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AIDC) 사업개발 전담법인 'SK하이퍼'를 출범시키며, 2035년까지 15기가와트(GW) 규모의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본격 실행에 옮겼다. "SK하이닉스에 SK스퀘어가 있다면, SK텔레콤엔 SK하이퍼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두 번째 '전문 컨트롤타워' 실험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7500억 출자로 출범한 전담 조직
SK텔레콤은 7월 23일 이사회를 열고 2030년까지 7500억원을 출자해 SK하이퍼를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으며, 취득 주식 수는 187만5000주로 공시됐다. SK하이퍼는 SK텔레콤이 100% 지분을 보유하는 완전자회사로, 사업 진행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다.
초대 대표에는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를 거쳐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AI CIC장을 맡고 있는 정석근 대표가 선임됐으며, 그는 CEO 직속 'AI DC 통합추진단' 단장도 겸임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AI DC 통합추진단'이 설립된 지 불과 2주 만에 전담 법인이 출범했다는 점으로, SK그룹이 데이터센터 의사결정 속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5GW→15GW, 단계별 확장 로드맵
SK텔레콤은 앞서 7월 5일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 비전과 함께 2035년까지 최대 15GW 규모 AIDC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1단계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짓는 울산 1호 AIDC(0.1GW, 2027년 하반기 가동 목표)를 축으로 영남권에 2GW 이상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며, 여기에 서남권 1GW를 더해 2029년부터 전국 5GW 규모를 단계적으로 가동한 뒤 2035년까지 15GW로 확대하는 순서다.
업계에서는 1GW급 AIDC 건설에 통상 약 70조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고 추산하는데, 이 기준을 단순 적용하면 15GW 프로젝트는 이론상 1000조원 규모에 이를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 속도전'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사업 구조상 SK텔레콤이 전략을 총괄하고, SK하이퍼가 용지 확보·변전소·송배전 등 사업개발을, SK브로드밴드가 실제 구축·운영을 맡는 '삼각 체제'로 역할이 분담될 것으로 보인다.
왜 별도 법인이 필요했나…외국인 투자 유치라는 숨은 포석
SK하이퍼 설립 배경에는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지목하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SK텔레콤은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을 수 없는 규제를 받는데,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는 수요처와의 공동 투자가 필수적이어서 자회사인 SK하이퍼를 통하면 외국인 투자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SK하이퍼는 단순한 사업개발 조직을 넘어,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전략적 투자자(SI) 유치를 위한 '투자 창구' 역할을 겸하는 셈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적 성장 국면
이런 대규모 투자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AI 컴퓨팅 수요 급증이 있다. 맥킨지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가 2025년 82GW에서 2030년 219GW로 약 2.7배 늘어나며, 이 중 AI 워크로드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고, 이를 충족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6조7000억달러(약 6700조원)의 누적 자본지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9~22% 수준으로 추정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향후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의 '차세대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SK텔레콤의 '아시아 허브' 전략에 힘을 보태는 대목이다.
SK스퀘어 vs SK하이퍼, 닮은 듯 다른 컨트롤타워
"SK하이닉스에 SK스퀘어가 있다면, SK텔레콤엔 SK하이퍼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SK스퀘어는 2021년 11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된 투자전문회사로,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그룹의 사실상 중간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며, 순자산가치(NAV)의 90%가 SK하이닉스 지분에서 나온다.
반면 SK하이퍼는 인적분할로 독립한 별도 상장사가 아니라 SK텔레콤이 100% 지분을 쥔 완전자회사이며, 지분투자·M&A가 아니라 부지·전력·송배전 등 실물 인프라 사업개발에 특화된 조직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즉 SK스퀘어가 '지분 보유를 통한 캐시카우 관리형 지주사'라면, SK하이퍼는 '실물 인프라 구축·수요 유치형 사업개발 조직'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라는 '이미 완성된 보물'을 관리하는 금고이고, SK하이퍼는 15GW라는 '앞으로 캐낼 광산'을 개발하는 채굴 조직에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SK텔레콤 주가에 미칠 시나리오 플래닝
첫 번째 시나리오는 울산 1호 AIDC가 2027년 계획대로 가동되고 AWS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장기 계약이 확보되면, SK하이퍼는 SK텔레콤의 통신 외 신성장동력으로 재평가받아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가능하다. SK스퀘어의 NAV 논리처럼 향후 SK하이퍼의 인프라 자산가치가 SK텔레콤 목표주가 산정에 별도 반영될 여지가 있다.
반면 15GW 목표는 2035년까지 장기 로드맵이며 1GW당 약 70조원이라는 막대한 재원 조달 부담이 남아있어,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외국인 투자 유치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주가에는 '기대감' 이상의 즉각적 실적 기여는 제한적일 수 있다.
게다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공급 과잉 논란이나 전력 인프라(원전·LNG) 확보 지연,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사업비 증가 등이 겹치면, SK하이퍼향 출자가 SK텔레콤 재무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빅테크업계 관계자는 "SK하이퍼는 SK스퀘어와 같은 '자회사를 통한 그룹 가치 극대화' 전략을 계승하되, 대상이 지분투자에서 실물 인프라로 옮겨간 SK그룹 2.0 버전의 컨트롤타워로 볼 수 있다"면서 "향후 SK텔레콤 주가의 향방은 15GW 로드맵의 실제 가동률과 외자 유치 성과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