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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공간사회학] 네덜란드 박물관, 땅콩버터로 뒤덮다…스히퍼스 추모와 '부조리 개념미술'의 유산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반 뵈닝겐 박물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이 네덜란드 현대 미술에서 가장 독특한 작품 중 하나인 '땅콩버터 바닥'을 재현했다.

 

이는 지난 6월 10일 암스테르담에서 83세로 별세한 개념 미술가 빔 T. 스히퍼스(Wim T. Schippers)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대중 개방형 수장고 '데포(Depot)' 바닥 전체를 땅콩버터로 뒤덮는 추모 전시를 열었다.

 

363kg, 샌드위치 1만5000개 분량


BBC, The Boston Globe,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술관 직원 2명이 여러 날에 걸쳐 25제곱미터 크기의 육각형 바닥에 칼베(Calvé) 브랜드 땅콩버터 40통, 총 800파운드(약 363kg)를 발랐다고 전했다.

 

이는 일반 가정용 샌드위치 약 1만50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작가의 원래 지침에 따라 두께 2센티미터로, 알갱이가 없는 매끄러운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제작 규정이 그대로 지켜졌다. '피넛버터 플로어(Peanut Butter Floor)'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7월 9일 개막해 두 달간 진행되며 9월 6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1969년작 '핀다카스블뢰르'의 반복되는 부활


이 작품의 원제는 '핀다카스블뢰르(Pindakaasvloer)'로, 스히퍼르스가 '바닥 덮개 시리즈'의 일환으로 처음 선보인 해에 대해서는 표기 차이가 있다. AP·보스턴글로브는 1969년으로, 영국 BBC 뉴스라운드는 1962년으로 각각 보도해 정확한 최초 제작연도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 작품이 미술관 컬렉션에 '개념'으로 등록되어 있어, 실물이 아니라 재현 지침 자체가 소장 대상이라는 점은 모든 매체가 공통적으로 전한다. 실제로 2011년 재현 당시에는 다수의 관람객이 실수로 작품을 밟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 공개형 수장고에서 열린 전시


이번 전시가 열린 데포 보이만스 반 뵈닝겐은 2021년 11월 네덜란드 국왕이 직접 개관한 세계 최초의 완전 개방형 미술품 수장고로, MVRDV가 설계했으며 높이 39.5m, 외관은 1664개의 거울 패널(총 6609㎡)로 이뤄져 있다. 15만점이 넘는 방대한 소장품을 일반에 공개하는 이 건물은 로테르담 뮤지엄파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으며, 성인 입장료는 20유로 수준이다.


부조리 예술가의 다층적 유산


스히퍼르스는 시각예술뿐 아니라 방송 분야에서도 독보적 존재로, 네덜란드판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어니(Ernie)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아 대중적으로도 친숙한 인물이었다. 그의 '바닥 덮개 시리즈'는 특정 물질과 재료 자체를 예술적 매체로 전환시킨 실험으로 평가받으며, 이번 재현은 실물 보존이 아닌 '지침의 재실행'이라는 개념미술 본연의 문법을 다시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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