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애플의 중국산 D램 도입 검토를 “실사용보다 협상력이 핵심인 전략 카드”로 규정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최근의 공포심리가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공포심리, AI 설비투자가 현실 체크포인트
올해 초 구글이 AI 추론 메모리 요구량을 최대 6배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 ‘TurboQuant’ 압축 기술을 공개하자, 마이크론 등 메모리 주가는 단기간에 두 자릿수 급락을 기록하며 “AI 시대에 메모리 수요가 줄어든다”는 공포가 시장을 뒤덮었다.
BofA는 이번 리포트에서 “AI 설비투자(capex)가 실제 수요의 궁극적 증거이지, 효율화 기술이 수요를 결정하는 잣대는 아니다”라며 이런 우려를 재차 일축했다.
BofA는 메타가 2026년 AI 인프라에 1,250억~1,450억달러 규모의 설비투자를 가이던스로 제시한 점을 들어, 메모리 수요의 체력이 여전히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 입장에서 메타의 수십조원대 지출 계획은 서버용 D램·HBM 수요의 ‘앵커 역할’을 하며, 단기 효율화 기술이 만들어내는 변동성보다 장기 투자 계획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게 BofA의 논리다.
CXMT 카드 꺼낸 애플, “보급형 한정 + 협상용”이라는 BofA의 해석
BofA는 별도의 분석에서 애플이 중국 D램 업체 CXMT(창신메모리)의 LPDDR5X를 도입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미 상무부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하며, 이를 단순 조달전략이 아닌 가격협상용 카드로 해석했다.
CXMT는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 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제재 리스크가 큰 만큼, BofA는 애플이 해당 메모리를 아이폰 18e 등 보급형 라인에 한정해 적용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BofA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CXMT 카드를 쥔 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2026년 하반기~2027년 메모리 공급 계약을 재협상하면서, 단가 인상 압박을 일부 상쇄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애플이 중국 YMTC·CXMT와 접촉하는 움직임을 두고 “한국 메모리 업체와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심리전”이라고 주요매체들도 보도한 바 있다.
DRAM 3사의 ‘700% 가격 상승’ 집단소송, 애플 협상 환경을 뒤흔들다
애플이 CXMT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공급망 긴장도 급격히 높아진 DRAM 시장 구조가 자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상대로 “HBM 전환을 빌미로 범용 D램(DDR3·DDR4) 공급을 조직적으로 줄여 가격을 올렸다”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원고 측은 이들 3사가 글로벌 D램 매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를 이용해 2022년 이후 범용 D램 공급을 제한했고, 그 결과 지난 4년간 가격이 약 700% 폭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Tom’s Hardware 보도에 따르면, 이번 소송에는 미국 소비자·PC 유통업체 등 10여 명·곳이 참여했으며,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재고관리’ 명분으로 생산을 줄였지만 실제로는 AI용 HBM 생산 비중을 급격히 늘리며 소비자용 D램 공급 부족을 유도했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소송의 사실관계와 담합 여부가 법원에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700% 가격 상승이 담합의 결과라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원고 측의 주장일 뿐이다.
애플, 가격결정력으로 비용 압박 상쇄 가능하다는 BofA
애플은 한국 메모리 3사와 맺었던 기존 장기 공급계약이 2026년 초 만료되면서, 현물가격 급등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로 전환된 상태다.
이와 맞물려 애플이 아이폰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자, BofA 애널리스트 왐시 모한은 “메모리 비용 상승이 애플 마진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애플은 강력한 브랜드와 가격결정력을 바탕으로 일부 비용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며 애플에 대한 ‘매수(Buy)’ 의견을 유지했다.
워낙 견고한 수요와 생태계를 확보한 만큼, 애플이 메모리 단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더라도 수요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결국 BofA가 보는 그림은 이렇다. 애플은 CXMT라는 ‘중국 카드’를 통해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과의 가격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확보하고, 남는 비용 압박은 아이폰 등 고가 디바이스의 가격 조정을 통해 상쇄하면서도, 메모리 수요 자체는 메타 등 빅테크의 막대한 AI 투자 덕분에 구조적으로 유지된다는 시나리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