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화성 내부에서 지구 대륙 아래에서나 관측되던 수준의 복잡한 거대 마그마 시스템의 증거를 찾아냈다는 연구 결과가 6월 26일자 국제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에 실렸다.
이 발견은 판 구조 운동을 통해 지각이 끊임없이 재활용되는 지구와 달리, 판 구조론이 없는 화성에서도 대규모·장기적인 마그마 재가공 시스템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암석형 행성의 ‘거주 가능성 조건’에 대한 통념을 흔들고 있다.
EurekAlert!, The Star, Phys.org, The Week, astrobiology, newscientist, cnn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토버모리 맥케이-챔피언(Tobermory Mackay-Champion) 박사 연구팀은 NASA 인사이트(InSight) 착륙선이 2018~2022년 동안 기록한 ‘화성 지진(marsquake)’과 운석 충돌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화성 표면 아래 약 24km 지점에 존재하는 뚜렷한 지진학적 경계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수백 가지 후보 암석 조성을 열역학 모델링과 통계 기법으로 시뮬레이션한 뒤 지진파 데이터와 대조했고, 그 결과 경계 아래에는 철·마그네슘 함량이 높고 규소가 적은 초고철질(ultramafic) 암석, 경계 위에는 상대적으로 규소가 많은 고철질(mafic) 암석이 분포한다는 층상 구조가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조성·밀도 차이를 토대로, 과거 화성 지각 내부 깊은 곳에 거대한 마그마 저장고가 형성된 뒤 시간이 흐르며 용융암이 ‘밀도 분리’를 겪어 하부에는 무거운 결정이 가라앉고 상부에는 보다 진화된 용융물이 상승하는 지구형 분화 과정이 진행됐다고 해석했다.
지구에서는 태평양판이 섭입하는 화산호 아래에서 비슷한 transcrustal magmatism(지각 관통 마그마 활동)이 보고되는데, 이번 결과는 판 구조론이 없는 화성에서도 유사한 규모·메커니즘의 마그마 시스템이 작동했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지진파로 포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이 ‘매몰된 하부 지각층’이 북반구를 가로질러 수백~수천 km에 걸쳐 이어져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단일 화산체 주변의 국지적 마그마 방 대신, 대륙 규모에 가까운 범위에서 지각 전체를 관통하는 상호 연결 네트워크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화성이 과거에 생각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열적으로 활발한 행성이었다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맥케이-챔피언 박사는 옥스퍼드대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전통적으로 화성의 화산 활동이 지구에 비해 단순하다고 가정해왔지만, 이번 결과는 화성도 지각 전체에 걸쳐 마그마가 진화·재처리되는 대규모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거주 가능성 관점에서, 옥스퍼드대 존 웨이드(Jon Wade) 교수는 “판 구조 활동이 없고,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그동안 거주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됐던 암석형 행성들도 실제로는 복잡한 지각·마그마 시스템을 통해 대기와 해양, 잠재적 서식 환경을 구축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성의 경우 InSight 데이터에서 5.4~8km 깊이 상부 지각에 물로 포화된 암석층, 11.5~20km 중부 지각에 액체 물이 포화된 파쇄 암석이 존재할 가능성이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중국·호주 공동연구팀은 이 상부 지각 수층이 전 행성에 고르게 펼쳐질 경우 최대 520~780m 두께의 ‘글로벌 등가 수층(global equivalent layer)’에 해당한다는 계산 결과를 내놓았고, 미국 UC샌디에이고·UC버클리 팀은 중부 지각의 수층이 1~2km 두께의 글로벌 등가 수층을 이룰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네이처 애스트로노미 논문은 이런 ‘지각 속 물 저장고’ 가능성과, 마그마가 지각 전체를 관통하며 장기간 진화·재가공되는 시스템이 결합될 경우, 표면이 한때 빠르게 식고 판 구조론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행성 내부에서 상당한 시간 동안 열·물·화학 에너지 공급원이 유지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연구진은 “화성 사례는 판 구조론, 행성 크기만을 기준으로 거주 가능성 있는 행성과 그렇지 않은 행성을 나누던 기존 프레임에 의문을 던진다”며, 향후 외계 행성 탐사에서 지각 두께, 내부 열 흐름, 마그마·수권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행성 내부 시나리오’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로선 지진파로 포착된 경계층과 마그마 시스템의 수평·수직 범위, 시간 스케일, 그리고 실제로 얼마나 긴 기간 동안 액체 물과 결합해 잠재적 서식 환경을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제한적이라 ‘확실하지 않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인사이트 임무로부터 축적된 방대한 지진 자료와 최근의 연속된 해석 연구들은, ‘차가운 죽은 행성’으로 인식되던 화성 내부가 적어도 과거에는 지구 못지않게 복잡한 열·마그마·수권 상호작용을 경험했을 수 있다는 정량적 증거를 하나씩 더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