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처럼 무너지면 늑장 보수공사라도 하려는 건가.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일 좀 하라 제발." (인스타그램 아이디 XXX_011102)
"저거 무너지는 순간 시장 옷 벗고 정치생명 끝나는 건데 왜 저러고 넘기려고 하는지." (인스타그램 아이디 XXXXXholic2)
서울 강남구 성수대교 남단 진입 램프에서 약 9cm 높이의 단차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성수대교 근처는 당분간 피하자", "사고가 나야만 움직이냐"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순식간에 수천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과 달리, 서울시의 반응은 온도 차가 컸다. 서울시는 "시공 직후부터 존재했던 단차이며, 2년 주기의 정밀안전점검 결과 추가로 내려앉는 '진행성'이 없어 구조적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창우 숭실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상식적으로 단차가 1~2cm만 돼도 문제인데, 9cm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미국 연방도로청(FHWA) 교량 설계 지침 등 국제 기준에 따르면, 교량 접속부의 허용 침하량(단차)은 통상 13mm(0.5인치) 이내로 규정된다. 이를 초과하면 차량 주행 시 '단차 충격(Bump at the end of the bridge)'이 발생해 교량 구조물에 지속적인 피로 하중을 가하게 된다. 성수대교 진입 램프의 9cm(90mm) 단차는 국제 허용 기준의 약 7배에 달하는 수치다.
1994년 성수대교, 2026년 서소문 고가차도의 데자뷔
시민들이 9cm 단차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1994년 10월 21일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참사의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당시 32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이 참사 역시 붕괴 직전 교량 이음새가 벌어지고 상판에 단차가 발생했다는 민원이 수차례 접수됐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땜질식 임시 조치로 일관했고, 결국 비극을 막지 못했다.
불과 한 달여 전인 2026년 5월 26일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도 시민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3명이 사망한 이 사고 당시에도 붕괴 전 상판이 2.9cm 내려앉는 단차 현상이 계측 장비에 포착됐다. 2.9cm의 단차에도 상판이 무너져 내렸는데, 9cm 단차를 '안전하다'고 단언하는 행정 당국을 향해 시민들이 불신을 쏟아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빨리빨리'가 만든 압축성장의 그늘, 늙어가는 인프라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는 한국 사회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압축성장이 낳은 비극이었다. 1970~80년대 고도성장기, 한국은 효율성과 속도를 최우선으로 삼아 인프라를 건설했다.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유지관리와 안전 점검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사용 연수 30년 이상인 노후 교량은 5,926개로 전체의 18.6%를 차지했다. 2030년에는 이 비율이 51.3%(16,310개)로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서울의 노후 교량 비율은 25.5%로 전국 평균(17.1%)을 훌쩍 뛰어넘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교량의 평균 공용 연수는 약 30년으로 일제히 노후화가 진행 중"이라며 "시특법에 의한 주기적 관리에도 불구하고 육안 점검 위주의 진단 방식 탓에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후약방문식 행정, '안전 문화'의 부재
서울시는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치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뒤늦게 정밀안전진단과 시내 교량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취재가 시작되자' 움직이는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식 행정이다.
성수대교 참사 이후 32년이 지났고, 그 사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다. 그러나 현장의 안전 불감증과 행정 편의주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외 선진국들이 교량 점검 시 구조물에 직접 접근해 결함을 확인하는 '근접점검(Hands-on Inspection)'을 의무화하고 예방 중심의 투자를 늘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9cm 단차 논란은 단순한 도로 파손 문제를 넘어, 국가 인프라 안전을 대하는 행정 당국의 안일한 태도와 이에 대한 시민들의 깊은 불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2년 전 성수대교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사고가 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라'는 것이었다.
"다 괜찮아, 죽으면 그때 생각해 볼게." (인스타그램 아이디 1000XXXX2)
시민의 뼈있는 조소가 뼈아프게 다가오는 지금, 정부와 지자체는 낡은 인프라에 대한 예방적 유지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다음 붕괴를 막을 골든타임은 그리 길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