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가 E. 진 캐럴에게 성추행·명예훼손 배상금 562만 달러(약 84억원)를 결국 지급했다. 3년간 이어진 법정 다툼에서 연방대법원까지 상고를 기각하며 배상 책임을 확정 지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84억원 지급, 어떻게 이뤄졌나
14일 로이터통신이 조회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캐럴 측 법무법인에는 원금 500만 달러에 이자를 더한 562만 달러가 이체됐다. 이 자금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항소하는 동안 법원이 지정한 계좌에 예치돼 있던 돈으로, 판결을 자발적으로 수용해 낸 것이 아니라 법원 명령에 따라 강제 이전된 성격이 짙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막판까지 배상금 지급을 늦춰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3년 걸린 법적 공방, 대법원에서 마침표
이번 사건은 2023년 5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캐럴에 대한 성적 학대와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며 500만 달러 배상을 평결한 데서 출발했다. 배심원단은 남성 6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됐으며 성적 학대 부분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책임을 인정했다. 이후 2024년 12월 뉴욕 연방고등법원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그대로 유지됐고, 지난 6월 29일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측의 상고 신청을 최종 기각하면서 500만 달러 배상 판결이 사실상 확정됐다.
'강간'은 아니지만 '성적 학대'는 인정된 법적 쟁점
배심원단은 평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뉴욕주 민사법상 '강간'의 좁은 법적 정의를 충족한다고 보지 않았으나, '성적 학대'(sexual abuse)에는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이후 별도 소송 판결문에서 "성적 학대와 성폭행은 모두 중대한 성범죄"라며, "일반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를 성폭행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이후 뉴욕주가 2024년 강간에 대한 법적 정의를 확대 개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별도의 1155억원 명예훼손 소송, 아직 '진행형'
이번에 지급된 84억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럴에게 실제로 돈을 지급한 첫 사례지만, 2024년 별도 재판에서 인정된 8330만 달러(약 1155억원) 규모의 2차 명예훼손 배상금은 여전히 항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캐럴의 주장을 "사기"라고 비난한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2025년 9월 항소심에서도 원심 배상액이 그대로 유지됐다.
리치먼드대 법학 교수 칼 토비아스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이 "대통령에게 추가적인 명예훼손을 피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두 사건을 합치면 트럼프 대통령의 캐럴 관련 배상 부담은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넘어설 수 있다.
여전한 반발, 백악관은 침묵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대법원의 상고 기각 이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무기화 및 법률 전쟁 사건에 맞서 모든 힘과 역량을 다해 계속 싸우겠다"고 밝히며 "판결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백악관은 이번 배상금 지급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 성명이나 입장을 내지 않았으며,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