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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반값 약값 '제네릭'의 진실"… 한국 복제약은 왜 미국보다 1.6배 비싼가

1. 제네릭이란 무엇인가…'복사본'이 아닌 '동등한 약'
2. 제네릭이 바꾼 세계… HIV 치료비를 200분의 1로 낮추다
3. 미국은 연간 640조원 절감, 한국은 제자리걸음
4. 한국 제네릭이 비싼 3가지 구조적 이유
5. 정부의 '13년 만의 대수술'과 업계의 반발
6. 제네릭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사실들
7. 진정한 '반값 약값'은 가능한가…소비자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소셜미디어에서 "약값 반값으로 사는 방법"이라는 숏츠영상이 입소문을 탔다.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단 이 영상은 게시된 지 이틀 만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댓글에는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다", "왜 의사가 알려주지 않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영상이 던진 화두 뒤에는 훨씬 복잡하고 불편한 현실이 숨어 있다. 한국의 복제약 가격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두 번째로 비싸고, 정작 소비자는 제네릭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는 한국만의 역설적인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1. 제네릭이란 무엇인가…'복사본'이 아닌 '동등한 약'

 

제네릭 의약품(Generic Medicine)은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가 만료된 뒤, 동일한 유효성분으로 다른 제약사가 생산·공급하는 의약품이다. 의약품 특허는 통상 20년간 보호되며, 특허 기간 동안 개발사는 독점 판매권을 갖는다. 특허가 끝나면 다른 회사들도 같은 성분의 약을 만들 수 있고, 이때 시장에 진입하는 약이 바로 제네릭이다.

 

제네릭의 가격이 오리지널보다 낮은 이유는 개발 비용 구조에 있다. 신약 한 종을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평균 10~15년의 시간과 26억 달러(약 3조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임상 1·2·3상을 모두 거치는 이 과정에서 실패하는 후보물질이 대부분이며, 그 비용 역시 성공한 신약의 가격에 반영된다.

 

반면 제네릭 제약사는 이미 검증된 성분을 바탕으로 '생물학적 동등성(Bioequivalence)' 시험만 통과하면 된다. 임상시험 기간은 4~5년, 개발 비용은 신약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FDA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네릭이 오리지널 약과 비교해 체내 흡수율(AUC)과 최고혈중농도(Cmax)가 80~125% 범위 내에 들면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것으로 인정하고 시판을 허가한다. 이 기준은 오리지널 약 자체도 제조 배치(batch)마다 유사한 수준의 변동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과학적으로 합리적인 허용 범위로 평가된다.

 

2. 제네릭이 바꾼 세계… HIV 치료비를 200분의 1로 낮추다

 

제네릭의 잠재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HIV(에이즈) 치료제다. 1990년대 후반 항레트로바이러스 복합치료(ART)는 HIV 감염을 사망에 이르는 질병에서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당시 오리지널 치료제 가격은 환자 1인당 연간 1만 달러를 넘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감염 집중 지역의 환자 대부분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2001년 인도 제약사 시플라(Cipla)가 동일 성분의 ART를 연간 350달러, 즉 하루 1달러 수준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판도가 뒤집혔다. 이후 인도의 여러 제네릭 제약사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ART 가격은 빠르게 내려갔고,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차 치료제의 연간 가격은 약 45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 결과 2000년 수만명에 불과했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HIV 치료 인구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3,100만명으로 늘어났다.

 

C형 간염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2010년대 초 미국에서 12주 치료에 14만 7000달러에 달하던 직접작용형 항바이러스제(DAA)는 국경없는의사회(MSF)의 협상과 제네릭 진입을 통해 현재 120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오리지널 가격의 약 1200분의 1이다.

 

3. 미국은 연간 640조원 절감, 한국은 제자리걸음

 

미국에서 제네릭은 의료비 절감의 핵심 엔진이다. 미국 복제약협회(AAM)가 IQVIA 연구소와 공동으로 발간한 '2025년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절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사용으로 미국 의료 시스템과 환자들이 절감한 비용은 4,670억 달러(약 640조원)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누적 절감액은 3조 4000억 달러(약 4,600조원)에 이른다.

 

미국에서 전체 처방전의 90%가 제네릭으로 채워지지만, 전체 처방약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2024년 기준 미국인들은 제네릭에 980억 달러를 지출한 반면, 오리지널 약에는 7,000억 달러를 썼다. 처방 건수는 제네릭이 39억건, 오리지널이 4억 3,500만건으로 제네릭이 9배 많지만 지출액은 오리지널이 7배 이상 많다. 이것이 제네릭이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1984년 미국에서 '해치-왁스만 법(Hatch-Waxman Act)'이 제정될 당시 제네릭 처방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이 법이 제네릭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2004년 53%, 현재 90% 이상으로 급증했다. 제도 하나가 40년에 걸쳐 의료비 수천조원을 절감한 것이다.

 

한국의 현실은 이와 대조적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은 27조 6,62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전체 의료비 중 약품비 비중은 23.8%로 OECD 평균(14.4%)보다 9.4%포인트 높다. 영국(11.8%), 프랑스(13.1%), 독일(14.3%)과 비교하면 한국의 약제비 부담이 얼마나 과중한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4. 한국 제네릭이 비싼 3가지 구조적 이유

 

첫째, 정부가 정해준 '반값'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사실 비싼 가격이다. 한국은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최초 등재되는 제네릭 가격을 오리지널 약가의 53.55%로 산정해 왔다. 얼핏 '반값'처럼 보이지만, 이 수치는 사실 주요 선진국 기준으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에서는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을 통해 가격이 오리지널의 10~20% 수준까지 급락한다. 한국은 정부가 정한 53.55%가 사실상 '하한선'처럼 작용해 가격 인하 경쟁이 발생하지 않는다. 특허가 만료된 240개 성분 중 제네릭이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것은 단 13개(5.4%)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캐나다 연방정부 약가검토위원회의 2022년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비교 분석에 따르면, 캐나다의 제네릭 가격을 1.0으로 기준 잡았을 때 한국은 1.5, 미국은 0.91, 영국·독일은 0.73이다. 한국의 복제약 가격이 미국보다 약 1.6배, 영국·독일보다는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차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매년 4조원을 우리 국민들이 선진국에 비해 더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네릭 가격이 OECD 평균의 2.17배 수준이라는 보건복지부 자체 분석도 있다.

 

둘째, '상품명 처방' 관행이 가격 경쟁을 막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 제네릭 가격 경쟁이 작동하지 않는 근본 원인은 처방 방식에 있다. 한국 의사들은 성분명(예… 암로디핀)이 아닌 특정 제약사의 상품명(예… 노바스크)을 지정해 처방한다. 이 경우 약사는 처방전에 적힌 약을 그대로 조제해야 하며, 더 저렴한 동일 성분 제네릭으로 교체하려면 의사에게 사전 동의를 받거나 사후 통보를 해야 한다.

 

현실적인 소통의 어려움과 의사-약사 간 관계 악화 우려로 인해 대체조제율은 사실상 0.79%에 그친다. 미국의 대체조제율 91%, 프랑스 88.4%, 영국 85%와 비교하면 사실상 대체조제가 불가능한 구조다.

 

가격 경쟁 대신 의사의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과 리베이트 영업이 만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5년간 14개 제약사, 852개 의약품이 불법 리베이트로 행정처분을 받았으며, 전체 행정처분의 60% 이상이 약가 인하 처분이었다.

 

셋째, 소비자 신뢰 부족이 오리지널 약 선호를 강화한다는 분석이다. 2024년 성균관대 약학대학 박혜경 교수 연구팀이 국내 20~60대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효과가 동일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0.9%에 그쳤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는 "복제약과 오리지널의 품질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59.6%에 달했다.

 

이러한 불신은 2018년 '발사르탄 사태'처럼 제네릭 원료 불순물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중국산 원료에서 발암 가능 물질(NDMA)이 검출되면서 국내 제네릭 수십 개 품목이 판매 중지됐고, 소비자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5. 정부의 '13년 만의 대수술'과 업계의 반발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증가와 약제비 폭증에 직면한 정부는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11월 28일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로 인하하는 개편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했고, 2026년 3월 26일 최종적으로 45%로 조정하는 개편안이 의결됐다.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13년 만의 가장 강력한 제도 개편이다.

 

대한약사회가 의뢰한 의약품정책연구소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현재 국내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을 같은 성분의 최저가 제네릭으로 전면 교체할 경우 연간 7조 9,000억원의 약값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총 의약품비(30조 9,000억원)의 25.7%에 달하는 규모로, 건보 재정에서 5조 5,300억원, 환자 본인 부담에서 2조 3,700억원씩 아끼는 셈이다.

 

그러나 제약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5개 제약 단체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며 "제네릭 약가 인하로 연간 1~2조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며, 이는 신약 R&D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 단체도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약효 차이가 50%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성분명 처방 강제화에 반대하고 있다.

 

6. 제네릭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사실들

 

아스피린도 한때는 '오리지널'이었다. 바이엘이 1899년 특허를 낸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실산)은 특허 만료 후 수백 개 제네릭이 쏟아졌고,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중 하나가 됐다. 오늘날 우리가 편의점에서 저렴하게 사는 아스피린 계열 진통제 대부분이 사실상 제네릭이다.

 

오리지널 제약사들은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 약의 제형을 바꾸거나 용량을 조정해 새 특허를 받아 독점 기간을 사실상 연장하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을 구사한다. 인도는 이를 법으로 제한해 제네릭 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있으며, 이 덕분에 '개발도상국의 약국(Pharmacy of the Developing World)'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한국 노인의 다약제 복용 비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1인당 연간 외래방문 횟수가 18회(2023년 기준)로 OECD 평균 6.5회의 2.8배이며 압도적 1위다. 10개 이상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다약제 복용자가 5년간 53% 급증했고, 한국 노인의 다약제 복용 비율은 64.2%로 OECD 평균보다 15.6%포인트 높다. 이런 구조에서 약값 절감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2024년 한국 노인 약품비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2024년 건강보험 약품비 중 노인(65세 이상) 비중이 51.7%로 사상 처음 절반을 넘었다. 6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연평균 약품비는 전체 평균의 약 3배에 달한다. 2024년 12월 한국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한 만큼, 이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7. 진정한 '반값 약값'은 가능한가…소비자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구조적 개혁이 완성되기까지 기다리기 어렵다면, 개인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가장 효과적인 첫 번째 방법은 의사에게 직접 요청하는 것이다. 진료시 "같은 성분이라면 가급적 저렴한 제네릭으로 처방해 달라"고 명확히 말하면 된다. 미국 의료 전문가들도 처방 전 의사에게 제네릭 처방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절약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약국에서 대체조제를 문의하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상 약사는 환자 동의와 의사 사후 통보를 거쳐 동일 성분의 더 저렴한 제네릭으로 대체조제할 수 있다. 약사에게 "더 저렴한 동일 성분 약이 있느냐"고 먼저 물어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세 번째는 자신의 처방약 성분명을 파악하는 것이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장기 복용 만성질환 약의 성분명을 알아두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앱이나 의약품 정보 포털을 통해 동일 성분의 저가 약이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SNS의 짧은 영상이 던진 "약값 반값"의 화두는 단순히 싼 약을 찾자는 것을 넘어 한국 보건의료 시스템의 고질적인 비효율성을 정면으로 찌른다. 한국의 제네릭 가격이 미국보다 1.6배, 영국·독일보다 2배 비싼 이유는 소비자의 무지나 제약사의 탐욕 때문만이 아니다. 정부가 정한 고정 약가, 상품명 처방 관행, 리베이트 구조, 낮은 소비자 신뢰가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낸 시스템 실패다.

 

업계 전문가들은 "성분명 처방이 의무화된 프랑스와 호주, 제네릭 점유율 84%를 달성한 독일의 사례는 제도 설계 하나가 수조원의 약값을 절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네릭의 진정한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결단과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약값 반값의 꿈은 소비자 개인의 영리함이 아니라, 결국 한국 병원-약국의 시스템 변화에서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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