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앤트로픽의 자체 AI 칩 프로젝트와 삼성전자 2나노 파운드리 협의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빅테크·빅AI의 엔비디아 탈출 시나리오’와 ‘삼성 파운드리 반등 스토리’가 정면으로 만나는 지점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최고 몸값 AI 스타트업, 이번엔 ‘탈(脫) 엔비디아 칩’ 승부수
미 정보기술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2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맞춤형 AI 반도체’ 설계에 착수하고, 제조 파트너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초기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자사 모델 ‘클로드(Claude)’를 구동할 전용 AI 칩(ASIC)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2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지원할 수 있는 파운드리를 물색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직 세부 설계와 테스트·양산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으며, 앤트로픽은 여러 설계 회사와 논의를 병행하는 초기 구상 단계에 있다는 점도 함께 전해졌다. 그럼에도 글로벌 IT·반도체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이 프로젝트가 ‘엔비디아 GPU에 의존해 온 대형 AI 모델 기업이 독자 칩 생태계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9650억달러… 오픈AI 제친 ‘AI 스타트업 1위’
앤트로픽의 몸값은 이미 ‘AI 시대 상징적 숫자’가 됐다. 복수 매체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2026년 5월 실시한 신규 투자 라운드에서 650억달러(약 100조1000억원)를 유치하며, 투자 후 기업가치가 9650억달러(한화 환산 약 1440조원)로 평가됐다. 이는 비상장 AI 스타트업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오픈AI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이번 라운드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빅3가 동시에 참여해 모두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IDC·트렌드포스 등에서 제시하는 수치를 인용한 국내 보도에 따르면 D램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각각 약 36%, 32%, 23% 수준의 글로벌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당시 “이들 기업의 기술은 전 세계 메모리, 저장장치, 로직 칩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략적 동맹을 통해 고객 요구에 맞춰 컴퓨팅 역량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왜 삼성전자 2나노인가… 테슬라 AI 칩 이어 ‘클로드 칩’까지 겨냥
앤트로픽이 삼성전자 2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 라인을 유력 후보로 검토하는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자리한다. 첫째는 삼성전자가 테슬라 AI 칩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진 동일 세대 공정에서 이미 대규모 HPC·AI 칩 양산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을 수직계열화한 ‘풀 스택 반도체 공급’이 가능해, 대형 AI 고객이 원하는 HBM–로직–패키지 통합 패키지를 한 곳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구조적 강점이다.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신규 파운드리 공장이 선단(先端) 공정 AI 칩 전용 생산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앤트로픽이 삼성에 칩을 위탁할 경우, 최신 2나노 공정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결합한 패키지 라인이 테일러 팹·국내 선단라인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TSMC 독식 구조 흔들기… ‘탈 GPU’ 열전 합류
앤트로픽의 이번 행보는 ‘엔비디아+TSMC’가 장악한 AI 가속기 공급망에서 벗어나려는 빅테크·빅AI 기업들의 ‘탈 GPU’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이미 구글은 자체 텐서 처리장치(TPU)를 여러 세대에 걸쳐 개발해 데이터센터에 투입하고 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트레이닝용 ‘트레이니엄(Trainium)’, 추론용 ‘인퍼런시아(Inf1/2)’ 등 자체 칩 라인업을 확장해 왔다.
오픈AI 또한 브로드컴과 협력해 개발한 자체 추론 칩 ‘할라페뇨(Jalapeño)’를 공개하며 특정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ASIC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앤트로픽은 이번 보도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 “엔비디아 GPU, 구글 TPU, AWS 트레이니엄 등은 앞으로도 앤트로픽 컴퓨팅 전략의 중심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자체 칩 일정과 범위는 언급을 피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GPU·TPU 인프라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특정 추론·파이프라인 구간에서 비용 효율과 레이턴시(지연)를 낮추기 위한 ‘보완적 칩’ 성격이 강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테슬라·메타·앤트로픽 삼각 수주’ 전환점 되나
국내 증권·시장분석 매체들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을 둘러싸고 “테슬라에 이어 메타, 앤트로픽 등 초대형 AI 고객사 수주 가능성이 열리며 선단 공정 반등 모멘텀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타와 약 10조원 규모의 AI 칩 위탁생산을 논의 중이라는 관측과 함께, 앤트로픽과의 협상이 ‘2나노 수율과 기술 경쟁력 검증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앤트로픽·삼성 동맹이 글로벌 AI 반도체 판도에 주는 시그널은 TSMC 중심의 초미세 공정 수탁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두 번째 축’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메모리–파운드리·클라우드 생태계 전체에 전략적 함의를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