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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이슈&논란] "박사 10명 중 3명은 백수"…한국 최고학력 노동시장, 레드라인 깨졌다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한국의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3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고학력 인력 시장에 구조적 균열이 본격화됐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사상 첫 ‘무직 박사’ 30%대, 10년 만에 계단식 악화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공개된 ‘2025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박사 학위를 받은 1만498명 가운데 재직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율은 66.7%에 그쳤다. 나머지 33.3%는 구직 중 실업자(27.7%)와 구직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5.6%)를 합한 무직자로 분류됐으며,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신규 박사 무직 비율은 2014년 24~25% 수준에서 2019년 29.3%, 2024년 29.6%로 상승한 뒤 2025년 33.3%까지 치솟으며, 10년간 ‘계단식 악화’ 흐름을 보였다.

 

청년 박사 절반이 일자리 없어…노동시장 이탈이 더 빠르다

 

연령별로 보면 충격은 청년층에서 가장 크다. 30세 미만 신규 박사 569명 가운데 무직자 비율은 51.1%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고, 30~34세에서도 44.2%, 35~39세는 32.8%가 일자리를 갖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구직 포기’ 흐름이다.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024년 3.0%에서 2025년 5.6%로 1년 새 거의 두 배 가까이 급증한 반면, 실업자 비중은 26.6%에서 27.7%로 1.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박사급 인력이 단순히 취업에 실패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노동시장 밖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팔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은 역대 최대, 연구·교육 일자리는 제자리

 

지난해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는 1만9,831명으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박사급 인력을 흡수할 연구·교육 일자리는 같은 속도로 늘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대학이 전임교원 채용을 줄이고 비전임·시간강사 비중을 확대하는 가운데, 시간강사법 시행 이후 강의 기회까지 축소되면서 박사들의 ‘교단 진입 경로’는 좁아지는 추세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기업 R&D 부문도 채용 규모를 크게 늘리지 못해, 박사 배출 증가 속도와 수요 측 확대가 구조적으로 엇갈리는 ‘공급 과잉·수요 정체’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공·성별에 따른 격차, 예술·인문·여성 박사에 더 가혹

 

계열별로는 예술·인문학 분야의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 전년도 조사에서 예술·인문학 신규 박사 미취업률은 40%를 넘어섰고, 자연과학·수학·통계학에서도 약 38% 수준의 높은 미취업률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 이후 소득을 봐도 격차는 뚜렷하다.

 

연봉 1억원 이상 비율은 경영·행정·법이 29.8%, 보건·복지 26.5%, 정보통신기술(ICT) 24.1%로 높은 반면, 예술·인문학은 3.7%에 그쳤고 연봉 2,000만원 미만 비율은 예술·인문학 26.8%, 교육 19.0%, 사회·언론정보 14.9%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성별 격차도 크다. 여성 신규 박사의 무직 비율은 38.4%로 남성(29.6%)보다 8.8%포인트 높았고, 연봉 1억원 이상 비율 역시 남성 20.6%, 여성 8.3%로 조사돼 ‘고학력 성별 임금·고용 격차’가 박사급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박사 붐’과 채용 패턴 변화가 만든 구조적 미스매치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를 단순한 경기·고용 사이클의 결과가 아니라, 박사 배출 구조와 산업계 채용 패턴 변화가 겹친 구조적 미스매치의 징후로 읽는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서도 박사 학위 소지자의 취업 비율은 약 3분의 2 수준에 그쳐, 국가데이터처 통계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산업 현장에서는 고급 학력보다 실무 능력과 경력, 융합 역량을 중시하는 채용 트렌드가 확산되는 가운데, 박사과정이 여전히 ‘학계·연구직 중심 진로’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도 괴리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 확산으로 일부 산업의 청년 고용 수요가 줄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최고학력 청년층은 ‘박사 붐의 후폭풍’과 디지털 전환의 파고를 동시에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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