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AI 시대에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의 가치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그의 발언이 전 세계 교육·산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0배 효과" 발언의 맥락
7월 14일(현지시간) 공개된 런던 비즈니스 콘퍼런스 인터뷰 영상에서 하사비스는 "깊은 기술적 이해를 갖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AI 도구를 10배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로그래밍의 역사를 "기계어→C언어→파이썬으로 이어지는 진화 과정"으로 설명하며, "미래의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 자체가 될 수도 있지만 아키텍처 설계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모범 사례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필수"라고 못박았다.
이 같은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하사비스는 지난해 6월 SXSW 런던 행사에서도 "지금 학생이라면 수학, 물리, 컴퓨터 과학 같은 STEM 과목을 공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 9월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런 도구에 네이티브한 사람들은 10배 더 생산적일 수 있다"고 언급하며 같은 논리를 반복해왔다.
특히 지난 4월 29일 서울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6' 행사에서는 한국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여전히 전통적인 STEM 과목, 즉 과학과 수학 같은 공부를 해야 한다. 이런 도구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직접 조언했다.
한국 교육 현장의 현실은 정반대 방향
하사비스의 조언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학생들의 AI 활용 실태는 '깊은 이해' 없는 '표면적 의존'에 가깝다는 통계가 나왔다.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의 2025년 7월 조사에 따르면, 서울 중·고교생 2만6,541명 중 94.7%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중학생은 93.8%, 고등학생은 96.7%가 최소 1회 이상 사용했다. 사용 목적은 80%가 '학업용'이었지만, 이 중 42.5%는 수업 활동, 35.7%는 자율 학습에 활용했다.
과목별로는 국어·영어 등 언어 과목에서의 활용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60% 이상이 언어 수업에서 AI를 썼다고 답한 반면, 수학은 38.3%, 음악·미술은 20% 미만에 그쳤다. 이는 하사비스가 강조하는 '기술적 기초'가 필요한 수학·과학보다 언어·문서 작업에 AI 활용이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들의 우려와 STEM 교육의 간극
같은 조사에서 교사 3,334명 중 93.4%는 학생들의 AI 과의존을 우려했고, 92.4%는 표절 가능성을, 92.5%는 비판적 사고력 저하를 걱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생성형 AI 활용법을 수업에서 가르친 교사는 47.6%에 불과했으며, 가르치지 않은 이유로는 '다른 수업 진도로 시간 부족'(37.7%)이 가장 많았고, '교사 자신도 AI를 잘 모른다'(22.8%)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이는 하사비스가 말하는 "기술적 기초를 갖춘 사람이 AI를 10배 잘 쓴다"는 명제가 현실에서는 교육 인프라의 준비 부족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학계 연구가 뒷받침하는 STEM-AI 시너지
하사비스의 주장은 실제 교육 효과 연구로도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 2019~2023년 한국 K-12 현장의 AI 교육 관련 연구 64건을 종합분석한 메타분석 결과, AI 교육의 전체 효과크기는 0.897(95% 신뢰구간 0.781~1.013, p<0.05)로 '큰 효과'로 해석됐으며, 특히 인지적 영역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는 체계적인 기초 교육과 결합된 AI 활용이 실제로 학습 성과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실증적 근거로 볼 수 있다.
힌튼·레브친도 같은 목소리
하사비스의 발언은 업계 리더들의 공통된 경고와 궤를 같이 한다. 'AI의 대부' 제프리 힌튼은 지난해 12월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터뷰에서 "평범한 중간급 프로그래머는 오래 지속되는 직업이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컴퓨터공학 학위는 단순 코딩 이상을 가르치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가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펌(Affirm) CEO 맥스 레브친 역시 "컴퓨터공학 기초가 좋은 코드와 '쓰레기' 코드를 구별하는 핵심"이라며 "프로그래밍에는 탄탄한 기반이 필요한 취향과 우아함의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AGI 시계와 맞물린 긴박함
하사비스는 올해 들어 인공일반지능(AGI)이 2030년경 도래할 수 있으며 '산업혁명의 10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반복 경고해왔다. CNBC는 1월 보도에서 그가 구글 CEO와 "매일" 소통하며 오픈AI와의 경쟁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시간표는 그가 STEM 교육을 '선택'이 아닌 '시급한 생존 전략'으로 규정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과 현장의 실태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하며, 이는 향후 STEM 기반 AI 활용 능력이 실제 경쟁력 격차로 이어질지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