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지난 7월 20일 유튜브에 오른 90초 안팎의 날씨 예보 영상 한 편이 한국 방송계와 온라인 여론을 동시에 뒤흔들었다. 날씨·공기 서비스 기업 케이웨더가 운영하는 채널 '날씨환경청'에 등장한 가상 기상캐스터 '김시아'는 실제 지상파 방송으로 오인될 만큼 정교한 완성도로 화제를 모았지만, 짧고 몸에 밀착된 의상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AI 시대 여성 재현 방식을 둘러싼 뜨거운 공방으로 확산됐다.
무엇이 문제였나
김시아는 케이웨더가 생성형 AI로 제작한 가상 캐릭터로, 영상 하단에는 'AI로 제작됐다'는 안내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22일부터 X(구 트위터) 등 SNS에서 캡처 이미지 형태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안내 문구 없이 공유되며 상당수 이용자가 실제 방송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논란의 핵심은 캐릭터의 짧고 노출이 많은 의상이었다. 온라인상에서는 "정보 전달보다 외모와 몸매를 부각한 것 같다", "AI까지 동원해 여성 기상캐스터를 소비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구시대적 이미지의 재현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부 독자들은 "이런 옷을 입혀서 만들었어야 했나"라는 반응을 전하며 정보 전달 기능보다 시각적 요소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소개했다.
AI, 이미 방송 제작의 10%대까지 침투
이번 논란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AI가 이미 한국 방송 제작 현장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방송사업자 4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방송콘텐츠 제작 전체 공정 중 AI 기술 활용 비중은 기획단계 11.1%, 제작단계 9.4%, 서비스단계 6.9%로 나타났다. 특히 종합편성·보도채널의 기획단계 AI 활용률은 38.8%에 달해 지상파(9.2%)나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10.8%)를 크게 앞섰다.
제작단계에서는 지상파가 14.4%로 가장 높은 AI 활용률을 보였으며, 자동 영상 촬영·편집, 영상특수효과(VFX), 디지털 휴먼 제작 등에 주로 쓰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흐름 속에 케이웨더와 종편 MBN은 지난 4월 차세대 날씨 콘텐츠용 AI 기상캐스터 선발 오디션을 공동 개최했고, MBC는 7월 21일부터 자사 아나운서 목소리를 본뜬 AI 음성을 라디오 뉴스에 도입했으며, TV조선은 6월 8일 AI 리포터 '아이온(AI온)'을 아침 뉴스에 투입해 뉴스 아이템 선정과 스크립트 작성, 영상 제작까지 맡기고 있다.
왜 논쟁이 확산됐나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단순한 의상 취향 문제를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AI 캐릭터 설계 과정에서 "특정 젠더 역할이나 미적 기준이 무비판적으로 재생산될 위험"을 경고했다. AI 시스템이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기존의 성차별적 편견과 미의 기준을 그대로 흡수해, 사람이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히려 검증 없이 통과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논쟁은 또한 비용 절감 논리와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 AI 앵커나 기상캐스터는 한 번 개발하면 출연료와 의상·분장비를 들이지 않고 반복 활용할 수 있어, 방송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대안이지만 동시에 인간 방송인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실제 방송과 구분되지 않는 AI 콘텐츠의 표시 의무 문제, ▲여성 캐릭터 외형 설계에 내재된 성별 고정관념 재생산 문제, ▲AI의 언론·방송 노동시장 대체 문제라는 세 갈래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