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정부가 초고가 1주택 보유세 강화를 공식화하고 대출·양도세 규제를 총동원했지만, 강남 3구와 한강변 초고가 아파트는 거래량 급감 속에서도 신고가를 연이어 갈아치우며 '규제 무풍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보유세 3배 발언에도 시장은 '요지부동'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하려 해도 보유세를 (현재의) 세 배는 올려야 한다"고 언급하며 초고가 1주택 보유세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앞서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도 "(초고가 기준) 30억원 정도면 너무 가혹한데"라고 발언해, 공시가격 30억원 초과 실거래가 40억~50억원대 주택을 겨냥한 과세 강화가 사실상 예고된 상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날 토론회를 두고 거세게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은 부동산 대출 규제로 끌어내리고 자신들만 부동산 특권을 누리겠다는 사회주의 신특권계급 선언"이라며 "본인 집 팔아 치우자마자 국민 향해 '보유세 3배'를 들먹이는 이중성에 할 말을 잃는다"고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도 "시장과 국민을 무시한 '답정너' 불통쇼"라고 혹평하며 재건축·재개발 관련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았고,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현장의 절규와 시장의 경고는 외면한 채 정부의 정책 실패를 당화하는 데 그쳤다"고 논평했다.
강남·한강변, 정치권 논쟁 무색한 신고가 랠리
정치권의 격돌 속에서도 실제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7월 첫째 주 기준 0.30% 올라 7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전주(0.09%)보다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는 전용 168.87㎡가 지난달 15일 122억원에, 전용 168.93㎡는 이달 초 13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용산구 나인원한남 전용 273.94㎡는 지난달 18일 250억원에 팔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청담 전용 231.28㎡도 218억원에 거래돼 올해 두 번째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의 회복세도 뚜렷하다. 신현대12차 전용 182㎡는 이달 4일 11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 4월 110억원이던 최고가를 3개월 만에 다시 넘어섰고, 신현대11차 전용 183㎡는 지난 6월 16일 94억원이던 것이 이달 13일 105억원까지 오르며 한 달도 안 돼 11억원이 뛰었다.
규제는 '반토막' 거래량만 만들 뿐
정부의 잇단 규제는 거래량 축소에는 성공했지만 가격 하락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10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매매는 1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31건) 대비 54.8% 급감했고, 서울 전체 30억원 이상 거래도 14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84건)보다 34.9% 줄었다.
지난 5월 10일부터 25일간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22일 기준 6만704건으로 3월 말(7만7177건) 대비 21.4% 감소했으며, 특히 서초구 매물은 22.2%나 줄어 강남 3구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그럼에도 30억원 이상 초고가 거래의 전체 거래 비중은 지난해 5.07%에서 올해도 4.9%로 큰 변화가 없어, 규제가 초고가 시장의 '체감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금 부자들은 세금보다 시세차익을 본다"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이 보유세 인상보다 자산가치 상승을 더 크게 본다고 지적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강남에서는 매물 잠김이 이어지고 있다"며 "매물은 줄었지만 현금 부자들의 상급지 '똘똘한 한 채' 수요는 여전해 중대형 면적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도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보유세를 올렸을 때 피해 보는 사람은 극히 일부고, 매물이 나와도 강남권에서 그들끼리 거래되는 정도"라며 "반면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공시가격 30억원 초과 주택은 전국 주택의 0.32%에 불과해, 보유세 강화가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월세화 가속…규제 풍선효과는 세입자로
정작 규제의 파장은 초고가 시장이 아닌 서민 임대차 시장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6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8819건으로 전세 거래량(7477건)을 웃돌며 월세 비중이 54.1%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유지되던 5대 5 균형이 처음으로 크게 깨진 것이다. 6월 매매거래량도 4603건으로 전월 대비 48.0% 급감해, 강남 초고가 시장의 '나 홀로 강세'와 서민 실수요 시장의 '거래 마비'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유세 부담이 늘더라도 집값 상승분이 세금 증가분을 웃돌 것으로 보는 고액 자산가가 적지 않다"며 "초고가 주택 과세 강화가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곧바로 강남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말 예정된 부동산 세제개편에서 초고가 주택 기준선이 40억원, 50억원, 70억원, 100억원 중 어디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시장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권의 이념 대립이 격화되는 사이 강남·한강변 자산가들의 '똘똘한 한 채' 전략은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