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서울 성수동이 대기업의 사옥 거점은 물론 연예인들 자산증식의 전쟁터로 변했다.
CJ올리브영이 감정가의 136%를 베팅해 '카페 쎈느' 건물을 541억원에 낙찰받으며 성수동 두 번째 부동산 깃발을 꽂은 사건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투자가 아니라 성수동이라는 상권 전체가 '자본의 각축장'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올리브영, 감정가 136% 베팅의 셈법
CJ올리브영은 성동구 성수동2가 314-2번지 토지면적 651㎡(약 197평) 규모 2층 건물 경매에 단독 입찰해 541억 5,290만원을 써냈다. 이는 감정가 395억 9,288만원 대비 136.77%에 달하는 금액으로, 평당 약 2억 7,000만원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서울역 KDB생명타워를 6,744억원에 매입한 데 이어 두 번째 직접 매입 사례다.
전국 1,370개 이상 매장을 임차 위주로 운영해온 회사의 자산운용 전략이 뚜렷하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입 건물은 인접한 초대형 매장 '올리브영N 성수'(5개 층, 약 1,400평)와 함께 K뷰티 랜드마크를 완성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해석된다.
성수동을 사들인 기업들, 숫자로 본 지형도
성수동은 이미 크래프톤, 무신사, 젠틀몬스터, SM엔터테인먼트, 클리오, 시몬스, 아모레퍼시픽 등이 잇따라 매입 경쟁을 벌인 '기업 부동산 격전지'다. 각 기업의 매입 규모와 시점을 보면 성수동 땅값의 폭발적 상승 궤적이 드러난다.
특히 젠틀몬스터 사례는 성수동 땅값 상승의 압축판이다. 2018년 평당 4,300만원에 매입한 부지 인근이 8년 만에 평당 2억 7,000만원까지 뛰어 약 6.3배의 시세 차익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2021년 이마트 성수 본사 부지 3,000평을 1조 2,200억원에 매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인근 건물을 사들여 현재 총 6~7개 필지를 보유한 '성수동 최대 큰손'으로 꼽힌다.
연예인들의 성수동 빌딩 재테크
성수동은 연예기획사와 스타들의 부동산 투자처로도 오래전부터 주목받았다. 2016년 기준 성수동에는 웰메이드예당, 큐브엔터테인먼트 등 총 29곳의 연예기획사가 몰려 있었고, 배우 원빈은 2014년 상가주택을 21억원에, 배우 권상우는 공장 부지를 80억원에, 배우 하지원은 2020년 연무장길 인근 건물을 100억원(평당 1억 2,800만원)에 매입하는 등 연예인들의 성수동 빌딩 매입이 줄을 이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배우 전지현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전지현은 지난해 9월 성수 아뜰리에길 인근 건물 2채(각 186억원, 260억원)와 사이 필지(22억원)를 총 468억원에 매입했으며,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336억원을 감안하면 대출 원금은 약 28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전지현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가치는 약 1,500억원으로 추산된다.

"강남 부럽지 않다"…성수동 점령한 스타들의 부동산 지도
전지현은 성수동 부동산 큰손 중 한 명일 뿐이다. 배우, 가수, 야구선수까지 아우르는 수십 명의 스타들이 2010년대 초반부터 성수동에 꼬마빌딩과 상가주택, 고급 주상복합을 사들이며 이 지역을 '연예인 부촌'으로 완성시켜왔다.
2009년 이승엽·권상우 등의 초기 투자가 2020년대 전지현·류수영·권은비 등 세대교체형 매입으로 이어지며, 성수동은 단순한 '연예인 거주지'에서 '스타들의 자산 증식 플랫폼'으로 진화한 셈이다.
성수동 임대료와 매물 가격이 치솟자 스타들의 투자처는 바로 옆 송정동으로도 확장되는 추세다. 고소영, 홍진영, S.E.S 출신 바다 등이 송정동에 건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 지역이 '포스트 성수동'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갤러리아 포레, '연예인 아파트'의 원조
2011년 준공된 최고급 주상복합 갤러리아 포레는 성수동 연예인 타운의 시작점으로 꼽힌다. 배우 김수현은 전용 90평 두 채와 70평 한 채를 합쳐 총 세 채를 보유해 화제가 됐으며, 가수 지드래곤은 2013년 30억원에 매입했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 배우 한예슬, 유아인, 윤두준,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정국까지 거주한 것으로 알려지며 갤러리아 포레는 명실상부한 '연예인 아파트'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숲 트리마제·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성수동 거주 스타들의 확장
갤러리아 포레 인근 서울숲 트리마제에는 손지창·오연수 부부, 최란·이충희 부부, 박준금, 김상중, 전혜빈, 서강준, 박시후, 김지석, 연우진, 가수 황치열 등이 거주 중이며,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총 688세대 중 100세대 이상이 연예인 소유로 추정된다. 전지현은 이보다 앞서 남편과 공동명의로 아크로서울포레스트를 130억원에 전액 현금 매수한 바 있으며, 이제훈·주상욱·차예련 부부·방송인 박경림 등도 같은 단지에 거주한다.
성수동 상권, 숫자로 읽는 '역대급 온도차'
성수동의 이례적 열기는 임대료·공실률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수동을 포함한 뚝섬 지역 임대료 지수(2024년 4~6월기=100)는 2026년 1~3월기 기준 소규모 매장 118.02, 중대형 매장 121.38을 기록하며 전국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성수동 연무장길 일대 평당 임대료는 5년 전보다 약 50%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상승률의 3배에 달하는 속도다. 팝업스토어용 단기 임대료는 하루 최대 2,500만~3,000만원까지 치솟았고, 이를 한 달로 환산하면 약 6억원에 이른다.
반면 공실률은 오히려 낮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2026년 기준 성수동 가두상권 공실률은 3% 미만으로, 같은 서울 내 청담동(24~27.4%)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2021년만 해도 두 상권 모두 공실률 0%였으나, 불과 5년 만에 운명이 갈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상권의 진짜 가치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 경쟁력을 가진 세입자가 만드는 유동인구"라는 관점에서 해석한다.
경제학·문화적 관점에서 본 '성수동 현상'
경제학적으로 보면 성수동은 전형적인 '공간 자본화(spatial capitalization)' 사례다. 젠틀몬스터의 6.3배 시세 차익, 올리브영의 136% 경매 베팅이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수치다. 크래프톤·무신사·올리브영처럼 콘텐츠와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들이 저평가된 준공업지역에 선제적으로 진입해 시세를 밀어올리고, 이후 후발 기업들이 감정가를 웃도는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진입하는 '선점 효과-후발 프리미엄'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문화적으로는 성수동이 'MZ세대 팝업 성지'에서 '대기업·연예인의 영구적 자산 포트폴리오'로 진화하는 이중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올리브영 사례는 단순한 매장 확보를 넘어 성수동을 K뷰티 산업의 전략적 거점으로 영구히 다지려는 중장기 부동산 포트폴리오 전환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대료 급등으로 인해 오히려 팝업 매장이 설 자리를 잃는 역설적 현상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성수동이 '제2의 경리단길'처럼 과열 이후 급랭할 가능성, 젠트리피케이션(특정지역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내몰리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