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삼성SDI 최주선 대표이사가 2025년 ‘조 단위 적자’를 딛고 2026년을 실적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 확대와 프리미엄 전기차 배터리 계약, 그리고 AI 네이티브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축으로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모양새다.
최악의 2025에서 1분기 손실 절반 수준으로 축소
삼성SDI는 2025년 연간 영업손실 1조7,20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조 단위’ 연간 적자를 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고객사 프로젝트 지연, 재고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는 평가다. 그러나 2026년 1분기에는 매출 3조5,764억원, 영업손실 1,55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6% 증가하고 영업손실은 64.2%(2,785억원)나 축소했다. 당기순이익도 561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손실 국면의 바닥을 통과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다.
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매출 3조3,544억원에 영업손실 1,766억원으로 적자지만, 전자재료 사업은 매출 2,220억원, 영업이익 210억원으로 안정적 수익원을 제공하며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일부 완충하는 구조다. 최 사장이 ‘비관적 낙관주의’라는 표현을 쓴 배경에는 이처럼 단기간에 손실 폭을 줄여낸 체질 개선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ESS·데이터센터 수요, 2분기 이후 실적 개선의 핵심 축
이번 창립 56주년 기념사에서 최 사장은 ESS 수주 확대를 실적 반등의 가장 직접적인 동력으로 제시했다. 삼성SDI는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ESS 수요 증가에 대응해 현지 양산 및 판매를 늘리고, 국내 중앙계약시장과 차세대 전력망 연계 ESS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KB증권도 “AI 발(發) ESS 수요가 2026년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이라며 삼성SDI 목표주가를 39% 상향 조정한 보고서에서 ESS 사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지목했다.
다만 LS증권은 “ESS용 배터리 판매량 증가만으로는 전기차용 배터리 부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해, ESS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권가 유동적인 전망을 감안하면, ESS는 턴어라운드를 견인하는 한 축일 뿐 전기차와 소형·전자재료 사업 전반의 수익성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 객관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벤츠 계약·원통형 회복…하반기 흑자 전환 가능성
최 사장은 글로벌 프리미엄 전기차 업체와의 수조 원 규모 차세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또 다른 턴어라운드의 근거로 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 4월 메르세데스-벤츠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대형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금액과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럽 EV2·아이오닉3 판매 호조와 주요 고객사 보상금 수취가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NH투자증권 분석과 맞물리며 중장기 매출·마진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원통형 배터리 부문에서의 경쟁력 회복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삼성SDI는 AI 데이터센터용 BBU와 전동공구, 마이크로 모빌리티 수요 증가에 맞춰 탭리스·고출력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인데, 이는 고부가 소형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전기차 단가 압력과 수요 변동성을 완충하는 포지셔닝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삼성SDI가 올해 2분기 7개 분기 만에 영업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하반기 분기 흑자 전환 시점을 제시했다.
‘AI 네이티브 배터리 기업’ 선언, 말과 실행의 간극이 관건
최 사장이 창립기념사에서 특히 강조한 대목은 삼성SDI를 ‘진정한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장기 비전이다. 그는 에이전틱 AI를 “업무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규정하며, AI를 ESS·데이터센터·소형 배터리 수요 확대뿐 아니라 내부 운영 효율, 생산·품질 관리, R&D와 특허 포트폴리오 강화 전반에 접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삼성SDI는 반도체용 패터닝 소재와 OLED 소재 등 첨단 패키징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에서 전방 업황 호조를 활용해 매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AI 네이티브’라는 선언적 수사가 구체적 투자 계획과 KPI로 얼마나 치환될지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시장 기대와 리스크, ‘비관적 낙관주의’의 시험대
증권가 컨센서스는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 전망”이라는 IBK투자증권 리포트에서 확인되듯 점진적 개선과 하반기 흑자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동시에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 ESS 프로젝트의 정책·규제 리스크, AI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의 변동성 등은 여전히 삼성SDI 밸류에이션을 제약하는 변수로 남아 있다.
결국 최주선 사장이 언급한 ‘비관적 낙관주의’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를 인정하되 ESS·프리미엄 EV·소형·전자재료·AI 전환 등 복수의 성장 축을 중첩시켜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2026년이 삼성SDI에게 실적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기록될지 여부는, 하반기 분기 흑자 전환과 함께 AI 네이티브 전략이 재무·사업 성과로 얼마나 구체화되는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