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페이스북이 ‘세계 최대 단일 불법 야생동물 거래 시장’이라는 중대한 의혹에 직면했다.
Mongabay Environmental News, globalinitiative, The Times Of India, United for Wildlife에 따르면, 초국가적 조직범죄에 관한 글로벌 이니셔티브(GI-TOC)를 비롯한 보전 단체 연합은 최신 보고서에서 페이스북이 야생동물 밀거래의 중추 디지털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으며, 메타가 크리에이터 광고 수익 공유 구조를 통해 사실상 범죄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GI-TOC가 ECO‑SOLVE 글로벌 모니터링 시스템(Global Monitoring System)을 통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4월 14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61개 온라인 플랫폼에서 총 2만1,904건의 불법 야생동물 거래 광고가 포착됐고, 이 안에 26만6,535건의 야생동물 제품(8,568건의 살아 있는 개체 포함)이 포함돼 있었다.
전체 광고의 약 74%인 1만6,000여 건이 페이스북에서 발견됐으며, 해당 제품의 총 공시가치는 6,600만달러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약 98.5%가 페이스북에서 거래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보고서 ‘Wildlife Has a Facebook Problem’에서 “페이스북은 단일 플랫폼을 넘어, 온라인 야생동물 밀거래가 집중되고, 발견되며, 확장되는 중앙 공공 인프라”라고 규정했다.
거래되는 동물의 구성은 더욱 심각하다. GI-TOC와 여러 NGO가 교차 분석한 결과, 페이스북 등에서 판매된 야생동물의 약 84%가 국제야생동식물거래협약(CITES)에 따라 국제 상업 거래가 금지된 종으로 분류됐고, 절반 이상은 천산갑, 긴팔원숭이, 바다거북, 구름표범 등 멸종위기 혹은 위급종이었다. 실제로 보고서와 별도의 언론 조사에서는 비늘이 제거된 천산갑 사체, 전통약재용 코뿔소 뿔, 애완용 침팬지, 보호종 새, 태국 소비용 도마뱀과 사향고양이 등 다양한 불법 품목이 공개적으로 광고되고 있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전문가들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하는 것은 플랫폼 설계다. GI-TOC와 빅캣레스큐 등은 페이스북의 비공개·비밀 그룹, 익명성 높은 계정 구조, 크리에이터 수익화 기능, 추천 알고리즘이 결합되면서 “높은 보상–낮은 적발 위험”의 시장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 그룹이 전체 적발 광고의 76%를 차지했으며, 거래 기록의 78%는 연구자들이 직접 검색하지 않았음에도 알고리즘 추천·그룹 노출을 통해 수동적으로 확인된 사례였다. 수석 연구원 러셀 그레이는 일부 밀렵꾼들이 보호종 사냥 콘텐츠를 올려 조회수를 높인 뒤, 동일 계정에서 실제 동물·부위를 판매하며 페이스북 크리에이터 수익화 프로그램으로 ‘이중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포착했다고 지적했다.
메타는 공식적으로 멸종위기종 거래를 금지하는 ‘제한 상품 및 서비스 정책’을 내세우고, 2018년 출범한 ‘야생동물 온라인 불법 거래 근절 연대(Coalition to End Wildlife Trafficking Online)’의 회원사로서 2018~2025년 사이 6,330만 건의 불법 야생동물 관련 게시물을 차단·삭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어느 플랫폼에서 얼마나 조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세부 내역이 빠져 있으며, GI-TOC와 환경단체들이 보고서에서 공개한 문제 계정·그룹 상당수가 여전히 운영 중이라는 점에서 정책 집행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메타, 구글, 틱톡 등 11개 테크 기업은 6월 런던 ‘Climate Action Week’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불법 야생동물 게시물을 근절하겠다고 공동 서약했지만, 연구자들은 “독립적 감시와 실질적인 법 집행, 다국어 모니터링이 동반되지 않는 한 자율 규제와 자발적 서약은 공허한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불법 야생동물 거래가 연간 최대 23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며, 이미 약 100만 종의 식물·동물이 절멸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번 ‘페이스북 리스크’ 보고서는 전통적인 물리적 밀거래 시장이 소셜미디어 기반의 디지털 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준다.
시몬 헤이섬 GI-TOC 환경범죄 프로그램 디렉터는 “자율 규제는 이미 실패했고, 앞으로도 충분히 작동하기 어렵다”며 “환경범죄를 디지털 플랫폼 차원에서 규율하는 강제력 있는 국제 규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규제 논의의 초점은 ‘플랫폼 책임’과 ‘알고리즘 책무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광고 수익과 이용자 참여를 최우선 가치로 설계된 플랫폼 구조가 국제 야생동물 범죄 네트워크의 거래비용을 극적으로 낮추고, 글로벌 수요·공급을 실시간으로 매칭하는 디지털 상거래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환경범죄는 기술 거버넌스·금융 범죄·생물다양성 위기 논의를 동시에 관통하는 새로운 규제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