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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고고학자, 1200년 잠들어 있던 '마야 천문학자'의 이름 해독…'흰 가슴 여우', 피타고라스·갈릴레오와 동급 반열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과테말라 북부 페텐 지역의 고대 도시 슐툰(Xultun) 유적에서 발견된 상형문자가 마야 문명 최초의 '실명 과학자'를 세상에 드러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서기 8세기 마야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의 이름이 '삭 탄 와악스(Sak Tahn Waax)', 즉 '흰 가슴 여우'였다고 밝혔다. 고고학자들이 1200년간 잠들어있던 마야 천문학자 겸 수학자의 이름을 최초로 해독한 것. 

 

FOCUS online, morgenpost, CBS News, Infobae, The Debrief에 따르면, 7월 13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에 발표한 논문 'The Identification and Work of an Eighth-Century Maya Mathematician'을 통해 알려진 이번 발견은 고전 마야 시대 최초로 특정 개인의 이름을 독창적인 과학적 업적과 연결 지은 사례다.

도굴 터널서 시작된 우연한 발견


이 이름은 슐툰의 '10K-2 구조물'로 명명된 작은 방의 동쪽 벽에 그려진 11개 상형문자 묶음에서 확인됐다. 이 방은 2010년 한 학생이 도굴꾼이 뚫어놓은 터널을 들여다보다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왕실 서기관을 그린 벽화와 함께 50개 이상의 희미한 수학적 '마이크로텍스트'가 남아 있었다.

 

연구를 이끈 MIT 소속 고고학자 프랑코 로시(Franco Rossi)는 고해상도 컬러 촬영과 다중분광 영상 기술을 동원해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웠던 안료 흔적을 복원했고, 이를 통해 마지막 두 글자가 '이렇게 말하노라'라는 뜻의 '체헨(cheheen)'과 그 뒤에 이어지는 개인 서명으로 판독됐다고 설명했다.

 

로시는 《뉴 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이는 고대 마야의 천문학자·수학자를 실명으로 직접 언급한 최초의 사례이며,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통틀어 현재까지 알려진 천문학자·수학자 이름 중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화성·금성 궤도를 결합한 2920일의 방정식


벽면에 남은 계산식은 화성과 금성의 궤도 주기를 결합해 산출한 것으로, 그 결과값은 2920일이었다. 이는 금성이 태양을 정확히 다섯 바퀴 도는 주기와 일치하는 값으로, 마야의 여러 달력 체계를 두 행성의 운행 주기에 맞추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방정식에 새겨진 날짜를 역산해 이 공식의 작성 시점을 서기 781년으로 특정했다.

 

산 바르톨로-슐툰 프로젝트 디렉터인 헤더 허스트(Heather Hurst, 스키드모어 칼리지)는 "명사도 없고 동사도 없었으며, 어떤 사건을 서술하는 내용도 아니었다. 순수한 수학 그 자체였다"고 이 텍스트의 성격을 요약했다.

 

"버려진 사무실의 화이트보드"…이름이 붙자 과학이 인간이 되다


연구에 참여한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의 고고학자 겸 금석학자 데이비드 스튜어트는 이 발견을 "누군가의 버려진 사무실에 있는 오래된 화이트보드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거기에 이름이 연결됐다는 사실이 마야 과학을 훨씬 더 인간적으로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과테말라 문화부 장관 루이스 멘데스(Luis Méndez)는 기자회견에서 슐툰에서 "완전한 수학·천문학 공식"을 발굴했으며 그 저자가 삭 탄 와악스라고 공식 발표했다.

 

피타고라스·갈릴레오 반열에 오른 마야 원주민 학자


삭 탄 와악스가 자신의 이름을 방정식 끝에 새겨 넣은 것은 고전기 마야 수학자에게서 이전까지 한 번도 기록된 적 없는 '저자 표시' 행위로, 이번 연구가 발견한 가장 상징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바에(Infobae)에 따르면 로시는 "그동안 도자기 벽화나 조각된 기념물에서 예술가와 조각가의 서명은 확인됐지만, 연대 계산을 담당한 전문가들은 그동안 익명으로 남아 있었다"고 이번 발견의 의미를 짚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콜게이트대 고고천문학자 앤서니 아베니(Anthony Aveni)는 이를 "마야 과학의 이해로 이어지는 발견 중 아마도 가장 놀라운 것"이라고 평했다.

 

과테말라 문화부는 이번 발견이 고대 마야 원주민 학자를 피타고라스, 갈릴레오와 같은 인물들의 계보 위에 나란히 세우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능력의 우열을 비교하는 차원이 아니라, 한 개인이 자신의 지적 성과에 스스로 서명을 남겼다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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