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2025년 가을 던진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는 뼈있는 농담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통계로 입증되는 반전이 벌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5~6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1,6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주 사용 브랜드는 삼성 갤럭시가 81%, 애플 아이폰이 19%로 나타났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조사에서는 갤럭시 72%, 아이폰 24%였던 것과 비교하면 갤럭시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20대, 아이폰 '지지층'에서 '접전지'로
가장 극적인 변화는 그동안 아이폰의 '텃밭'으로 불리던 20대에서 감지됐다. 작년 조사에서 20대는 갤럭시 40% 대 아이폰 60%로 아이폰이 압도적 우위였지만, 올해는 갤럭시 47% 대 아이폰 53%로 격차가 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심지어 시점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7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10·20대(18~29세) 스마트폰 점유율이 아이폰 60% 대 갤럭시 40%로 아이폰이 완전한 우위를 점했었다는 점에서, 1년 새 벌어진 변화의 폭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20대 여성층에서 아이폰 선호가 여전히 '대세'로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와, 성별에 따른 온도차는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 연령대서 갤럭시 '역주행'
변화는 20대에 국한되지 않았다. 30대는 갤럭시 사용률이 53%에서 62%로, 40대는 67%에서 84%로, 50대는 89%에서 97%로, 60대 이상은 87%에서 100%로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상승했다. 앞으로의 구입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도 삼성 78%, 애플 21%로 삼성이 우세해, 이번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갤럭시 홍보대사' 이재용, 농담 속 진심
이번 반전의 배경으로 업계는 이재용 회장의 이례적인 '자사 제품 애착' 행보를 주목한다. 2025년 10월 30일 이 회장은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의 '치맥 회동' 중 옆자리 손님이 아이폰으로 셀카를 요청하자 "갤럭시를 가져오셔야죠"라고 답했고, 곧이어 열린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 무대에서는 관객들을 향해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며 재치있게 받아쳤다.
해당 발언 당시엔 그저 유머로 소비됐지만, 실제로는 10·20대 아이폰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이 녹아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의 자사 제품 애착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5년에는 아이폰을 쓰는 기자에게 "갤럭시 쓰면 인터뷰할 텐데"라며 넌지시 갤럭시를 선물하기도 했고, 이후에도 취재 현장에서 아이폰을 든 이들에게 "왜 애플 써요?"라고 물은 사례가 여러 차례 보도됐다.
'취향 부족주의(Taste tribalism)'는 흔들리는가
스마트폰 브랜드 선택은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한 세대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드러내는 '문화적 기표'로 기능해왔다. 20대에게 아이폰은 오랫동안 '아이메시지 초록·파랑 버블 논쟁'처럼 또래 집단 내 소속을 가르는 상징이었고, 이는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부족주의적 소비'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이번 갤럭시의 20대 역전 조짐은 그 견고했던 상징 권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가격이나 스펙 경쟁의 결과라기보다, AI라는 새로운 서사가 브랜드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은 최근 갤럭시 언팩을 앞두고 "나를 아는 AI"를 강조했는데, 이는 단순 기능적 업그레이드가 아닌 '나를 이해하는 기기'라는 감성적 서사로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20대가 오랫동안 '힙함'과 '동조 소비'의 대상으로 삼았던 아이폰의 아성이, 갤럭시의 AI 서사와 이재용 회장의 상징적 마케팅 앞에서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국경을 넘으면 온도차가 확연하다. 신흥시장인 베트남의 2030세대는 오히려 한국 Z세대보다 더 강한 아이폰 쏠림을 보이며 "10명 중 8명이 아이폰"이라는 조사도 나와, 갤럭시의 청년층 공략이 글로벌 차원에서는 여전히 험로임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갤럭시 81%·아이폰 19%라는 수치는 '국내 시장'이라는 좁은 무대에서의 극적인 반전 드라마이며, 애플이 여전히 세계 청년 문화의 상징 권력을 쥐고 있다는 점을 함께 읽어야 균형 잡힌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