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키를 잡은 것은 로봇이었지만, 실제로 드러난 것은 한국 해군의 인력 위기와 전투체계 전환 전략이었다. 이번 ‘조타수 로봇’ 실험은 기술 시연이 아니라, 병력 감소 국면에서 함정 운용의 기본 업무를 어디까지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지 검증한 첫 관문이었다.
한국 해군은 2026년 7월 23일 경남 창원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KAIST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을 함정 타수로 투입하는 첫 전투실험을 실시했다. 해군이 함교 타수 업무를 로봇에 맡겨 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피봇은 당직사관의 음성 명령을 듣고 복명복창한 뒤 조타기를 조작하고 완료 보고까지 수행했다. 이번 실험이 단순한 자동조타가 아니라, 사람이 하던 조타 절차를 로봇이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사업은 2022년부터 KAIST 주도로 진행돼 왔고, 방위사업청이 투입한 예산은 57억 원이다. 실험은 1단계 육상 조함 시뮬레이터 검증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정박함정, 실제 해상 주간 항해, 주·야간 장기 항해의 4단계로 확대된다. 해군은 협수로 항해, 악기상, 야간항해 등 실제 함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조건을 시뮬레이션했고, 피봇은 해당 조건에서도 명령 수행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핵심 배경은 병력 감소다. 해군은 로봇을 통해 승조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미래에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인 ‘Navy Sea GHOST’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봇이 대체하려는 것은 전투 자체보다 우선 조타, 순찰, 위험물 운반 같은 반복·보조 업무다. 이런 흐름은 한국 해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절벽과 자동화가 맞물린 각국 군대의 공통 과제로 읽힌다.
피봇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함정의 조타장비를 크게 개조하지 않고도 사람이 쓰던 장비를 직접 조작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또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명령을 이해하고 복창하는 구조라서, 단순한 원격조종이 아니라 ‘승조원 흉내’를 실제 업무 프로세스로 옮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재는 실전 배치가 아니라 단계적 검증의 출발점이어서, 운용 신뢰성·안전성·전자기 환경 대응력은 아직 확정 단계가 아니다.
해군이 로봇 조타수 실험을 공개한 것은 단순히 신기술을 선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력 감소 시대에 함정 운용의 빈틈을 메울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피봇은 “키 왼편 5도, 330도 잡아”라는 명령을 복창하고 조타를 수행했으며, 해군은 이를 토대로 실제 함정과 해상 환경으로 시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결국 이번 실험은 로봇이 배를 움직이는지보다, 한국 해군이 사람 중심 전력을 어떻게 유·무인 혼합체계로 바꿀지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