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임광현 국세청장의 '미래대응기금' 발언이 나온 이후 재계와 학계에서는 반도체 초과세수를 국부펀드나 국민배당으로 돌리려는 정치권·정부 구상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초과이윤을 나누자는 명분 뒤에 투자 의욕을 꺾고 재정 원칙을 훼손할 위험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임광현 국세청장, "반도체 초과세수로 미래대응기금 조성해야"
임광현 국세청장이 7월 12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오늘의 세수, 내일의 경쟁력이 되려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급증한 초과세수를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밝혔다.
임 청장은 우리나라 세입 구조를 '쏠림형 포트폴리오'로 규정하며, 반도체 산업이 호황일 때는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가 급증하지만 경기가 둔화되면 세수도 함께 줄어드는 재정 운용의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법인세 증가와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른 증권거래세 급증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5월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초과세수 활용 검토를 언급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고, 6월에는 박홍배·용혜인·한창민 의원 등이 국회 토론회를 열어 '국민배당형 국부펀드' 신설을 제안하는 등 재분배 정책 논의가 본격화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역시 초과세수를 국부펀드 재원으로 투입해 재투자 수익을 내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하며 정부 차원의 검토를 공식화했다.
재계, "초과이윤 청구서 날아들까" 불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에 4,755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반도체 초과이익을 국민에게 환원하라는 압박을 가하는 것에 재계는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도쿄 닛케이 포럼 이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와 구성원, 협력사, 국민 모두가 이해관계자"라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 임금 인상을 통해 혜택이 지속적으로 퍼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초과이윤 환수 담론이 확산될수록 어렵게 결정한 대규모 투자 결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 "특정 산업 의존도 심화가 더 큰 문제"
조동철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한국의 반도체 의존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의존도보다 심하다"며 초과세수를 섣부르게 배분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반도체가 성장률·물가·세수를 동시에 좌우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지금은 재정 부양을 논할 때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등도 초과세수를 일회성 배당이나 사업에 소진하기보다 반도체 전력망 등 근본적 인프라 투자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노동계, "국부펀드보다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이 먼저"
국회 토론회에서는 국부펀드나 국민배당 논의에 앞서 반도체 산업 내부의 불평등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장진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논의에는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격차 문제가 빠져 있다"며 "배당형 국부펀드보다 반도체 산업공유부 연대기금 설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과세수 환류의 첫 대상이 국민 전체가 아니라 반도체 가치사슬을 지탱해온 하청·협력업체 노동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근거·재정 원칙 훼손 우려도
현행 국가재정법 제90조는 초과세수로 발생하는 세계잉여금을 지방교부세 정산과 국채 상환 순으로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부펀드나 배당 지급으로 돌리려면 법 개정이나 별도 특별법이 불가피하다는 절차적 문제도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도 25조2,000억원의 초과세수 중 국채 상환에는 단 1조원만 투입되고 나머지는 각종 사업 예산에 배정되는 등, 원칙보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재원이 소진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조차 "초과세수 규모가 확정되고 구체적 지원 분야가 정해진 뒤에야 예산 편성 검토에 착수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국세청장의 기금 조성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