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혼다코리아(대표이사 이지홍)의 2025회계연도 영업이익은 14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지만, 본사로 빠져나간 매입 대금만 1,943억원에 달했다. 2026년 말 한국 자동차 시장 철수를 앞두고, 혼다코리아는 결국 높은 환율 부담과 본사 종속형 지배구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씁쓸한 퇴장을 맞이하게 됐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혼다(Honda)가 한국 시장 진출 23년 만에 자동차 판매 사업에서 전격 철수한다. 혼다코리아는 2026년 4월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 변화와 환율 변동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6년 말 한국에서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모터사이클 부문은 유지하고 애프터서비스(A/S)도 법정 기간인 8년 이상 이어가기로 했으나, 과거 수입차 시장 '1만대 클럽'을 달성했던 혼다의 퇴장은 한국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7월 1일 혼다코리아의 제25기(2025년 4월 1일~2026년 3월 31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철수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적 이면에 감춰진 과도한 본사 의존도와 수익성 악화, 그리고 각종 리스크 요인들이 철수를 앞당긴 '페인포인트(Pain Point)'로 작용했다.

매출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증가? '불황형 흑자'의 그림자
혼다코리아의 2025회계연도(제25기) 매출액은 3,133억원으로, 전년(3,344억원) 대비 6.3%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45억원을 기록해 전년(115억원) 대비 25.5%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92억원으로 전년(84억원) 대비 8.9%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4.6%로 집계됐다.
표면적으로는 수익성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를 늘렸음에도, 원가 절감을 통해 이익을 낸 구조다. 광고선전비는 58.9억원에서 28.9억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판매촉진비 역시 118.7억원에서 93.3억원으로 줄었다. 매출 부진 속에서 마케팅 비용까지 대폭 축소한 것은 이미 한국 시장 철수를 염두에 둔 '비용 회수'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선전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판매촉진비도 21% 삭감한 것은 이미 한국 시장 철수를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출구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마케팅 비용 삭감을 철수 사전 준비 신호로 분석했다.

일본 본사 배불리는 '빨대 구조'… 매입 대금만 1,943억원
가장 큰 문제는 지배구조와 특수관계자 거래에서 나타나는 리스크다. 혼다코리아는 일본 혼다기연공업(Honda Motor Co., Ltd.)이 지분 100%를 소유한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기 혼다코리아가 지배기업인 일본 본사(Honda Motor Co., Ltd.)로부터 상품 등을 매입한 금액은 무려 1,943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1,798억원) 대비 8.0% 증가한 수치로, 혼다코리아 전체 매출원가(2,439억원)의 약 80%를 차지한다. 또한, 미국(American Honda Motor Co., Inc.)과 아시아(Asian Honda Motor Co., Ltd.) 등 해외 계열사로부터 매입한 금액도 각각 73억원, 57억원에 달했다.
당기말 기준 혼다코리아가 일본 본사에 지급해야 할 매입채무는 161억원으로, 전체 특수관계자 매입채무(179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 부분이 일본 본사 및 해외 계열사의 부품 및 완성차 매입 대금 명목으로 빠져나가는 전형적인 '빨대 구조'인 셈이다. 이지홍 대표가 철수 이유로 지목한 '환율 변동 사정' 역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15건의 법정 소송과 가압류… 불안한 경영 환경
법적 리스크도 혼다코리아의 발목을 잡았다. 감사보고서 주석에 따르면, 당기말 현재 혼다코리아는 총 15건의 국내 손해배상 소송 등에 피소되어 계류 중이다. 더욱이 소송과 관련하여 운용리스 임차보증금 50억원에 설정된 전세권에 대해 16억 5,123만원의 가압류가 설정되어 있는 상태다.
다만 총 15건 중 3건은 보고기간 후에 항고기각 및 항고 취하의 사유로 종결됐다. 감사보고서 공시 시점(2026.7.1) 기준으로 실질 진행 중인 소송은 12건인 셈이다.
부채비율은 28.6%(자본 1,375억원, 부채 393억원)로 재무건전성 자체는 양호한 편이지만, 유동부채가 328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83%를 차지하고 있어 단기적인 자금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익잉여금 1,255억원 쌓아두고 철수… '먹튀' 논란 불가피
혼다코리아가 쌓아둔 이익잉여금은 당기말 기준 1,255억원에 달한다. 자본금(120억원)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당기 배당금 지급 내역은 없으나,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남겨두고 자동차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향후 일본 본사로의 대규모 배당이나 자본 유출 등 향후 이익잉여금의 처리 방식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혼다코리아 이사회는 2026년 4월 23일 자동차 사업 부문 영업 중단을 결정했으며, 영업 중단 일자는 2026년 12월 말이다. 당기말 현재 처분 예정인 자동차 사업 부문 자산의 장부금액 합계는 82억원, 부채는 45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혼다코리아의 흑자는 원가 절감에 기댄 착시 효과일 뿐, 실질적인 성장 동력은 이미 상실된 상태였다"며 "매출원가의 약 80%를 본사 매입 대금으로 지급하는 종속적인 수익 구조와 환율 리스크가 결국 자동차 사업 철수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1,2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의 향방과 15건에 달하는 소송 등 남은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며 승승장구했던 혼다코리아. 그러나 본사에 종속된 수익 구조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2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씁쓸한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