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건강보험료 상한액이 2027년부터 월 459만원에서 612만원으로 33% 뛰어오르면서, 이른바 '상위 0.04%' 초고소득 직장인들의 지갑 사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보고한 부과체계 개편안에 따른 것으로, 형평성 논란 속에 26년 만에 상·하한선을 동시에 손보는 대수술이 시작됐다.
월급 1억2000만원이든 10억이든 같은 보험료였다
현행 제도의 맹점은 단순하다. 월 소득이 1억3000만원인 사람이나 10억원인 사람이나 똑같은 건보료를 낸다는 점이다. 상한이 정해져 있어 소득이 아무리 늘어도 보험료는 더 이상 오르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 보험료 상한 기준을 '2년 전 평균 보험료의 30배'에서 '40배'로, 지역가입자 등의 기준은 15배에서 20배로 각각 상향하기로 했다.
이 개편이 확정되면 직장가입자의 월 최고 보험료는 459만원에서 612만원으로 153만원(약 33%) 늘어나고, 보수 외 소득이 많은 직장인과 지역가입자 역시 동일하게 월 612만원까지 부담이 커진다. 도입 시기는 급격한 충격을 피하기 위해 2027~2028년 인상분의 50%만 우선 반영하고, 2029년 1월부터 전면 적용하는 단계적 방식이 유력하다.
해당자는 전체의 0.04%, 딱 7060명뿐
이번 상한선 인상의 적용 대상은 직장가입자 상위 0.04%인 7060명, 지역가입자 상위 0.02%인 1891세대로 집계됐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대략 14억4000만원 이상, 여기에 상여금·비정기 소득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연 20억원대 안팎의 초고소득층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임금근로자 약 2000만명 가운데 채 1만명도 안 되는 극소수만 이 '월 612만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이번 개편으로 기대하는 추가 재정 수입은 연간 약 1751억원 규모다. YTN은 하한선 조정분까지 합치면 연 3000억~3100억원대의 건보 재정 확충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도했다.
왜 하필 지금, '건보 재정 적자'라는 시한폭탄
정부가 부자 증세성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건강보험 재정의 급격한 악화가 자리한다.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올해 5조원대 적자로 전환한 뒤, 2035년에는 적자 규모가 39조5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누적 준비금도 3년 후면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복지부는 '동일한 부담 능력에는 동일한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소득 중심 부과체계 원칙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저소득층 하한선도 26년 만에 '동결 해제'
흥미로운 대목은 상한선뿐 아니라 하한선도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다. 1999년 이후 사실상 손대지 않았던 최저 보험료 기준을 최저임금법과 연계해 현실화하기로 했는데, 직장가입자 하한액을 월 1만80원에서 2만2260원 수준으로 두 배 넘게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저소득층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인상분은 2029년까지 순차 적용된다.
복지부는 아직 "건정심 심의와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심의 결과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유보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최종 확정까지는 추가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월급 1억이든 10억이든 같은 보험료'라는 26년 묵은 형평성 논란이 이번 개편으로 실제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