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한국 증시가 사상 초유의 변동성 쇼크를 맞으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규제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국은 유동성 공급자(LP) 감독 강화와 운용사 제재 방안을 포함한 ‘핀셋 규제’ 재설계를 예고했지만, 국내외에서 상장폐지까지 거론되는 등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기록적인 VKOSPI와 사이드카 난사
올해 코스피는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변동성을 기록하며 이미 사이드카를 31차례 발동,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6회 기록을 넘어섰다. 흔히 ‘한국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KOSPI200 변동성지수(VKOSPI)는 6월 29일 장중 97.99까지 치솟아, 3월 초 전고점 83.58을 크게 웃도는 신기록을 세웠다.
6월 23일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승인에 대한 공개적 유감을 표명한 직후 코스피가 하루 만에 9.99% 급락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추산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 약 60억 달러어치가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리밸런싱 과정에서 일제히 매도되면서, 두 종목 합산 거래량의 약 14%를 차지하는 매물이 시장에 쏟아졌다.
‘삼전닉스’에 빨려 들어간 212조…시장 구조의 변모
금융위원회가 4월 승인해 5월 22일부터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16개 상품이다. 이 상품들은 첫 거래일 하루에만 10조원이 넘는 거래대금을 기록했고, 6월 기준 월간 합산 거래량이 212조원에 달해 국내 전체 ETF 거래의 26% 이상을 차지했다.
KB자산운용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에서 레버리지·인버스·‘곱버스’ 등 파생형 ETF 88개가 전체 거래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평균 거래대금 기준으로도 전체 ETF의 31%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 구조 위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얹히면서, 거래 쏠림과 변동성 증폭 효과가 증시 전반을 뒤흔드는 ‘레버리지 과잉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증권가 안팎에서 나온다.
가격 괴리 사태와 LP 규제 카드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은 6월 9일 가격 괴리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가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 주가가 8% 하락한 상황에서 약 50% 급등한 뒤, 다음 날에는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르는 가운데 ETF가 40% 폭락하는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는 장 마감 무렵 유동성 공급자(LP)의 호가가 증발하면서 발생한 가격 괴리 현상으로, 한국거래소는 이후 다수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7월 5일자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LP 평가 기준 강화, 괴리율 초과 사고 발생 시 자산운용사 제재 부과 등 감독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며, 6월 한 달에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괴리율 초과 공시 건수가 57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 두 종목에 몰린 레버리지…시스템 리스크 경고
한국은행은 레버리지 상품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반도체 종목에 집중되면서 시스템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자의 약 92%는 개인 투자자이며, 펀드 출시 당시 약 30억 달러 수준이던 자산 규모는 현재 약 14조원(약 91억 달러)으로 급증했다.
이복현 원장은 6월 22일 브리핑에서 “돌이켜보면 출시에 반대하기 위해 강경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히며, 사후 규제 강화만으로는 구조적 위험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이미 신용융자 잔액은 5월 말 기준 39조4000억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코스피 신용융자 비중과 레버리지 ETF 투자 규모가 동반 확대되는 ‘빚투와 레버리지의 결합’ 양상이 관측되고 있다.
안철수 “상장폐지 검토”·정치권 책임 공방
국내 정치권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본격화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7월 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코스피가 카지노로 전락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 검토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에게 금융위원장·금감원장 파면을 요구했다.
안 의원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6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가분수 구조 위에 레버리지를 겹쳐 쌓으면서 일일 리밸런싱과 차익 시도로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홍콩 증시 상장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 투자금 11조원 가운데 국내로 유입된 자금이 약 5000억원 수준에 그치고, 환율이 155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면서 당초 기대했던 해외자금 환류·환율 방어 효과도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레버리지 상품 특유의 ‘음의 복리 효과’로 투자자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안 의원은 “출시된 14개 삼전닉스 레버리지 모두 한 달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최대 35.9%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하는 대신 상관계수 0.7에 묶인 액티브 ETF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해외 사례와 국내 규정 재검토의 쟁점
미래에셋증권 보고서는 미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 사례를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소극적 기준 1조7000억원, 적극적 기준 5조3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보고서는 보통주·기존 반도체 ETF·홍콩 ETP에서 이전되는 수요가 총액의 85~88%를 차지해 신규 수요는 12~15%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지만, 상장 초기 5거래일 동안 단기 변동성 급증 가능성을 경고했다.
실제 상장 이후 몇 주 사이 VKOSPI가 90선을 돌파하고 코스피가 일일 10%에 육박하는 폭락을 경험하면서, 해외 ETP 사례를 그대로 이식한 국내 규제 프레임이 한국 시장의 구조적 특수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이 60%에 달하는 ‘극단적 집중 구조’와,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인버스 ETF 단기 매매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거래 행태가 맞물리며 변동성이 증폭된 것이다.
국회와 정치권에서 상장폐지 카드까지 공개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 자체를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와 정책당국에 남은 과제
전문가들은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단기 트레이딩 또는 일부 포지션 헷지 수단으로 한정해 활용할 것을 권고하며, 기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구조상 장기 보유 시 계좌에 불리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정치권이 동시에 ‘삼전닉스 레버리지’의 시스템 리스크를 경고한 이상, 규정 재검토는 단순한 LP 감독 강화 차원을 넘어 레버리지 ETF 전체의 상품 설계·적합성 심사·시장 구조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변동성 쇼크는 레버리지 ETF라는 파생형 상품이, 시가총액과 신용융자·개인투자 비중이 한 종목군에 과도하게 쏠린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규제 당국이 ‘롤러코스피’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개인 투자자가 레버리지의 유혹 대신 구조적 위험을 직시할 수 있을지가 한국 자본시장의 다음 분기점을 가를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