계속 보유할지를 둘러싼 경영 판단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의 경계감 등을 고려할 때 경영권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SK하이닉스는 이른바 '꽃놀이패'를 쥔 채 다음 행보를 저울질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