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그룹) 오너일가의 주식담보대출 규모가 1년 새 2조4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다만 전반적인 축소라기보다 삼성일가의 상속세 연부연납 종료에 따른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삼성가를 제외하면 오너일가의 주식담보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6월 3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5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42개 그룹 중 1년 전과 비교 가능한 24개 그룹 오너일가 117명의 주식담보대출 현황(6월 25일 기준)을 조사한 결과 총 7조668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124명이 빌린 10조440억원보다 23.6% 감소한 규모다.
그룹별로는 24곳 가운데 11곳의 대출금이 늘었고 11곳은 감소했다. 현대백화점과 다우키움 2곳은 변동이 없었다.
전체 대출 감소는 사실상 삼성가가 이끌었다. 삼성가 세 모녀의 주식담보대출은 지난해보다 2조5840억원 줄어 전체 조사 대상의 감소액인 2조3752억원을 웃돌았다. 삼성가를 제외한 23개 그룹의 대출금은 같은 기간 4조3872억원에서 4조5960억원으로 오히려 4.8% 증가했다.
다만 증시 상승으로 담보 부담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대출받은 친족의 보유주식 가치는 44조7221억원에서 111조3613억원으로 149.0%, 담보주식 가치는 21조3887억원에서 36조7693억원으로 71.9% 증가했다. 반면 담보로 제공된 주식 수는 3억125만8455주에서 1억8973만6131주로 37.0% 줄었다. 주요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적은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도 기존 대출을 유지 또는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담보주식 가치 대비 대출금 비율은 47.0%에서 20.9%로 26.1%포인트(p) 하락했다.
삼성가 세 모녀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대규모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해왔는데, 2021년부터 총 6회에 걸쳐 분할납부하는 상속세 연부연납이 지난 4월 마무리되면서 대출 금액을 일제히 줄였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의 대출금은 3조4800억원에서 1조8550억원으로 1조6250억원 감소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조1040억원에서 4600억원으로,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1조728억원에서 7578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세 사람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지난해 16조8241억원에서 올해 59조1321억원으로 251.5% 증가했다. 일부 주식을 처분했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보유 지분 가치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담보주식 가치도 10조1771억원에서 22조6962억원으로 123.0% 증가했다.
대출금은 절반 가까이 줄고 담보가치는 두 배 이상 늘면서 담보가치 대비 대출비율은 55.6%에서 13.5%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삼성가는 여전히 조사 대상 그룹 가운데 주식담보대출이 단연 많았다. 전체 오너일가 대출금의 40.1%를 차지했으며, 이는 대출 규모 2위인 영풍그룹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삼성 다음으로 대출 감소 폭이 큰 곳은 한국앤컴퍼니그룹이었다. 조현식 전 고문과 조현범 회장의 대출금이 지난해 2787억원에서 올해 1586억원으로 43.1% 감소했다. 조현범 회장의 대출금이 2500억원에서 1300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형제간 계열분리와 승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한화그룹의 주식담보대출은 1872억원에서 1411억원으로 24.6% 감소했다. 차입 친족도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이는 삼남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이 지난해 580억원이었던 대출을 전액 상환한 영향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대출금도 990억원에서 915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대출금은 180억원에서 380억원으로 늘었고,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122억원에서 11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SK 오너일가도 대출금과 담보 부담이 모두 줄었다. 총 7명의 주식담보대출이 지난해 5843억원에서 올해 5626억원으로 3.7% 감소했고, 담보 비중은 44.7%에서 23.9%로 낮아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식담보대출은 지난해 4895억원에서 올해 4365억원으로 10.8% 감소했다. 담보주식 수는 407만865주에서 152만4892주로 62.5% 줄었지만, 주가 상승으로 평가액은 8007억원에서 1조3084억원으로 63.4% 늘었다. 이에 따라 담보주식 평가액 대비 대출금 비율은 61.1%에서 33.4%로 27.8%p 낮아졌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둔 가운데 최 회장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크게 줄여 추가 담보 여력을 넓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최 회장 동생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대출금은 345억원에서 605억원으로 75.4% 증가했다. 그러나 주가 상승으로 역시 담보주식 평가액이 더 크게 늘면서 대출금 비율은 19.3%에서 8.1%로 하락했다.
반면 주식담보대출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영풍그룹이다. 영풍 오너일가의 대출금은 지난해 4795억원에서 올해 7498억원으로 56.4% 증가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최씨 일가의 자금 수요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풍 오너일가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은 572만7608주에서 543만6518주로 5.1% 감소했고, 담보주식 평가액도 9344억원에서 9247억원으로 1.0% 줄었다. 담보가치는 줄어든 반면 대출금은 큰 폭으로 늘면서 담보가치 대비 대출비율은 51.3%에서 81.1%로 29.8%p 상승했다. 조사 대상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대출금은 80억원에서 98억원으로 22.5% 증가했다.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108억원,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107억원, 최창영 명예회장은 100억원의 대출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용진, 정유경 남매 간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한 신세계그룹의 대출금도 2158억원에서 3200억원으로 48.3% 증가했다. 지난해 대출이 없었던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보유주식 46만주를 담보로 500억원을 새로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담보주식 평가액 대비 대출금 비율은 14.7%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대출금도 2158억원에서 2700억원으로 25.1% 증가했다. 반면 담보주식 평가액은 주가 하락 영향으로 4381억원에서 4169억원으로 4.8% 감소했다. 대출금은 늘고 담보가치는 줄면서 대출비율은 49.3%에서 64.8%로 상승했다.
셀트리온그룹도 대출금이 2997억원에서 4127억원으로 37.7% 증가했다. 셀트리온은 오너일가 중 서정진 회장 한 사람만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