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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The Numbers] 북중미 월드컵, 브랜드 '희비 방정식'…오비·하이네켄·아디다스 '울고', 하이트진로·파리바게뜨·에어비앤비 '웃고'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진짜 축구승부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갈린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세 나라 16개 도시에 걸쳐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39일간 48개국이 참가해 104경기를 치르는,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큰 월드컵이다. 초기엔 미국 광고업계가 이번 대회를 두고 "슈퍼볼 열네 번"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규모가 커진 만큼 돈의 흐름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이처럼 축구공이 골대를 흔들 때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주가와 매출 곡선도 함께 출렁였다. 하지만 개막 이후 예상 밖의 이탈 결과가 이어지면서, 수백억~수천억원을 쏟아부은 기업들의 마케팅 시나리오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맥주업계, 브라질·멕시코 16강 탈락에 직격탄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 주가는 7월 6일(현지시간) 브라질과 개최국 멕시코가 나란히 16강에서 탈락한 다음 날 벨기에 브뤼셀 증시에서 4% 넘게 급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B인베브는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중남미에서, 약 20%를 미국에서 올리는 구조여서 두 나라 동시 탈락은 실적 전망에 직격탄이 됐다. 하이네켄도 같은 날 1.4% 하락하며 여진을 피하지 못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사라 사이먼은 투자 보고서에서 "맥주 소비는 조별리그보다 토너먼트 후반부에, 응원 모임과 외식·배달 수요가 몰릴 때 집중되는데 이 상승 요인이 통째로 사라졌다"며 "브라질·멕시코 매출 비중이 큰 AB인베브를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most exposed) 기업"으로 지목했다. 특히 "브라질은 멕시코보다 맥주 시장 규모가 크고 우승 기대도 높았던 만큼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개최국 미국까지 16강에서 조기 탈락하면서 3분기 실적 회복 기대감마저 꺾였다.

 

과거 사례를 보면 맥주업계의 취약성은 처음이 아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도 국내 대표팀의 16강 진출 실패로 식음료·주류업계 매출 신장률이 20~30%에 그쳐, 과거 대형 스포츠 이벤트 때 평균 100% 이상 매출이 뛰었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버드와이저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개최국의 종교적 음주 규제를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경기장 내 맥주 판매가 대회 직전 전면 금지되는 사태를 겪으며 후원 투자 대비 효과(ROI)가 크게 떨어진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아디다스 vs 나이키, 대표팀 성적표에 갈린 승부


월드컵 공식 후원사 아디다스는 대회 초반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회 첫 주 미국 매장 방문객은 평소보다 47% 늘었고, 멕시코 대표팀 유니폼 등 관련 상품 판매도 호조를 보였다. 실제로 아디다스는 2026년 1분기 매출 66억유로(전년 동기 대비 7% 증가), 영업이익 7억유로(16% 증가)를 기록하며 환율 영향을 제외한 실질 매출 성장률은 14%에 달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후원 대표팀인 독일이 32강에서 조기 탈락하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다음 날 아디다스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3% 넘게 하락했다. 후원팀이 탈락하면 해당 국가 유니폼을 정가로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사실상 끝나고, 남은 재고에는 할인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나이키 역시 브라질의 16강 탈락으로 추가 판매 특수를 놓쳤다.

 

두 브랜드의 '유니폼 전쟁'은 오랜 전통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나이키는 브라질·잉글랜드·포르투갈·프랑스·한국 등 10개국을 후원하며 처음으로 아디다스를 앞질렀고, 이는 1970년부터 이어진 아디다스의 공식 후원사 지위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례로 기록됐다. 반면 아디다스는 2012 런던올림픽 당시 공식 후원사임에도 '외부 기업' 이미지를 벗지 못했고, 비공식 후원사였던 나이키가 SNS 기반 게릴라 캠페인으로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으며 브랜딩 실패 사례로 꼽힌 바 있다.

 

한국팀 조기탈락에 공식스폰서는 울상…흔들리지 않는 '선수 개인' 마케팅


한국 대표팀의 32강 진출 실패가 확정되면서 대회 성적에 마케팅을 연동시켰던 기업들은 후속 캠페인을 줄줄이 접고 있다. 특히 공식 스폰서십과 대규모 응원 프로모션을 결합했던 오비맥주 같은 기업의 타격이 두드러진다.

 

반면 손흥민을 단독 광고 모델로 활용한 하이트진로·파리바게뜨 등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는 평가다. 대표팀 일정은 끝났어도 손흥민 개인의 인지도와 상징성은 여전히 유효해 광고 캠페인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도 손흥민을 모델로 쓴 롯데리아는 광고 공개 이후 3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17% 이상 증가했고, 메가커피의 AR 인증샷 이벤트는 한 달도 안 돼 누적 실행률 50만회를 넘긴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대회 성적에 연동된 공식 스폰서십·응원 프로모션은 변수에 취약하지만, 특정 선수 개인 모델 광고는 대회 결과와 무관하게 장기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마케팅 리스크 관리 원칙이 재부각되고 있다.

 

 

숙박·항공업계, 특수는 '반쪽 성공'


경기장 밖 특수 경쟁에서도 온도차가 뚜렷하다. 전통적 수혜 업종인 호텔·항공업계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반면, 공유숙박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비싼 입장권 가격, 까다로운 미국 비자 발급 절차, 16개 개최 도시 간 장거리 이동 부담이 겹치면서 호텔 업계는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고 가성비 좋은 에어비앤비같은 공유숙박이 실속을 챙겼다는 분석이다.

 

애틀랜타의 경우 WSB-TV 보도를 보면 단기임대숙소는 개막 이후 빈방 없이 예약이 이어졌고, 한 호스트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소 5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숙박료도 평소보다 80% 가까이 오른 1박 200~250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에어비앤비는 신규 호스트가 첫 게스트를 맞이하면 750달러 보너스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프로그램까지 가동하며 공급 확대에 나섰고, 호스트 평균 수입은 대회 기간 약 3000달러로 추산된다. 반면 호텔업계는 "객실 절반이 비어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올 정도로 대조적인 결과를 보였다.

 

FIFA 공식 파트너 vs 비공식 도전자


FIFA 공식 파트너 최상위 계층에는 아디다스·코카콜라·비자·현대차·기아·사우디 아람코·카타르항공·레노버가 이름을 올렸고, 그 아래 '월드컵 스폰서' 계층에는 AB인베브(버드와이저)·맥도날드·뱅크오브아메리카·레이즈(프리토레이)·버라이즌·유니레버(도브)·멍뉴·하이센스가 자리했다. 이 최상위 권리를 사들이는 데만 2026년 한 해 후원 수익이 1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식음료·생활용품 업계가 이번 대회를 겨냥해 쏟아붓는 마케팅 비용은 75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공식 후원료를 내지 않은 나이키의 대응 방식이다. 나이키는 단 한 푼의 월드컵 후원료 없이도 호날두·음바페와 블랙핑크 리사를 잇는 12주짜리 소셜미디어 콘텐츠 캠페인으로 팬의 타임라인을 파고들었다. 반면 공식 파트너 아디다스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를 앞세운 5분짜리 단편영화(제작비 1억5000만~2억달러 추정)로 메시·야말·벨링엄을 한 화면에 모았고, 개막 전부터 약 2억9000만달러어치의 월드컵 관련 상품을 판매했다.

 

일본 기업의 이탈과 한국과 중동 기업의 부상도 눈에 띈다.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이 후원사 명단에서 완전히 사라진 반면, 이번 대회 후원사 20곳 중 중국 기업만 4곳으로 후원액이 5억달러(약 7600억원)에 육박해 개최국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그 빈자리를 한국의 현대차·기아, 사우디의 아람코, 카타르항공이 채우며 후원사 판도 자체가 재편됐다.

 

 

국가별 응원 열기와 마케팅의 상관관계


디애슬레틱 분석에 따르면 대표팀 응원 강도는 나라마다 역사·정치·문화적 배경에 따라 크게 갈린다. 브라질은 코파 아메리카 9회 우승 전통 속에 대표팀 응원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며 월드컵 기간에는 리그마저 멈추고 전 국민이 대표팀에 집중한다.

 

모로코는 프랑스 식민 지배에 대한 저항 정체성이 대표팀 응원 열기에 스며 있고, 최근 성적 향상으로 젊은 팬층까지 뜨거워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반면 스페인은 카탈루냐·바스크 등 지역 정체성 문제로 대표팀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응원 강도의 차이는 결국 스폰서 브랜드의 노출 효과와 직결된다. 응원 열기가 뜨거운 국가일수록 대표팀 유니폼과 관련 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반대로 대표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낮은 국가에서는 같은 브랜드라도 마케팅 효과가 제한적이다. 결국 이번 대회는 '누가 얼마를 후원했는가'보다 '어느 나라 팬이 얼마나 뜨겁게 응원했는가'가 브랜드 매출을 가르는 더 결정적인 변수였음을 보여준다.

 

마케팅 관점의 스폰서십, 양날의 검


이번 월드컵이 보여주는 핵심은 '성적 연동형 마케팅'의 구조적 리스크다. 공식 스폰서십과 대표팀 성적을 직접 연계한 브랜드일수록 대회 결과에 따른 등락폭이 컸고, 반대로 개인 선수 브랜드나 콘텐츠 중심 전략을 취한 쪽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결국 이번 대회는 "브랜드 노출량보다 리스크 분산 설계가 마케팅 성패를 가른다"는 오래된 스포츠 마케팅 원칙을 재확인시켜준 무대였다.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투자은행들이 대회 초반부터 국가별 성적과 매출 비중을 매칭해 리스크 노출도를 분석했던 것도, 이제 월드컵 마케팅이 단순한 브랜드 노출 경쟁을 넘어 정교한 시나리오 플래닝의 영역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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