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KB국민은행이 7월 10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전국 일괄 3억원으로 묶으면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정부 기준(6억원)을 절반 이하로 자체 축소했다.
국민은행 측은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와 포트폴리오 선제적 조정"이라는 원론적 설명만 내놨지만, 실제 배경을 뜯어보면 정부 코드에 발맞춘 '알아서 기는' 행보와 지난해 총량 관리 실패라는 두 가지 그림자가 겹쳐 있다.
"총량 여유 있는데 홀로 왜 조였나"…시장의 첫 질문
국내 최대 주택담보대출 취급 은행인 KB국민은행은 총량 관리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한도를 축소했다는 점에서 금융권 안팎의 의문을 샀다. 연합인포맥스는 "국내 최대 주택담보대출 취급 은행으로서 총량 관리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 기준보다 더 강한 자체 규제를 가장 먼저 도입해 정부의 부동산 시장 관리에 충실히 협조하고 있다는 신호를 내보이기 위한 성격"이라는 해석을 전했다.
이는 안철수 의원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가장 먼저 국민의 자금줄을 끊어버렸다"고 비판한 지점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SNS(소셜미디어)에 "국민의 자금줄을 끊고 배반한 KB, 국민이라는 명칭을 가질 자격이 없다"며 "주택대출 반토막 낸 KB국민은행은 차라리 'JM재명은행'으로 간판을 바꾸라"고 비판했다.
진짜 이유는 '지난해 초과분 청산'…국민은행만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더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 실적에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초과했던 영향으로 올해 운용 가능한 대출 여력이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3억원 한도 제한을 "사실상 총량 관리를 위한 마지막 카드"라고 평가했다.
즉 KB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달리 '자율규제 시늉'이 아니라 '더 이상 물러설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초강수를 둔 것으로, 이는 지난해 리스크 관리 실패의 청구서를 올해 실수요자들에게 그대로 떠넘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6개월 만에 목표치 70% 소진…예고된 '조기 마감'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보면 올해 KB국민은행에 부여된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목표는 0.59%로, 신한·하나·농협(각 0.7%), 우리은행(0.71%)보다 낮게 설정됐다. 그런데 지난 2일 기준 5대 은행의 정책대출 제외 가계대출 잔액은 648조3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조335억원 늘어, 이미 연간 목표치(4조3000억원)의 약 70%를 채운 상태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각 은행이 대출 잔액 증가 목표치를 상당수 채운 데다 기접수 대출 승인분만으로도 월별 한도가 꽉 차 있어 7월뿐 아니라 8월 대출까지 조기 마감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KB국민은행이 이 흐름을 가장 먼저, 가장 세게 체감했다는 뜻이다.
6월 22일 '조용한 규제'부터 7월 10일 '정면 축소'까지, 예고된 3단계 조이기
KB국민은행의 대출 조이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은행은 6월 22일 이미 모기지신용보증(MCI)·모기지신용보험(MCG) 가입을 제한해 서울 기준 최대 5500만원, 경기 기준 4800만원의 한도를 우회적으로 깎았다. 이어 7월 8일 발표, 10일 시행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 축소하고, 기존에 한도가 없던 비규제지역까지 3억원으로 일괄 편입시켰으며, 은행 자체 재원의 생애최초 주담대 한도도 동일하게 3억원으로 낮췄다.
잔금 앞둔 실수요자엔 '서류 접수일'이 운명 갈랐다
가장 큰 논란은 소급성이다. 대출 한도 축소는 매매계약일이 아니라 은행 서류 접수일을 기준으로 적용돼, 이미 계약하고 잔금 날짜까지 잡은 실수요자라도 시행일(7월 10일) 전에 접수하지 못했다면 3억원 한도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결국 은행의 '총량 부담'을 해소하는 비용이 그대로 개인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리스크로 전가된 셈이다.
다른 은행은 '조용히', KB만 '정면으로'
같은 시기 다른 시중은행들은 우대금리 축소나 MCI·MCG 가입 중단 같은 우회적 방식으로 실질 한도를 줄이는 데 그쳤지만, KB국민은행만 한도 자체를 절반으로 못박는 정면 승부를 택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KB에 유독 쏠리고 있다.
국내 최대 리테일 뱅크가 정부 규제선보다 앞서 더 강한 자체 규제를 내놓으며 '모범생 코스프레'를 한 결과, 정작 그 부담을 짊어진 것은 계약금을 걸고 잔금을 기다리던 서민·중산층 실수요자들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