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영원무역이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정조준을 받으면서, 성장한 실적에도 낮은 밸류에이션이라는 오랜 ‘디레이팅 구도’가 수술대에 올랐다.
성장한 OEM 본업, 뒤처진 밸류에이션
글로벌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영원무역은 아크테릭스, 노스페이스 등 40여 개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를 고객사로 둔 국내 대표 OEM 업체다. 방글라데시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한 원가 경쟁력과 안정적 공급망을 앞세워 최근 10년간 매출 156%, 영업이익 161% 성장이라는 정량 지표를 쌓았다.
그럼에도 영원무역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14년 2.4배에서 현재 약 0.8배 수준까지 떨어지며 장기간 디레이팅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쿼드자산운용(이하 쿼드운용)은 이 괴리를 행동주의의 진입 포인트로 삼았다. 쿼드운용은 영원무역 보통주 1.7%를 보유한 장기 주주로,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는 공개 주주서한 발송을 예고하며 ‘실적과 밸류에이션의 역행’을 정면으로 문제제기했다.
1조1,000억 순현금과 1조5,000억 비영업자산이 만든 ROE 디스카운트
영원무역은 2025년 말 기준 순현금 1조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시가총액의 약 36%에 해당한다. 금융자산과 투자부동산 등을 포함한 비영업자산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약 48% 수준에 달한다. 쿼드운용은 이 같은 유휴자산이 자본효율성을 훼손해 ROE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PBR 디레이팅의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OEM 사업부의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17.5%에 달하는 반면, 금융자산 수익률은 2.1%에 그친다는 점도 수치로 제시됐다. 이익률이 낮은 금융자산 비중이 커질수록 전사 수익성이 희석되고, 시장은 이를 ‘현금은 많지만 효율적으로 쓰지 않는 기업’으로 평가 절하한다는 것이 쿼드운용의 시각이다. 쿼드운용 관계자는 “쌓아둔 현금이 기업의 안정성을 높이기보다 저평가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거래·보상체계, 지배구조 리스크로 번지다
쿼드운용은 영원무역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구조도 도마 위에 올렸다. 영원무역 자회사(TVL·YHT)와의 거래, 투자부동산, 원부자재 거래 등에서 최대주주 측 이해가 일반주주보다 우선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불합리한 내부거래 제거를 요구했다.
경영진 보수 체계 역시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쿼드운용은 실적과 무관하게 증가해온 경영진 보수와 일관성 없는 보수 산정 기준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비판했다. 이미 영원무역홀딩스는 배당 축소와 불투명한 보상·배당 정책으로 주주 반발을 경험한 바 있다. 이번 행동주의 이슈가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리스크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행동주의의 ‘3대 요구’와 193% 업사이드 시나리오
쿼드운용은 공개 주주서한에서 ▲총주주환원율(TSR) 70% 확대 ▲불합리한 내부거래 해소 ▲합리적인 경영진 보상체계 구축의 세 가지 정량적·정책적 요구사항을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총주주환원율을 당기순이익 기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통해 현금·비영업자산을 적극적으로 주주에게 환원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가 이미 2025~2029년 중장기 정책으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이익 제외)의 50% 내외를 주주에게 환원”하고, 자사주를 매년 1%씩 소각하겠다고 밝힌 것보다 한 단계 높은 강도의 정책이다.
쿼드운용은 이러한 개선안이 수용될 경우 영원무역의 PBR이 현재 0.8배에서 2.3배 수준까지 재평가될 수 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 약 193%의 주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현금 재배치·지배구조 개선·주주환원 확대’라는 행동주의 3종 세트가 밸류에이션 레벨업의 촉매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시장·주주 지형 변화와 향후 관전 포인트
국내외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현금성 자산이 많은 제조·지주회사에 잇따라 압박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영원무역 사례는 ‘성장하는 OEM 기업도 현금 활용과 지배구조를 놓치면 저평가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교과서적인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영원무역홀딩스는 주당 배당금 23% 확대(전년 5,350원 → 6,576원)와 자사주 소각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주주친화 행보를 강화해 왔다.
이번 영원무역 본사에 대한 행동주의 요구는 그룹 전체 자본배분·주주환원 전략의 추가적인 상향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7월 31일까지 회신을 요청한 쿼드운용의 서한에 대해 영원무역 경영진이 어떤 수준의 대응책을 내놓을지에 따라, 이 사건은 단기 이벤트를 넘어 한국 OEM·지주회사 전반의 자본효율·지배구조 패러다임을 재조정하는 분수령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행동주의가 요구하는 ‘현금의 재발견’이 실제 주주가치로 귀결될지, 아니면 또 다른 주주-경영진 갈등 국면으로 번질지 여부가 향후 투자자와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