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모건 스탠리가 나트륨이온 배터리(SIB)를 계기로 소금을 ‘새로운 석유(new oil)’로 지목했다. 이는 에너지·자원 패권지형이 리튬 중심에서 비(非)리튬 계열로 분기하는 구조적 변화를 선취한 선언에 가깝다.
‘소금의 시대’를 연 나트륨이온 배터리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 잭 루 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전 세계 배터리 보급량에서 2027년 2% 수준에서 2030년 20%, 2035년 37%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배치량으로는 2030년 830GWh, 2035년 2.4TWh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35년까지 약 8,000억달러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모건 스탠리가 소금을 ‘새로운 석유’로 명명한 배경에는 풍부하고 저렴한 나트륨 자원이 에너지 저장 인프라의 핵심 원료로 격상되는 구조적 전환 인식이 깔려 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현재 주력인 리튬인산철(LFP) 계열 대비 원가가 30~40% 낮고, 극저온 환경에서 90% 이상의 충전 용량을 유지해 혹한에서 용량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모건 스탠리는 이러한 특성 덕분에 북미·북유럽 등 혹한 지역에서 태양광·풍력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제성이 개선되며, 그간 수익성이 부족했던 북부권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도 투자 논리가 열릴 것으로 봤다.
글로벌 수치가 보여주는 SIB의 침투 속도
국제 리서치 기관들도 SIB의 침투 속도를 수치로 뒷받침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나트륨이온배터리(SIBs) 기술개발 동향 및 시장 전망(~2035)’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 가격이 2035년 LFP 대비 최소 11%, 최대 24% 저렴해질 것으로 추정하고, 같은 해 시장 수요가 최대 254.5GWh, 금액 기준 연간 142억달러(약 19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2030년 ESS 시장에서 SIB 점유율이 13.4%, 2035년 최대 35%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보며, 저가형 LFP를 본격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글로벌 SIB 시장 규모를 2025년 18억~26억달러 수준으로 추산하고 2034~2035년에는 70억~80억달러 안팎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이미 2035년 기준 400GWh 이상 SIB 생산능력을 계획해 놓은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2030년 이전 상용화를 목표로 1세대(UPS용), 2세대(전기차용) SIB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GM의 ‘소금 배터리’ 참전과 K-배터리의 셈법
모건 스탠리는 미국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를 나트륨이온 기술의 대표적 선도 기업으로 꼽았다. GM은 2026년 6월 덴버 기반 스타트업 피크 에너지(Peak Energy)와 손잡고 그리드 규모 ESS용 차세대 나트륨이온 셀을 개발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으며, 미국 내 독점 제조권을 확보한 상태다.
양사는 2028년 전후 대량 양산이 가능한 셀을 선보인다는 로드맵을 제시했고, 피크 에너지는 자사의 수동 냉각 방식 SIB 시스템이 기존 리튬이온 시스템 대비 저장 비용을 20%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커트 켈티 GM 배터리·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은 GM의 SIB 개발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LFP를 포함한 기존 성숙 화학계를 능가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GM이 ‘소금 배터리’ 레이스에 본격 참전한 반면, 포드는 ‘Ford Energy’라는 자회사를 통해 대규모 리튬 기반 ESS에 방점을 찍는 전략을 택하며 노선이 갈라지고 있다.
중국 CATL·BYD는 이미 소형차용 SIB를 양산해 실제 도로에 투입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12V UPS용 1세대와 리터당 450Wh 에너지 밀도를 목표로 하는 전기차용 2세대 SIB를 병행 개발 중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자원·산업 지형이 바뀐다…구리 수요 감소와 대형사 중심 재편
모건 스탠리는 소금 기반 배터리의 확산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보고서는 SIB 확산이 단순한 원가 절감 경쟁을 벌여온 중소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사들을 압박해 시장을 CATL 등 소수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시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음극·집전체 설계 변화 등으로 인해 전 세계 구리 수요가 약 20만t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해, 원자재·광물 시장에도 파급효과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비(非)리튬 계열 배터리의 부상은 리튬·코발트 가격 급등과 공급망 리스크를 배경으로 한다. 소듐이온·바나듐 레독스·나트륨황 등 다양한 대체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현재 상용화 문턱을 넘어선 것은 SIB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기업과 정책의 전략적 과제
SNE리서치는 2025년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IT·ESS·xEV)이 1,726GWh 규모로 성장하고, 2023~2025년 연평균 25.9%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면서, 2030년대 중반 SIB가 중저가 및 ESS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30년 이전 다른 차세대 전지보다 선(先) 상용화”를 목표로 SIB를 개발 중이며, 삼성SDI·SK온도 전고체·리튬 계열과 병행해 나트륨축 기술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리튬·나트륨 등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SIB와 LFP 간 가격 경쟁력이 수시로 재조정될 것이라면서도, 나트륨의 풍부한 매장량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들어 중장기적으로 ‘소금의 시대’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소금은 새로운 석유’라는 선언은 한국 배터리 업계와 정책 당국에도 리튬 편중 전략을 넘어선 복수 축 포트폴리오 구축, 그리고 소듐 공급망·기술 패권 경쟁에 대한 선제 대응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