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스타벅스코리아의 첫 노조 결성이 26년 만의 '역사적 이정표'로 평가받는 가운데,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노조가 결성된 이후의 궤적을 살펴보면 이번 사태가 단발성 이슈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신세계그룹의 무노조 경영 전통과 최근 '탱크데이' 사태로 드러난 위기관리 리스크를 종합해 볼 때, 스타벅스코리아 노조 출범은 신세계 그룹 전체의 노사관계 패러다임 전환을 시험하는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7월 16일 스타벅스 지회가 공식 설립됐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조합원 가입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화섬식품노조 산하로 편입된 SPC그룹 파리바게뜨의 7년에 걸친 노사 갈등 사례가 회자되며 향후 구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파리바게뜨, 7년 갈등의 원형
파리바게뜨 사태는 2017년 6월 가맹점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제빵기사 5000여명이 SPC로부터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받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듬해 1월 노사와 가맹점주,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8개 이해당사자가 참여해 11개 항목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SPC는 제빵기사를 직접고용하는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했다.
그러나 합의 이행을 둘러싼 갈등은 곧바로 재점화됐다. 화섬식품노조가 구성한 검증위원회는 2022년 사회적 합의 11개 항목 중 사측이 이행한 것은 단 2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며, 지회장의 단식 농성이 50일 가까이 이어지는 등 노사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2022년 3월에는 피비파트너즈 관리자들이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노사합의와 재발, 반복되는 패턴
갈등은 2022년 11월 3일 극적인 노사합의로 일단 봉합됐다. SPC 측 대표이사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노사간담회 구성과 노조 활동 적극 지원을 약속하는 '사회적 합의 발전협의체'가 발족했다. 노조 측은 임금 인상률 자체 계산 결과 3년간 25% 수준에 그쳤고, 근속 10년차 제빵기사 연봉이 3000만원 수준으로 여전히 저임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합의조차 근본적 해결로 이어지지 못했다. 2024년 3월에는 SPC와 '친기업 노조' 간의 불법 야합을 규탄하는 화섬식품노조의 기자회견이 다시 열렸다. 이는 노사 합의가 이뤄져도 실질적 이행과 사후 감독이 뒤따르지 않으면 갈등이 반복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스타벅스지회의 초기 요구안
스타벅스지회는 출범과 함께 공정한 임금체계 마련, 초과근무수당 100% 지급, 최저임금 수준에 머문 임금체계 개선, 합리적 호봉·승급체계 구축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매장별 최소 인력 보장, 근무표 사전 공지, 예측 가능한 스케줄 운영, 현장 의견이 반영되는 소통 체계 마련도 함께 요구했다.
파리바게뜨 사례에서 드러난 패턴 - 초기 합의 도출 후 이행 논란, 재갈등, 재합의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 - 을 감안하면, 스타벅스코리아 역시 사측의 초기 대응 방식과 합의 이행의 실효성 여부가 향후 노사관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타벅스 사태가 파리바게뜨와 동일한 경로를 밟을지는 향후 단체교섭 과정과 사측의 구체적 대응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의 과거 이력이 남긴 노조 그림자
신세계그룹은 2013년 이마트·백화점·스타벅스 등 계열사 전반에 걸쳐 노조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조직적 사찰 문건이 SBS 보도로 드러난 전례가 있다. 이 문건에는 불만 사원을 이중·삼중으로 감시하고 노조 가입 시 "분명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구체적 대응 매뉴얼까지 포함돼 있었다. 2021년 리유저블컵 굿즈 마케팅 사태 당시에도 노조 없이 직원들이 트럭시위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처우 개선을 요구했을 만큼, 스타벅스코리아는 창립 이래 정상적인 노사 소통 채널이 취약했다는 점이 이번 지회 설립 선언문에서도 재확인됐다.
'공감회'의 한계와 신뢰 공백
스타벅스지회는 설립 선언문에서 "회사가 운영해온 사내 소통기구 '공감회'가 허울뿐인 방식으로 파트너와의 소통 창구를 제한했고, 직접적 해결보다 어르고 달래는 방식으로 이슈를 무마해왔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형식적 소통 기구는 마련했지만, 실질적 협상력을 갖춘 노사 대화체는 구축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회사 측이 "관련 법에 따라 소통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점도 과거 무노조 경영 관성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용진 리더십 리스크와 맞물린 시점
주목할 대목은 이번 노조 출범이 올해 5월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으로 정용진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전 직원 역사인식 교육까지 지시하며 그룹 이미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 직후에 나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조와 화섬식품노조 측은 두 사안의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탱크데이를 비롯한 신세계와 이마트, 스타벅스로 이어지는 잇따른 리스크 노출은 정용진 회장 체제의 내부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외부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신세계 유통 계열 전반에서 2023년 이미 MZ세대 주축의 통합노조 결성 움직임이 스타벅스·면세점 통합을 목표로 진행돼왔던 만큼, 이번 스타벅스지회 출범은 그 흐름의 실질적 결실로도 읽히며 향후 행보에 프랜차이즈를 넘어 유통업계 전체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