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까르띠에, 반클리프 앤 아펠, IWC, 바쉐론 콘스탄틴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한국에서 판매하는 리치몬트코리아(대표이사 이진원, 서울시 중구 회현동2가, 스테이트타워남산)가 지난해 국내에서 2조2296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748억원을 스위스 본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기부금은 3억원대에 불과해 한국 시장을 단순한 '현금 창출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최근에는 부실한 보안 관리로 고객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보이스피싱 위험에 노출되는 등 도덕적 해이와 리스크 요인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한국에서 초고가 명품브랜드를 판매하는 리치몬트코리아의 눈부신 외형 성장 이면에는 '허술한 고객관리와 한국 고객을 봉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감춰진 짙은 그늘을 드러냈다.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이익의 상당 부분을 본사로 빼내가고, 정작 한국 사회에 대한 환원과 고객 보호에는 인색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리치몬트코리아는 까르띠에·반클리프 앤 아펠·IWC·바쉐론 콘스탄틴·피아제·파네라이·로저 드뷔·랑에 운트 죄네·예거 르쿨트르·부첼라티·보메 메르시에·Montblanc(몽블랑)·Chloe(끌로에)·DELVAUX(델보)·JLC·ALS 등의 브랜드들을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 2조원대 매출 신기원…영업이익 절반은 본사 배당으로 직행
6월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리치몬트코리아의 제30기(2025년 4월 1일~2026년 3월 31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당기 매출은 2조2296억원으로 전년(1조7951억원) 대비 24.2% 급증했다.
영업이익 역시 1827억원을 기록해 전년(1301억원) 대비 40.4%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189억원으로 전년(816억원) 대비 45.7% 늘어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영업이익률은 8.19%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처럼 한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 만들어낸 막대한 수익은 고스란히 스위스 본사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됐다. 리치몬트코리아는 당기 중 2026년 1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748억2720만원의 중간배당을 지급했다. 이는 당기순이익의 62.9%, 영업이익의 40.9%에 달하는 규모다. 1주당 배당금은 12만7094원으로, 배당률은 무려 1270.94%에 달한다.
리치몬트코리아의 지분은 스위스에 위치한 'Richemont International Holding S.A.'가 100% 소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이 전액 해외 본사로 유출되는 전형적인 외국계 기업의 '국부 유출' 구조를 띠고 있는 것이다. 보고기간 말 기준 회사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3184억원에 달해 향후에도 대규모 배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본사 차입금 3366억원에 이자율 최대 5.6%…로열티는 '깜깜이'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배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리치몬트코리아는 본사인 Richemont International Holding S.A.로부터 3366억원의 자금을 차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 차입금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4.77%에서 5.60% 수준이다. 당기 중 회사가 본사 등 특수관계자에게 지급한 매입 등 거래 규모는 1조4894억원에 달하며, 특수관계자 채무 잔액은 5497억원에 이른다.
막대한 이자 비용과 특수관계자 매입 비용이 본사로 흘러가는 또 다른 통로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명품 브랜드들이 관행적으로 지급하는 본사 로열티 지급액에 대해서는 감사보고서상에 구체적인 명목이나 수치가 명확히 공시되지 않아 불투명한 자금 흐름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반면 한국 사회에 대한 환원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회사가 당기 중 지출한 기부금은 3억3530만원으로, 2조2296억원에 달하는 전체 매출의 0.015%에 불과하다. 전년도 기부금(4억9889만원)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 임대료 2364억원·광고비 888억원 지출…주요 경영진 보상은 85억원
리치몬트코리아의 비용 구조를 살펴보면, 화려한 마케팅과 유통망 유지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기 판매비와 관리비는 5715억원으로 전년(5056억원) 대비 13.0% 증가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매장 임차료로, 2364억원이 지출됐다.
리치몬트코리아는 현재 롯데쇼핑 등과 119개의 매장 임대차 계약을 맺고 매출액의 일정률을 임차료로 지급하고 있다. 광고선전비 역시 888억원에 달했으며, 급여는 756억원, 지급수수료는 219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경영진에 대한 보상도 넉넉했다. 이사 및 각 사업부 책임자 등 주요 경영진에게 지급된 당기 급여(주식기준보상 포함)는 80억원, 퇴직급여는 4억7000만원 등 총 85억원 규모로 전년(71억원) 대비 18.6% 증가했다.

◆ '뻥' 뚫려버린 고객 개인정보…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 우려
가장 심각한 리스크 요인은 고객 정보 보호라는 기본적 책무마저 저버렸다는 점이다. 감사보고서의 우발채무 주석에 따르면, "당기 중 그룹 내 타 법인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vishing) 공격과 관련하여 당사 한 브랜드의 일부 고객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되었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 조사 결과 및 과징금 부과 여부와 규모조차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로 최근 까르띠에 등 리치몬트 산하 브랜드에서는 외부의 권한 없는 제3자가 내부 시스템에 접근해 고객의 이름, 이메일 주소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VIP 고객들의 세부적인 구매 이력과 정보가 다크웹 등에서 거래될 경우 보이스피싱이나 맞춤형 스미싱 등 심각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사고 인지 후 늑장 대응과 소극적인 공지로 일관해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SaaS)에 고객 관리를 의존하면서도 이중 인증 등 기본적인 보안 조치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들을 비롯해 고객정보관리 분야 종사자들조차 리치몬트코리아의 현 상황에 대해 강도 높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업재무 전문가는 "리치몬트코리아는 2조원대 매출이라는 화려한 성적표 뒤에 본사로의 노골적인 부의 이전과 한국 사회에 대한 무책임이라는 심각한 페인포인트를 안고 있다"며 "수백억원의 배당과 고금리 차입금 이자로 본사 배만 불리는 사이, 정작 VIP 고객들의 개인정보는 해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부금은 매출의 0.015%에 불과하면서 경영진은 85억원의 돈잔치를 벌이는 이기적인 수익 구조와 보안 불감증은 브랜드의 존립 기반인 고객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치명적 리스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명품(名品)의 가치는 단순히 제품의 가격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잇달아 가격을 인상하며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는 리치몬트코리아가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경영, 철저한 고객 보호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명품 제국'의 명성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