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상무부가 앤트로픽의 최상위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미토스(Mythos)5’와 ‘페이블5’에 대한 수출 통제를 전격 해제하면서, 초고성능 AI를 둘러싼 ‘안보 vs 혁신’ 논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6월 12일 전면 차단에 나섰던 미국 정부가 불과 18일 만에 봉쇄를 풀고 서비스 재개를 허용한 것은, 국가안보 리스크를 인정하면서도 글로벌 AI 리더십 훼손을 우려한 ‘정치·산업적 절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미토스5·페이블5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외국인의 모델 접속을 전면 금지하는 수출 통제 지침을 발동했다. 사용자 국적을 식별하는 기능을 갖추지 못한 앤트로픽은 사실상 모든 이용자의 접근을 차단할 수밖에 없었고, 이 조치로 한국을 포함한 해외뿐 아니라 미국 내 이용자들까지 동시 ‘블랙아웃’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연방 정부는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6월 26일부터 포천 500대 기업 등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승인된 자국 기업·기관 100여 곳에 한해 미토스5 사용을 부분 허용하며 규제 강도를 완화했고, 6월 30일에는 수출 통제 자체를 공식 해제했다.
앤트로픽은 30일 X(구 트위터)를 통해 “미 상무부로부터 클로드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해제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접속 복구를 시작해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연구기관·개발자들도 그동안 막혀있던 최상위 모델을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미토스5는 전문가 수준의 사이버 보안 취약점 탐지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출시 직후 글로벌 보안 업계에 ‘충격’을 던진 모델이다. 기존 상용 AI보다 훨씬 빠르게 소프트웨어·네트워크 취약점을 찾아내고 공격 시나리오를 생성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방어·공격 양면에서 ‘디지털 전장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도구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페이블5는 이러한 미토스5의 성능 위에 해킹·무기 제조 등 민감한 주제의 답변을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덧댄 변형 모델로, 미국 정부가 문제 삼은 이른바 ‘탈옥(jailbreak·안전장치 우회)’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설계된 버전으로 소개된다.
이번 수출 통제 해제는 앤트로픽과 미 상무부 간 협의의 결과라는 점도 눈에 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서한에서 “지난 2주간 페이블5의 방향이 미국 정부 및 미국 AI 리더십 강화와 일치할 수 있도록 앤트로픽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앤트로픽이 모델 단계에서 보안 위험을 사전에 감지·해결하는 장치를 구현하고, 향후 초고성능 모델 출시 표준 마련을 위해 정부와 지속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았던 탈옥을 막기 위한 새로운 기술적 장치가 도입된 점이 이번 해제의 결정적 변수였다고 분석했다.
미토스 사태는 정부가 AI 기업의 모델 출시·접근을 직접 통제한 ‘첫 선례’라는 점에서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초고성능 모델의 공격적 활용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면서도, 과도한 접근 차단이 자국 AI 생태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로 수출 통제 기간 동안 중국 등 해외 개방형 모델에는 동일한 수준의 제약을 걸기 어려워, 규제의 실효성과 형평성에 대한 의문이 잇따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오픈AI 역시 6월 26일 차세대 모델 ‘GPT-5.6’을 공개하면서 정부와 공유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대상으로 선공개를 진행해, 초고성능 AI가 점차 제한된 파트너 네트워크 중심으로 배포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오픈AI는 당시 “이 같은 형태의 정부 승인 절차가 장기적인 표준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내놨지만, 현실적으로는 미토스5와 유사한 방식의 정부-기업 간 신뢰 네트워크를 활용한 셈이다.
규제의 대상이 된 앤트로픽과 업계 선두 주자인 오픈AI 모두가 정부 승인 파트너에게 우선적으로 모델을 제공한 이번 사례는, 향후 초고성능 AI가 ‘국가·기업·기관’ 단위로 계층적 접근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는 미토스5·페이블5 재개로 개발·서비스 경쟁이 다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미국 정부의 ‘모델 단위 통제’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리스크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초고성능 AI의 안보·윤리 리스크를 감안할 때 정부의 개입 자체는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특정 기업·모델에만 급작스럽게 가해지는 제재는 글로벌 AI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키워 정책·비즈니스 양측에서 ‘규범화된 출시·검증 프로세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18일 만에 풀린 미토스 봉쇄가 ‘일회성 사건’으로 끝날지, 아니면 초고성능 AI 시대를 여는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의 전주곡이 될지에 따라, 향후 AI 산업·보안 시장의 판도 역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