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낮 최고기온이 46도까지 치솟아도 사람들은 그늘을 찾고 에어컨을 켜며 대비한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는 방심하는 순간 몸속 깊은 곳부터 무너뜨린다. 실제로 국제 학계는 "진짜 살인자는 낮의 폭염이 아니라 밤의 열대야"라는 명제를 데이터로 입증하고 있다.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익일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 이상을 기록하는 밤을 의미하며, 보통 아스팔트·빌딩 밀집 등 인공 열발산이 많은 도심일수록 기록이 두드러진다.
밤 기온이 사망률을 얼마나 끌어올리나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에 실린 한국·중국·일본 28개 도시, 1981~2010년 918만5598건의 사망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밤에 유독 더운 날(핫나이트 익세스, HNE)의 상대사망 위험은 그렇지 않은 날보다 최대 50%까지 높았다.
이 연구는 2100년까지 밤 기온 상승으로 인한 초과 사망 비중이 온실가스 저감 시나리오(SSP126)에서도 3.68%, 중간 배출 시나리오(SSP245)에서는 5.79%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낮 평균기온 상승으로 인한 사망 기여분보다 오히려 0.95%포인트 더 높은 수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은 이 결과를 근거로 "금세기 말까지 열대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최대 6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놀라운 대목은 밤 기온의 상승 속도 자체다. 같은 연구는 2100년까지 일일 평균기온 상승폭은 20% 미만에 그치지만, 열대야 발생 빈도는 30% 이상, 밤 더위의 강도는 6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아시아 28개 도시의 열대야 평균 강도는 섭씨 20.4도에서 2090년 39.7도로 거의 두 배 뛸 전망이다.
낮 폭염 vs 밤 열대야, 무엇이 더 치명적인가
중국 충칭시 주룽포구에서 2016~2022년 사망자 1만7552명을 분석한 최신 연구(2025년 11월)는 낮 최고기온·밤 최저기온·복합 폭염을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낮과 밤이 겹치는 '복합 폭염'의 사망 오즈비(OR)는 최대 1.32(95% 신뢰구간 1.17~1.48)로 가장 높았고, 밤 최저기온만으로 정의한 열대야도 오즈비 최대 1.27(1.13~1.43)에 달해 낮 폭염 단독(최대 1.13)을 웃돌았다. 연구진은 "밤 열대야로 인한 건강 위험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동아시아 28개 도시 비교연구(2025년 1월)는 복합 폭염의 사망 위험이 기온 상승에 거의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낮과 밤 단독 폭염은 비선형적 위험 곡선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 열대야의 예측 불가능성을 부각시켰다.
왜 밤에 더 위험할까…과학적 메커니즘
밤 열대야가 위험한 근본 이유는 인체의 회복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데 있다. 낮 동안 축적된 열 스트레스는 밤에 심부체온이 떨어지고 수면 중 자율신경계가 안정을 찾아야 해소되는데,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면 이 '열 해방' 과정이 차단된다.
연구를 이끈 유치앙 장 박사는 "야간의 고온은 수면의 정상적인 생리작용을 방해하며, 수면 부족은 면역체계 손상과 심혈관질환, 만성질환, 염증,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중국 산둥성 연구(2025년 9월)는 야간 고온 노출 이후 1~2일 뒤 전체 사망률이 17.6%(OR 1.18), 심혈관 사망률이 22.1%(OR 1.22), 뇌졸중 관련 사망률이 25.6%(OR 1.26)까지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위험은 60세 이상 고령층, 남성, 출혈성 뇌졸중 환자, 농촌 거주자에서 더 두드러졌다.
반면, 주변에 녹지가 많을수록 위험이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 역시 야간 고온이 원인·연령별 사망률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영국 임상데이터 기반 연구는 개인별 위험요인도 짚었다. 우울증 병력이 있는 환자의 폭염 사망 오즈비는 1.25(95% CI 1.09~1.44)로 조사된 모든 기저질환 중 가장 높았고, 심부전·고혈압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도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상승했다.
한국의 여름은 이미 그 경고 안에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 모두 평년보다 잦을 것으로 전망하며 폭염특보 체계를 강화했다. 실제로 올해는 5월에 이미 36도를 찍었고 10월까지 열대야가 예상되는 등 "계절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난해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가축 폐사·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며 "도시의 열섬현상이 밤에도 열을 가두는 구조적 위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에는 연평균 0일이던 극심한 열 스트레스·열대야 발생일이 지난 50년간 급격히 확산됐다. 최근에는 장마 이후 이중열돔 구조로 폭염과 열대야가 장기화될 우려까지 제기됐다.
흥미로운 사실…치킨도, 몸도 밤에 무너진다
일상적 흥미 사례도 이 메커니즘을 뒷받침한다. 낮 폭염과 밤 열대야가 지속되면 식중독균이 32~43도 구간에서 가장 활발히 증식한다. 결국 냉장 보관을 소홀히 한 치킨이 밤사이 위험한 세균 배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낮에는 의식적으로 열을 피하지만, 밤에는 잠든 채 무방비로 고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결과 심장과 뇌에 누적되는 스트레스가 낮보다 오히려 크다는 것이 여러 연구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결론이다.
결국 숫자로 증명된 사실은 명확하다. 낮 46도의 폭염은 눈에 보이는 공포지만, 몸이 회복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밤 35도의 열대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채로 심장과 뇌에 누적손상을 입히는 '조용한 살인자'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