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10년짜리 '무제한 성과급' 합의가 노사협상 테이블을 넘어 주주권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ACT는 424명, 20만7,724주를 모은 서명을 오는 20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전달하며 "주주총회 승인 없이는 성과급 지급에 반대해달라"고 요구했다.
세전 영업이익 12%, 상한 없는 10년 계약
논란의 발단은 지난 5월 20일 삼성전자와 반도체(DS) 부문 노조가 극적으로 타결한 임금협약이다. 기존 성과인센티브(OPI) 1.5%에 더해 재원을 사업성과의 10.5%로 고정한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고, 이를 합치면 전체 재원은 세전 영업이익의 약 12%에 달한다. 이 제도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적용되며, 2026~2028년은 DS부문 연간 영업이익 200조원, 2029~2035년은 연간 100조원을 넘길 경우 지급하는 조건이 달려 있다.
이 기준대로면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기존 성과급과 신설 특별성과급을 합쳐 1인당 최대 6억2,000만원을, 적자를 내고 있는 비메모리사업부 직원도 평균 1억9,000만원을 받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추산했다. 재원은 전액 자사주로 지급되며, 부문 40%·사업부 60%로 나눠 배분된다.
"주총 없는 40조 유출은 위법배당"…소액주주단체 소송전 예고
문제는 이 성과급 재원이 주주총회 결의 없이 노사 합의만으로 확정됐다는 점이다. 소액주주단체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지난 5월 21일 성명을 내고 "세전 영업이익 12% 수준 성과급 합의는 주주총회 결의 없는 자본분배로 법률상 무효"라며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우회한 위법배당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사 이익을 세금·이자비용·투자재원·배당가능이익 순으로 따진 뒤 배분해야 하는데, 노사 합의로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먼저 성과급 재원으로 묶는 것은 주주의 잔여 이익과 투자 유보재원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임금협약이 노조 찬반투표를 통과한 지난 5월 27일 기자회견에서도 "가결됐다는 사실이 곧 적법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 위법행위 유지청구 가처분, 주주대표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5월 20일 체결된 단체협약 중 성과배분 조항을 대상으로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할 방침도 밝혔다.
앞서 5월 21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미리 계산해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노사 잠정 합의는 위법"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압박으로 전선 확대
7월 들어 ACT는 투쟁 방식을 소송 예고에서 '연기금 압박'으로 전환했다. ACT 이상목 대표는 "10년에 걸쳐 수십조원이 지속적으로 지급되는 막대한 이익 분배는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진정한 주인인 주주들의 엄격한 승인을 거쳐야 한다"며 "임직원 성과 보상은 투명하고 합법적인 절차인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로서 국민에 대한 수탁 의무를 지닌 만큼, 주총 승인 전까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달라는 취지다.
이번 갈등은 삼성전자 한 곳에 그치지 않고 재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주주운동본부는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흐름이 다른 대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아직 이번 서한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삼성전자 이사회가 성과급 지급을 비준·집행할 경우 소액주주 측의 소송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