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중국 선전에서 열린 세계 최초 실물 크기 휴머노이드 로봇 자유형 격투 토너먼트 개막전에서 로봇 한 대의 머리가 하이킥에 그대로 잘려 나갔지만, 몸통만으로 경기를 끝까지 마치는 장면이 연출돼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성 충격 영상이 아니라,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밀어붙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화 전략의 실전 테스트베드라는 점에서 산업적 함의가 크다는 분석이다.
참수 장면과 T800의 스펙
finance.sina.com, globaltimes.cn에 따르면,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중국 선전 난산 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얼티미트 로봇 녹아웃 레전드(URKL)' 개막전에서 EngineAI의 T800 로봇 두 대, '화이트 이글'과 '마타도르'가 격돌했다. 화이트 이글의 하이킥이 마타도르의 머리를 몸통에서 완전히 분리시켰지만, 머리에 탑재된 센서를 잃은 마타도르는 동체 내장 핵심 시스템만으로 경기를 이어갔고, 주최 측은 이를 로봇 내구성의 증거로 평가했다.
표준 경기 플랫폼인 T800은 키 173cm, 몸무게 75kg에 손을 제외한 몸통 관절 자유도 29개를 갖추고 있으며, 최대 관절 토크 450Nm, 최대 출력 14kW, 최고 이동 속도는 시속 3m/s에 달한다. 360도 라이다(LiDAR)와 듀얼 리얼센스 카메라로 밀리초 단위 환경 인식과 의사결정을 처리하고, 72V 고체 배터리로 2~5시간 연속 구동이 가능해 어퍼컷, 스피닝킥, 낙상 후 급속 복구 등 고난도 동작을 수행한다.
경기 규칙과 우승 상금
개막 라운드에는 전 세계 32개 팀이 참가했으며 모든 팀이 동일한 T800 플랫폼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소프트웨어와 제한적 하드웨어만 개조하는 방식으로 경쟁한다. 경기는 5분 1라운드, 3판 2선승제로 진행되며 KO(10초 내 자동 복귀 실패)나 TKO(인간 개입 2회 후 불참) 규정이 적용된다. 리그는 지난 2월 9일 공식 출범해 12월까지 단계별 일정으로 이어지며, 최종 우승팀에게는 1000만 위안(약 21억원, 약 144만 달러) 상당의 순금 챔피언 벨트가 주어진다.
전투는 R&D, 격투는 데이터
EngineAI CEO 자오퉁양은 "밀리초 단위의 감지·예측·조정 능력이 핵심이며, 극한 전투 테스트가 결국 민간 기술로 축소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대회를 기계적 구조 균형, 실시간 의사결정, 멀티모달 센서 조율 등을 검증하는 R&D 플랫폼"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앞서 지난해 5월 항저우에서 열린 CMG 주최 로봇 격투전에서는 유니트리 G1 로봇들이 인플루언서의 원격 조종으로 대결했으나, 실시간 환경 인식과 돌발상황 대응 능력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비해 URKL은 완전 자율형 T800을 앞세워 기술 진전을 상업 이벤트를 통해 검증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산업 정책과 거품 경고 사이
이번 대회는 중국이 '구현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로봇 표준화 작업을 가속화하는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선전은 해당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해 11월 국내 150개 이상 휴머노이드 제조업체가 난립하며 과도한 중복 투자와 거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고, 내년부터 시작되는 5개년 계획을 통해 산업 표준과 평가 시스템 구축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격투리그 역시 이 표준화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유니트리 로보틱스 창립자 왕싱싱과 아기봇 창립자 펑즈후이가 국가 휴머노이드 표준화 위원회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문화적 스펙터클로서의 로봇 격투
개막전 현장에는 액션스타 견자단이 참석해 "로봇 격투를 SF 영화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가까이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5월 베이징 하프마라톤에 이어 항저우 로봇 격투전까지, 중국은 잇따른 대규모 이벤트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중적 인지도와 시장 선점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