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Flashlight Capital Partners·FCP)가 삼성그룹 보안 계열사 에스원(S1 Corp·KRX:012750) 이사회 개혁을 공식 요구하며 한국 지배구조 개혁의 ‘실전 시험대’를 예고했다.
이번 캠페인은 싱가포르 소재 행동주의 펀드 FCP가 에스원 이사회에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중 요구를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FCP는 올해 10월 정기 주주총회 전후로 독립성·전문성이 강화된 이사회 재구성, 명시적 주가 목표와 3~5년 중장기 전략 수립, 잉여현금의 주주환원·성장투자 병행을 핵심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에스원은 물리·전자보안 분야 국내 1위임에도 지난 10년간 주가가 약 30% 하락했다는 국내 보도는 FCP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FCP는 이사회 내 임원 선임·보상 프로세스 공개 확대, CEO가 직접 참여하는 분기 실적 설명 등 IR 체계 개선, 개정 상법에 부합하는 이사회 구조 개편까지 요구 목록에 포함했다.
한국 자본시장과 지배구조 환경의 변화는 FCP의 공세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2024~2025년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의결권 3% 상한, 자기주식 매입 후 일정기간 내 소각 의무화 등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상법 3차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재벌 지배구조 개선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를 정책 목표로 제시했고, JP모건은 이러한 제도 변화가 한국 저평가 주식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 역시 2020년부터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 컨설팅을 의뢰하고 이사회 중심 체제로의 점진적 전환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에스원 캠페인은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재편 흐름과도 맞물린다.
FCP의 전력은 이미 KT&G에서 검증된 바 있다. FCP는 2022년 KT&G 지분 약 0.5%를 보유한 상태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릴’ 글로벌 전략 수립,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 비핵심 사업 정리, 잉여현금 환원, 지배구조 개선 등 5대 주주제안을 담은 서한을 이사회에 발송하고 온라인·오프라인 주주 설명회를 통해 국내외 주주들을 조직했다.
3년간의 캠페인 끝에 KT&G는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고, FCP는 보유지분의 절반 이상을 수익을 남기고 매각하면서 행동주의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영국 거버넌스 리서치 기관 딜리버런스에 따르면 2025년 한국에서 행동주의 타깃이 된 기업 수는 전년 대비 약 9% 감소했지만, FCP의 에스원 공세는 외국계 행동주의가 재벌 계열사로까지 공격 범위를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에스원 사례가 갖는 함의는 크다. 첫째, 삼성 계열사에 대한 본격적 행동주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엘리엇의 공세 이후 잠복해 있던 ‘지배구조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신호다.
둘째, 개정 상법이 실제로 소수주주·기관투자가의 집단 행동을 통해 이사회 구성과 자본배분 전략을 바꿀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하는 리트머스가 될 전망이다. 셋째, 에스원 캠페인이 성공할 경우 다른 삼성 계열사와 국내 대기업에도 밸류업·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FCP가 얼마나 많은 국내외 소수주주와 장기 투자자를 결집해 삼성 특유의 순환출자·계열사 지배 구조 속에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행동주의에 대한 한국 재계의 경계심과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의 표심, 그리고 삼성 오너 일가의 대응 전략이 맞물리며 에스원 이사회 개편 여부를 결정짓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