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사에서 '피지컬 AI'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선언한 시점에, 정작 발밑에서는 노사 갈등이 2년 연속 파업으로 격화하며 미래 전략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다시 불거진 파업, 생산 차질 규모는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주·야간조 각 2시간씩 부분파업에 들어갔으며, 이는 지난해 7년 만의 파업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하루 4시간, 총 12시간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약 5000대 규모의 생산 차질과 2000억원대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노조의 부분파업 여파로 울산공장을 비롯한 국내 전 사업장 생산이 한시적으로 중단됐으며, 이는 현대차 매출액의 42%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조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상여금 800%,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계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15차 교섭에서 기본급 8만 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000만 원, 주식 15주 지급을 골자로 한 3차 제시안을 내놓아 여전히 간극이 크다.
특히 올해는 지난 3월 아산공장에서 노조 간부들이 임원실 기물을 파손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며 노사 갈등의 강도가 예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겹치면서 대기업 노사 리스크가 한층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25조원 투자로 '피지컬AI 기업' 선언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CES 2026에서 인간과 협업하는 'AI 로보틱스' 전략을 공개하며 피지컬 AI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정의선 회장은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그룹의 비전은 첨단 AI로 구동되는 협업 로봇과 인간을 연결해 모빌리티를 넘어 진화하는 것"이라며 로보틱스와 피지컬AI가 그룹 미래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에 투입해 부품 분류 공정부터 적용하고, 2030년 이후 조립 공정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재원 투입도 파격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 2000억원, 미국에는 별도로 26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이 중 미래 신사업(AI·로봇·SDV·수소)에는 50조 5000억원이 집중 투입된다. 최근에는 미국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필드AI'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하드웨어 중심이던 로봇 역량을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확장하는 등 기술 주도권 선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노조는 왜 'AI·로봇 고용안정'을 요구안에 넣었나
이번 임금협상에서 노조가 AI와 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안정 대책, 완전월급제 도입을 핵심 요구안에 포함시킨 배경도 이 같은 그룹 차원의 로봇 전환 가속과 무관치 않다. 다만 노사는 피지컬 AI 도입 공동 대응과 미래차 생산시설 구축 시 고용 안정 협력 등 일부 사안에는 이미 합의한 것으로 전해져, 로봇 도입 자체를 둘러싼 충돌보다는 임금·정년 이슈가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독일차 부진 속 '리스크 관리'가 관전 포인트
현대차의 이런 대전환 시도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지형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BMW·벤츠·폭스바겐 등 독일 3사가 영업이익 급감(각각 37%, 31%, 15% 감소)과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대응 실패로 흔들리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로봇 파운드리 사업과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 장 확보 등 AI 인프라 구축으로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가 "오는 16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추가 파업 여부와 투쟁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생산기지의 안정성이 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 실행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