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구글 지도와 제미나이 AI가 결합해 ‘지도형 생활 에이전트’로 진화 얘기가 나오면서 한국의 배달앱과 글로벌 딜리버리 플랫폼은 주문·경로·결제를 하나로 엮는 ‘경로 기반 주문 OS’와 경쟁해야 하는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구글 지도·제미나이 결합, ‘생활 OS’로의 도약
구글 지도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26.27.00.941319029) 코드에서는 “Ask Maps to order food”라는 문자열과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지역 맛집을 찾아주고, 이동 중에도 Maps가 대신 주문해준다”는 설명, “try it out”“maybe later” 등 온보딩 버튼 텍스트가 포착됐다. 이는 단순 테스트 문구를 넘어 최소한 UX 플로우까지 설계가 진척된 상태라는 점에서, 지도 앱이 거래형 에이전트 기능을 품은 ‘생활 OS’로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미 구글은 미국·인도에서 지도 내 대화형 추천 기능 ‘Ask Maps’를 통해 “오늘 밤 테니스를 칠 수 있는 조명이 있는 공공 코트는 어디냐”, “줄 서지 않고 충전 가능한 카페가 있느냐”는 식의 자연어 질의에 장소·경로·예약까지 연동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3억개가 넘는 장소 데이터와 5억명 이상 이용자 후기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최적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안드로이드용 Gemini의 화면 자동화 기능으로 DoorDash·Grubhub·Uber Eats 앱 조작을 위임해 주문·호출·장바구니 작업을 처리하는 베타가 이미 제공 중이라는 점에서, “길 안내 + 음식 주문”의 통합 워크플로는 기술적으로는 거의 준비가 끝난 상태에 가깝다.
한국 딜리버리 시장 구조와 수치
국내 배달앱 시장은 사실상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3강 구도로 굳어져 있다. 이들 3개 앱이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의 97%를 차지해 상위 3사가 거의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후 2025년 기준 시장 판도는 ‘배민·쿠팡이츠 양강, 요기요 추락’이라는 그림으로 재편됐다. 한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배달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배달의민족 2,237만명(점유율 59.75%), 쿠팡이츠 1,090만명(26.47%), 요기요 약 520만명(13.79%)으로 집계돼, 배민이 여전히 압도적 1위지만 쿠팡이츠가 2024년 8월 810만명에서 반년 만에 1,000만명을 넘기며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또 다른 브랜드 인식 조사(2025년 6월, 20~39세 소비자 403명 대상)에선 인지도 측면에서 배민·쿠팡이츠·요기요 3사가 근소한 차이를 보이지만, ‘가장 자주 이용’ 지표에서 배민이 55% 안팎, 쿠팡이츠는 약 30%, 요기요는 한 자릿수대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돼, 실제 주력 이용 브랜드에서는 배민의 지배력이 여전히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배달앱 3강 구조가 굳어진 상태에서, 외부에서 ‘경로 중심의 주문 에이전트’가 들어오는 충격은 단순한 경쟁사 추가가 아니라 이용자 여정 자체를 재편하는 구조적 변수에 가깝다.
‘지도형 주문 에이전트’가 여는 새로운 경쟁 축
지도와 AI 에이전트 기반 주문 기능이 상용화될 경우, 경쟁의 축은 기존의 ‘앱 내 카테고리·프로모션 중심’에서 ‘경로·상황 중심’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첫째, 출발지·경로·도착지 정보를 기반으로 “퇴근길에 들를 수 있는 국물 요리 포장, 도착 시간에 맞춘 배달” 같은 상황 맥락형 주문이 자연어 한 번으로 가능해진다. 이는 지금의 배달앱이 주로 ‘집·사무실 고정 주소에서 메뉴 탐색 후 주문’하는 프로세스와 다른 UX 축이다.
둘째, 구글 지도는 이미 몰입형 내비게이션 기능에서 3D 환경·차선·교통·주차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정부가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면서 국내 지도 시장의 데이터 격차는 사실상 사라졌다. 이런 환경에서 경로·정차지점·주차장 정보까지 고려한 ‘드라이브 스루형 주문·픽업’과 같은 신규 시나리오는 배달앱 입장에서는 새로운 전장이다.
2026년 2월 기준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지도 서비스 현황은 네이버 지도가 MAU 2,845만명, 점유율 72.4%로 1위이며, 2, 3위는 티맵·카카오맵이 그 뒤를 잇고 구글 지도는 4위(점유율 23.95%, MAU 941만명)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고정밀 지도 반출 허용 이후엔 이 격차가 데이터 품질의 차이가 아니라 AI 에이전트 성능·서비스 설계의 차이로 재정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배달앱 + 토종 지도’ 연합과 ‘구글 지도 + 글로벌 딜리버리’ 연합 간 OS 수준 경쟁 구도도 상정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에 대한 직접적 영향
지금까지 한국 배달앱의 주문 진입점은 대부분 ‘배민 앱 아이콘을 누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구글 지도-제미나이 결합형 에이전트가 “회사 근처에서 매운 국물 요리 포장해줘”, “지금 집으로 가는 길에 치킨 배달 도착하게 맞춰줘” 같은 자연어 명령으로 경로 안내와 주문을 동시에 처리하는 기능을 제공하면, 진입점은 ‘지도 앱에서의 음성 대화’로 옮겨갈 수 있다.
이 경우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는 직접적인 앱 열기 빈도가 줄고, 구글 지도 내에서 ‘백엔드 주문 처리 플랫폼’ 또는 ‘결제·정산 인터페이스’ 역할로 재편될 위험이 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저녁에 뭐 시켜먹지?”라는 생각이 “배민 열자”가 아니라 “지도에 물어보자”로 전환될 경우, 상기도·브랜드 퍼널에서 배달앱의 힘은 약해지는 반면, 구글 지도·제미나이가 ‘카테고리 진입점(Category Entry Point)’을 빼앗아가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수수료·마케팅 구조의 압박도 또 다른 변수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2025년 초 기준 과거 ‘울트라콜(월 8만8000원 고정 광고비)’ 모델을 폐지하고, 어떤 주문이든 최소 10% 이상 수수료가 발생하는 구조로 전환해 점주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쿠팡이츠는 무료 배달·쿠폰 등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려왔으나, 수익성 확보 과제가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 에이전트가 주문·배달·결제를 통합한 API를 제공하고, 배달앱이 그 위에 얹히는 형태의 생태계가 조성될 경우 구글 레이어에서 한 번 더 수수료 또는 광고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이미 높아진 플랫폼 수수료 구조에 추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구글 지도는 길찾기·관광·모빌리티·로컬 검색 등에서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와 광고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배달앱이 가진 ‘주문 데이터’만으로는 방어하기 힘든 수준의 타기팅 광고·추천 엔진을 구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배달앱은 “로컬 상점 광고·프로모션” 영역에서도 구글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로컬강자 배달앱들이 이젠 글로벌 플랫폼 빅테크기업과의 직접 경쟁 격화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구글은 이미 Gemini를 통해 DoorDash·Grubhub·Uber Eats와 연동해, 앱 화면 자동화로 메뉴 탐색·장바구니 담기·차량 호출 등을 처리하는 베타 기능을 제공 중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기술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적용해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와 연동하거나, 향후 글로벌 배달 플랫폼의 한국 진출 시 지도·제미나이 레이어부터 바로 통합하는 시나리오를 가능하게 한다.
해외 딜리버리 플랫폼이 구글 지도·제미나이와 결합해 ‘관광객·외국인 중심 on-the-go 주문 서비스’를 먼저 선점할 경우, 국내 배달앱은 자국민 중심 시장에 갇히고 외국인·관광 수요에서 구글 생태계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정부가 2026년 구글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조건부 허용하며 “한국 관광의 글로벌 재도약 촉매제”라는 평가를 내놓은 상황에서, 관광·외국인 시장에서 구글 지도가 사실상 기본 인프라가 되는 흐름을 배달앱이 어떻게 활용·견제할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규제·책임·데이터 주권 측면의 변수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AI 에이전트가 음식 주문·경로 안내·결제 직전까지를 처리하는 구조에서는 여러 정책 변수와 책임 문제도 동시에 부상한다.
결제 단계에 대해 Times Now 등 해외 매체는 “어느 기업도 AI에게 결제 승인 권한을 완전 위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종 결제에는 인간 개입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에서도 전자금융거래법·전자상거래법 등 규제 체계가 AI 에이전트의 주문·결제 대행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따라, 배달앱과 구글·제미나이 간 책임 배분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주문 오류·배송 실패·위치 정보 오인 등에 따른 책임을 ‘지도 에이전트·배달앱·가맹점·라이더’ 중 누가 부담할지, 개인정보·위치정보·주문데이터를 누구의 데이터로 볼지 등의 문제는, 이미 “데이터 주권이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국내 공간정보 전문가의 우려와 맞물려 규제 논쟁을 예고한다.
이러한 이슈가 정리되기 전까지는 구글 지도-제미나이형 주문 기능이 한국에서 곧바로 상용화되기보다, 제한된 베타·파트너십 형태로 시험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배달앱 3강의 대응 전략…구글 에이전트와의 전략적 제휴
현재까지 구글이 “Ask Maps to order food” 기능의 출시 일정·지원 국가·제휴 배달 플랫폼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며, 한국의 배달의민족·요기요와 직접 제휴할지, 기존 제미나이 화면 자동화처럼 사용자 스마트폰 화면을 조작하는 방식으로만 동작할지 역시 전혀 확인된 바 없다.
하지만 구글 지도-제미나이 에이전트가 국내에서 본격 상용화될 경우, 배달앱이 이를 ‘상위 OS’로 인정하고 백엔드 주문·결제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적 제휴의 길도 있다.
이 경우 배달앱은 지도·경로·추천 등 프론트엔드를 구글에 맡기고, 가맹점 네트워크·라이더 운영·고객 서비스·로컬 마케팅에서 차별화를 추구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다만 이렇게 되면 데이터·브랜드 주도권 상당 부분을 구글에 넘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 ‘데이터 주권 종속’ 리스크를 동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