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연례 주주총회장에서 다시 한 번 ‘AI 전도사’의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거품 논쟁을 “AI에 대한 신성모독(blasphemy)”이라고 규정하며, 소프트뱅크의 순자산가치(NAV)를 현재 약 40조엔에서 향후 10여 년 내 1,000조엔(약 6.2조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초대형 비전을 제시했다.
“AI 거품론은 모독”… 닷컴의 50배라는 신념
손정의 회장은 6월 24일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그룹 제46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AI가 버블이라고 말하는 것은 AI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제 막 시작일 뿐이고, AI의 잠재력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로이터와 니케이 등에 따르면 그는 AI 산업을 1990년대 인터넷 초기 단계에 비유하면서, AI가 등장한 지 “고작 3년 남짓 됐을 뿐인 기술을 버블이라고 부르는 것은 인류 혁신의 방향을 오독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역공을 펼쳤다.
앞서 그는 CNBC 인터뷰에서 AI 혁명이 “닷컴 붐보다 50배 더 큰 사건”이라며, 설사 조정이 오더라도 “최고의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40조엔에서 1,000조엔까지… 20배 넘는 NAV 점프
현재 소프트뱅크의 NAV는 회사 공시에 따르면 약 40조엔 수준으로 추산된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보유지분 가치 48조엔, 순부채 8조2,000억엔을 감안한 NAV를 약 40.1조엔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 일부 국내외 보도에서는 자산 전체를 약 74조엔 안팎으로 평가한다.
손 회장이 제시한 1,000조엔 목표는 현 수준 대비 20배 이상 NAV 증대를 전제로 하며, 미 달러 기준으로는 약 6.189조 달러 규모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모닝스타 등에서 제시됐다. 손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현재 시가총액이 약 37조엔 수준인데 반해 자산 가치는 그 두 배에 가까운 74조엔에 이른다”며, 시장이 소프트뱅크의 내재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의 4대 축…AI 모델·반도체·인프라·로봇
손 회장이 그리는 1,000조엔 시나리오의 구조는 비교적 분명하다. 그는 주주총회에서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리더를 노리는 네 가지 축으로 “AI 모델, 반도체, 인프라, 로보틱스”를 제시했다. 핵심은 초거대 언어모델(LLM) 등 생성형 AI를 위한 연산 능력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그리고 이를 물리적 세계에 확장하는 로봇 플랫폼을 한 번에 묶어 ‘AI 생태계 지배자’로 올라서겠다는 구상이다.
손 회장은 “우리의 피지컬 AI, 즉 로봇은 이미 양산 단계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이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며 "AI를 소프트웨어에 한정하지 않고 하드웨어·서비스 전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픈AI에 646억달러… ‘슈퍼 AI’로 가는 배팅
이 구상의 상징이 바로 미국 오픈AI에 대한 초대형 투자다. 소프트뱅크는 2024년 최초 투자 이후 2026년 2월 발표를 통해 추가로 300억달러(약 4조6,700억엔)를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2026년 10월까지 누적 투자액은 646억달러, 지분율은 약 13%에 이를 것으로 공시했다.
일본 언론과 통신사들은 이 자금이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고, AI 전용 반도체 및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투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손 회장은 별도 발언에서 AI 인프라 구축이 “향후 10~20년간 인류가 필요로 할 경제 인프라의 핵심”이라며, 이번 투자로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슈퍼 AI(Artificial Superintelligence, ASI)’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은퇴는 없다”… 10~15년 더, ASI까지 간다
손정의 회장은 한때 60대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정반대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니케이 등과의 인터뷰 및 AGM 발언에서 “향후 10년에서 15년은 더 소프트뱅크를 이끌며 인공 초지능(ASI), 즉 인간보다 1만 배 뛰어난 AI를 실현하는 데 모든 것을 쏟겠다”며 “은퇴할 시간이 없다”고 못박았다.
일본 경제지들은 손 회장이 중국 고사를 인용해 “호사유피, 인사유명(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언급했다며, 이번 발언을 자신의 경영 인생을 ASI 프로젝트에 ‘올인’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했다.
후계 구상과 관련해서도 그는 “차기 리더는 외부 영입이 아니라 그룹 내부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상해야 한다”고 밝혀, 강력한 창업자 중심 지배 구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현실성과 리스크…‘비전 203X’의 시험대
문제는 1,000조엔 NAV라는 숫자의 현실성이다. 현재 공시된 NAV 40조엔을 기준으로 할 때, 10~15년 사이에 20~25배 성장은 연평균 20%대를 훌쩍 넘는 복리 성장률을 요구하며, 이는 과거 닷컴·스마트폰 슈퍼사이클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물론 소프트뱅크는 2025 회계연도에 일본 기업 사상 최대라는 5조엔대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이미 ‘규모의 다른 차원’을 보여줬지만, 비전펀드가 경험한 대규모 평가손실 사례처럼 거대한 AI 베팅은 그만큼의 변동성과 정책·규제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점도 시장에 각인돼 있다.
손정의의 이번 발언은 결국 “AI 거품론”을 정면 돌파하는 동시에, 자본시장과 글로벌 규제 환경, 기술 경쟁 구도까지 모두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손정의식 빅스토리’를 던진 선언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