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과한 쏠림 현상과 변동성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강도 높게 우려를 표하며 금융당국도 투자자 안전장치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10%가량 코스피 급락 속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종목들도 25%전후의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도 충격에 빠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공개적으로 후회한 배경에는, 단기간에 14조원까지 불어난 고위험 상품에 중산층·서민 자금이 집중되고, 하루 최대 60% 손실·연속 하락 시 30%대 후반 손실까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당국은 기본예탁금 상향, 교육 강화, 수수료 인상, 추가 상장 제한 등 ‘진입장벽+과열억제+충격완화’ 3단계 안전장치를 동시에 검토하는 방향을 정하고 세부적인 정책마련에 들어갔다.
왜 지금 레버리지에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다”까지 나왔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구조로, 상승장에서 수익이 두 배로 불어나는 대신 하락 시 손실도 그대로 두 배가 나는 고위험 상품이다. 금감원은 이 상품이 개별 기업 주가 변동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하루에 최대 60%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등락이 반복되면 ‘음의 복리 효과’로 장기 성과가 기대수익률에 크게 못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실제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 규모가 도입 이후 급격히 팽창해 약 14조원 수준까지 불어났고, 이 중 개인 투자자 비중이 92%에 달할 정도로 ‘개미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집계한 연속 하락장 기준 최대 낙폭은 삼성전자 레버리지 -35.9%, SK하이닉스 레버리지 -38.0%, 평균 약 -36.9% 수준으로, 일반 개별주 투자보다 훨씬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렸다.
6월 23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9.99%) 급락해 8,203.84에 마감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12.47%, 삼성전자는 -12.31%를 기록했다는 점도 당국의 우려를 현실화시킨 이벤트였다. 같은 날 이들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개가 일제히 23~26% 하락했고, SK하이닉스 레버리지 7개 평균 -25.6%, 삼성전자 레버리지 7개 평균 -24.6%를 기록하며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두 배 속도로’ 확대됐다.
환율 안정은 미미, 변동성·빚투만 키운 구조
당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 주식에 쏠린 ‘서학개미’ 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금융위는 국내 우량주를 기초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 상장을 허용하면서, 레버리지 배율을 ±2배로 제한하고 사전교육 2시간(기존 1시간+심화 1시간)을 의무화하는 등 형식적 보호장치를 부착했지만, 실제 시장 흐름은 정책 설계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이찬진 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환율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증시 변동성은 키우고 있다”며, 레버리지 ETF가 국내 자본유입 확대나 환율 안정보다 단기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정면 비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하루 평균 회전율은 한때 130~200%까지 치솟았고, 이를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매매수수료 규모가 적게는 5조원, 많게는 1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이 원장은 “단타 매매가 성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증권사만 배를 불리는 구조가 됐다”며, 레버리지 과열이 실물 경제나 자본시장 체질 개선보다는 중개 수수료 수입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회전율과 시가총액이 주요 종목과 지수의 단기 흐름을 좌우하는 수준까지 커져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하고, 시장 가격 형성 왜곡에 대한 우려도 병행해 제기했다.
서민·중산층이 92%…하루 최대 60% 손실이 가계로 직격
금감원이 직접 밝힌 우려의 가장 큰 축은 ‘투자 주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은 약 92%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이 중산층·서민이라는 점에서 급격한 가격 변동이 곧바로 가계 자산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원장의 인식이다. 금감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대해 소비자경보(주의)를 발령하면서, 일반적인 분산투자형 ETF와 달리 개별 기업의 주가 변동에 직접 노출되고, 하루 최대 60% 손실과 음의 복리 효과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번 코스피 9.99% 급락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12%대 동반 하락, 그에 따른 레버리지 상품의 25% 안팎 급락은 이 같은 우려가 ‘이론적 위험’이 아니라 현실적 리스크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됐다. 금감원은 연속 하락장 기준 평균 -36.9% 손실 사례를 제시하며, 빚을 내 투자한 투자자의 경우 마진콜·신용경색을 동반한 ‘레버리지의 레버리지’ 위험이 겹쳐질 수 있다는 점도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 원장은 “투자자 상당수가 중산층과 서민인 만큼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할 경우 가계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과도한 레버리지 구조가 가계 건전성과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제도 설계의 핵심 변수로 고려하겠다고 시사했다. 차입투자 확대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과열이 맞물리면서, 자칫 특정 종목 급락이 가계부채 리스크와 금융 시스템 안정성 우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이제 와서 후회”라는 강한 표현의 배경에 놓여 있다.
당국이 검토 중인 ‘3단계 안전장치’ 시나리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과열 완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여러 안전장치를 ‘패키지’로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당국 관계자는 “시장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증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발굴하는 단계”라고 밝혀, 특정 옵션에 선을 긋기보다는 복수 방안을 열어둔 상태임을 시사했다.
현재 거론되는 대책은 크게 진입장벽 강화, 과열 유인 축소, 상품·시장 구조 개선의 세 갈래로 나뉜다. 우선 진입장벽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현행 1,000만원에서 상향 조정해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사전교육 2시간 체계를 보다 강화하거나 교육 난도를 높이는 추가 조치도 논의되고 있다.
“증권사만 배부른 구조”를 겨냥한 수수료·공급 규제
‘투기적 단타’를 부추기는 가격·수수료 구조를 손보자는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투자 매력도를 낮추기 위해 운용보수와 유통 수수료를 인상하도록 업계에 사실상 압박을 가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하루 회전율 130~200% 구조 자체를 비용 측면에서 둔화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이 경우 연간 수수료 추정 규모 5조~10조원을 바라보는 ‘증권사 배불리기’ 구조를 일부라도 역전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추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상장을 일정 기간 제한하거나, 상장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옵션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미 주요 대형 운용사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반 상품을 선점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의 추가 상장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공급 억제를 통한 과열 완화는 실효성이 높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금융위가 입법예고 단계에서 밝힌 것처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명칭에 ‘단일종목’ 문구를 명시하고, ETF라는 명칭 사용을 제한하거나 별도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 역시 투자자가 분산투자형 ETF로 오인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정보 제공 장치로 병행될 전망이다.
이찬진 원장이 언급한 “단계별 충격 완화 장치”에는 가격 급등락 구간별 추가 공시, 위험 경고 강화, 괴리율 확대 시 거래 제한 등 ‘시장 안전장치’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시장 안팎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