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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내궁내정]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9월 21일) "나이가 들면 뇌 기능이 떨어진다? 오히려 안쓰면 퇴화"…뇌 노화의 6가지 과학적 진실과 숨겨진 역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9월 21일은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자 ‘치매극복의 날’이다. 고령사회가 빠르게 현실이 된 지금, 치매는 개인과 가족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그러나 뇌의 노화가 곧바로 인지 능력의 일방적 쇠퇴나 치매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기억력과 처리 속도에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지만,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지식과 판단력은 오히려 깊어질 수 있으며, 뇌는 평생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기능을 재편하는 신경가소성을 유지한다.

 

뉴스스페이스는 이날을 맞아 뇌 노화를 둘러싼 여섯 가지 과학적 진실과 역설을 정리했다. 나이가 들수록 뇌는 정말 퇴화하기만 하는지, 왜 어떤 사람은 고령에도 뛰어난 기억력과 판단력을 유지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오늘부터 바꿀 수 있는 뇌 건강의 조건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면 뇌 기능이 떨어진다'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많은 이들이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택하고, 새로운 기회 앞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라며 말끝을 흐리곤 한다.

 

그러나 Northwestern Medicine, Verywell Mind, 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 Ananthaswamy, Yale School of Public Health 등의 최신 뇌과학 연구와 철학적 성찰은 우리가 알고 있던 '뇌 노화'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집고 있다. 뇌 기능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뇌의 크기나 신경세포의 수가 아니라, 뇌세포들을 잇는 '연결 신경망'과 이를 유연하게 재편하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다.

 

 

1. 뇌 노화의 역설…감소하는 세포, 진화하는 지능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와 그들을 연결하는 수조 개의 시냅스로 이루어진 복잡한 기관이다. 과거에는 뇌가 성인기 초반에 성장을 멈추고 이후로는 퇴화만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뇌가 평생에 걸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 구조를 재편하는 '신경가소성'을 유지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2026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의 '슈퍼에이저(SuperAger)' 연구에 따르면, 80대 이상이면서도 50대 수준의 뛰어난 기억력을 유지하는 이들의 뇌는 일반 노인이나 심지어 젊은 성인보다도 해마(Hippocampus)에서 새로운 신경세포를 최대 2.5배 더 많이 생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나이가 들어도 뇌가 생물학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지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유동적 지능(Fluid Intelligence)'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으로, 20대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감소한다. 반면, 경험과 학습을 통해 축적된 지식, 어휘력, 그리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결정적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향상된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National Institute on Aging)의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들은 젊은 층에 비해 어휘력이 풍부하고 단어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는 단순한 암기력이나 반응 속도는 느려질지라도, 뇌를 전체적으로 통합하여 활용하는 종합적 지능은 노년기에 더 성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뇌의 보상 메커니즘… 양측 뇌를 활용하는 지혜

 

뇌 영상 기술의 발달은 노년기 뇌의 놀라운 생존 전략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젊은 성인들은 특정 인지 작업을 수행할 때 주로 한쪽 뇌 반구(주로 좌뇌)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같은 작업을 수행할 때 양쪽 뇌 반구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를 뇌과학에서는 'HAROLD(Hemispheric Asymmetry Reduction in Older Adults) 모델'이라고 부른다.

 

이는 뇌가 노화로 인한 국소적인 기능 저하를 보상하기 위해, 다른 영역의 신경망을 추가로 동원하여 성능을 유지하려는 적극적인 적응 과정이다. 즉, 나이가 들면서 뇌는 더 많은 자원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로운 방식'으로 작동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관점을 이해하는 사회적 능력의 중심인 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20대 이후에도 계속해서 성숙해지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다.

 

3. 철학적·문화적 관점… 동서양이 바라본 노년의 지혜

 

뇌과학이 밝혀낸 노년기의 인지적 변화는 오랜 세월 인류가 철학적으로 탐구해 온 '지혜(Wisdom)'의 개념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지혜를 보편적 진리를 아는 '소피아(Sophia)'와 실천적 지혜인 '프로네시스(Phronesis)'로 구분했다. 프로네시스는 경험을 통해 축적되며, 언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아는 판단력이다. 뇌과학자 딜립 제스테(Dilip Jeste)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지혜의 구성 요소(감정 조절, 친사회적 행동, 실용적 지식, 불확실성 수용 등)는 노년기에 활성화되는 전두엽 및 변연계 네트워크의 기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문화적 배경도 뇌의 노화와 지혜에 영향을 미친다. 서양 문화는 독립적 자아를 중시하는 반면, 동양 문화는 상호의존적 자아와 관계를 중시한다. 이고르 그로스만(Igor Grossmann)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상호의존성을 중시하는 문화권의 사람들은 갈등 상황에서 자신을 객관화하는 '탈중심화(Decentering)' 능력이 뛰어나며, 이는 노년기의 지혜로운 추론을 돕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4. 치매와 뇌 건강…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45%

 

물론 노화가 가져오는 질병의 위험을 간과할 수는 없다. 2025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3%를 차지하며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3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치매 유병률은 9.25%에 달하며,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8.42%로 보고됐다.

 

그러나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의 2024년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발병의 약 45%는 14가지의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을 관리함으로써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이러한 통계는 뇌 노화가 전적으로 유전이나 운명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습관과 사회적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5. 뇌가 노화하는 진짜 이유… "쓰지 않기 때문"

 

고해상도 MRI(PET-MRI, 2.0T, 7.0T MRI)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의학계에 한 획을 그은 세계적인 뇌과학자 조장희 박사(89세, 고려대 석좌교수)는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생 수많은 사람의 뇌를 관찰해 온 그는 뇌 노화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묵직한 통찰을 던진다.

 

"뇌가 노화하는 진짜 이유는 나이 때문이 아니라, 뇌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절은 많이 쓰면 닳지만, 뇌는 안 쓰면 퇴화합니다."

 

실제로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의 2026년 연구에 따르면, 노화에 대해 긍정적인 신념을 가진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인지 기능과 신체 능력이 향상될 확률이 훨씬 높았다. 연구에 참여한 노인의 약 32%가 12년의 추적 기간 동안 인지적 향상을 보였으며, 이는 "노화는 곧 쇠퇴"라는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다.

 

 

6. 당신의 도화지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거나, 흥미가 없다는 핑계로 주저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삶에 찾아올 수많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뇌과학이 증명하듯, 우리의 뇌는 죽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낼 준비가 되어 있다.

 

저마다의 인생에는 자신만의 도화지가 주어지며, 그 도화지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사뮤엘 울만의 시처럼, 청춘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를 놓아버릴 때 비로소 뇌는 늙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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