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다시 10만원 아래로 밀렸다. 6월 18일 9만9600원에 이어 19일 9만7900원까지 하락했다. 52주 최고가는 지난 5월 7일 기록한 13만9200원이다. 전문가들은 현 구간은 ‘추세 붕괴’라기보다, 과열 구간 이후 밸류에이션과 수급이 한꺼번에 재조정되는 과도기 구간으로 분석한다. 원전·SMR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시장이 ‘스토리’보다 ‘실적 확인’을 요구하는 국면으로 기조가 바뀌면서 10만원선 부근에서 변동성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게 하반기 관전 포인트다.
10만원 붕괴의 ‘기술적 심리선’과 수급 구조
국내 증시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10만원은 단순 가격이 아니라, 2026년 5월 13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원전 대장주 프리미엄’이 유지되느냐를 가르는 상징적 레벨로 인식된다. 5월 7일 장중 13만9200원까지 갔던 주가는 6월 8일 8만5800원 수준까지 약 4주 만에 38%가량 급락하면서, 10만원선이 지지선에서 저항선으로 성격이 바뀌는 전형적인 피크아웃 패턴을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6조원대 매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4.6% 상회, 브렌트유 110달러 내외의 고유가 등 대외 변수와 더불어 코스피 전반의 과열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원전 섹터 전체가 아니라 ‘고점에 가장 많이 오른 대표주’라는 이유로 차익 매물이 집중됐고, 두산에너빌리티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펀더멘털 이상무…수주·실적은 ‘숫자로 개선 중’
주가 조정과 달리 펀더멘털 지표는 객관적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5년 기준 연결 매출 17조579억원, 영업이익 7,627억원을 기록했으며, 특히 수주는 14조7,280억원으로 전년(7조1,314억원)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2025년 말 기준 수주잔고는 23조472억원으로, 당시 연간 매출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2026년 1분기에는 신규 수주가 2조7,8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9% 증가했고, 수주잔고는 24조1,343억원으로 다시 한 번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연결 매출액은 4조2,611억원(+14% YoY), 영업이익은 2,335억원(+64% YoY)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약 1,942억원)를 크게 상회했다. 특히 2026년 신규 수주 전망치는 16조3,000억원(+11% YoY)으로 직전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됐다.
왜 ‘호실적–호재’에도 10만원이 약해졌나
문제는 숫자가 좋은데도, 주가가 이를 선형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증권가와 시장 참여자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지목한다.
첫째, 밸류에이션 부담이다. 13만원대까지 올랐던 구간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SMR 슈퍼사이클 기대를 선반영하면서 PER·PBR 모두 역사적 밴드 상단을 뚫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외국인 매수세 둔화와 함께 고평가 논란이 확산되며, ‘13만빌리티’로 불리던 랠리가 막을 내렸다.
둘째, ‘스토리에서 실적’으로의 기준 변화다.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약 5조6,000억원)은 이미 수주잔고에 반영된 재료이며, 주식시장은 이제 베트남·루마니아·미국 SMR 등 ‘다음 수주’를 요구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전력난과 SMR 수요 기대가 잦은 헤드라인을 만들지만, 실제로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찍히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필요하다는 점이 주가의 탄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평가다.
셋째, 상대적 매력도 저하다. 최근 코스피 내에서는 AI 반도체, 조선, 전력기기 등에서 실적 가시성이 즉각적인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원전·플랜트는 정책·인허가·예산·발주·공급망 등 여러 레이어가 맞아야 수익이 현실화되는 구조라, 시장이 “더 빨리 돈 버는 섹터”를 선호하는 기간에는 주도주 자리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외국인–기관의 태도와 개인의 피로감
수급 측면에서 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2026년 3월 초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 내 최다 순매수 1위를 기록하는 등 중기 관점에서의 신뢰는 유지되고 있다. 3월 9~13일 사이 외국인·기관 동반 매수에 힘입어 4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수주 모멘텀과 원전 산업 부활 기대가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고점 인근에서는 양상이 달라졌다. 13만원 부근에서 과열된 뒤에는 외국인과 기관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개인 투자자가 방어 매수에 나서는 ‘역전된 수급 구조’가 나타났다. 2025년에도 8만원선에서 10%대 급락이 나왔을 때, 실적 발표를 앞둔 차익 실현 수요와 코스피 급락장이 맞물렸다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두산에너빌리티는 ‘실적 선반영–이벤트 전 차익 실현’ 패턴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전 대표주’라는 타이틀과 높은 수주잔고를 믿고 중장기 보유를 선택했지만, 잦은 변동성과 심리선(10만원) 붕괴가 반복되면서 피로감이 커진 상황이다. 일부 개인은 이 구간에서 “호재는 뉴스만, 수익은 기관만”이라는 체감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 ① 체코 이후 ‘실제 계약’ 추가 수주
하반기와 중기 관전 포인트 중 첫 번째는 체코 이후의 해외 원전 수주이다. 체코 두코바니 프로젝트가 이미 수주잔고에 반영된 만큼, 시장은 베트남, 루마니아, 폴란드, 미국 SMR 프로젝트 등에서 실질 계약이 가시화되는 시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2026년 신규 수주 전망치가 16조3,000억원으로 직전 대비 19% 상향된 배경에는 원전 5.8조, 가스발전 5.3조, 복합EPC 2.2조, 신재생 0.9조 등으로 구성된 공격적 수주 가이던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가이던스가 실제 계약 공시로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에 따라, 향후 ‘10만원 박스’ 상단 돌파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관전 포인트 ② 국내 신규 원전·SMR 부지의 ‘발주 전환 속도’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국내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대형 원전 부지로 영덕, SMR 부지로 부산 기장을 선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에는 구조적 수혜 기대가 깔려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 이슈는 여전히 ‘정책–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고, 두산에너빌리티 실적에 직접 반영되는 ‘발주–기자재 수주’ 단계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시장의 경계 요인이다.
국내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 주기기·가스터빈·플랜트 EPC에서 동시다발적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발주 지연, 인허가 리스크, 정치·정책 사이클 변화 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관전 포인트 ③ AI 전력난–SMR 테마의 ‘실적화’
세 번째는 글로벌 AI 인프라 붐과 전력난 이슈다.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전력 수요 폭증과 전력망·발전설비 투자 확대는 중장기 구조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SMR·가스터빈을 모두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력 인프라 풀 패키지”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프리미엄을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는 AI 관련 종목조차 “투자금 대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조정을 받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SMR·AI 전력난을 둘러싼 테마성 기대도 결국 수주잔고 증가, 매출 인식, 영업이익 마진 개선이라는 하드 데이터로 전환될 때까지는 변동성을 수반하는 ‘스토리 장세’의 일부로 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관전 포인트 ④ 10만원–9만원대 박스…기술·수급 기준선
가격대별로 보면 10만원 회복 여부와 9만원 중반 지지 여부가 향후 투자전략의 기준선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10만원선 안착 시 외국인·기관 수급이 재유입되며 ‘원전 대장주 프리미엄’이 재부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9만원 중반이 여러 차례 이탈될 경우, 박스권 하단 재확인과 함께 조정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2025년 8월 6만1,500원 수준에서 단기 급락하며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사례를 돌아보면, 차익 실현 매물과 정책 기대 지연이 겹칠 때 기술적 지지선이 쉽게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분석에서도 “시장심리 68점, 투자심리 위축됐으나 중기 매수세 대기”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는 지금 10만원 붕괴 국면에서도 상당 부분 유효한 프레임으로 읽힌다.
관전 포인트 ⑤ 상무 5명 10만7000원 내부자 매수·외부 평가의 ‘온도 차’
내부자와 외부 전문가의 시각 차이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2026년 3월 4일, 이 회사 상무 5명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10만7,000원대에서 매수했으며, 박지원 회장 역시 보통주 1만8,650주를 주당 10만6,200원에 장내매수해 보유 주식이 31만7,285주에서 33만5,935주로 늘었다.
이 공시가 알려지면서, 9만원대에서 불안에 떠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임원들이 더 비싼 가격에 샀다”는 상징성이 회자됐다. 내부자 매수는 통상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 신호로 해석되지만, 단기 주가 하락 국면에서는 시장과 온도 차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공포 매도’ 대신, 기준·시나리오를 재설계할 시간
결국 10만원 붕괴는 투자자에게 불편한 신호임은 분명하지만, 원전·SMR 모멘텀이 사라졌다고 단정하기에는 펀더멘털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다만 시장은 이제 ‘뉴스’가 아니라 ‘숫자’를 요구하고 있고, 그 숫자가 쌓이는 과정에서 10만원 부근의 등락은 불가피한 통과의례에 가깝다는 점이 이번 조정의 본질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금은 공포에 파는 자리가 아니라, 기준 없이 들고 있던 비중을 조정하고, 수주·실적 타임라인에 맞춘 전략을 다시 세울 구간”이라고 강조한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10만원 회복과 9만원대 지지, 해외·국내 발주, AI 전력난–SMR 실적화라는 관전 포인트를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신의 투자 성향과 시간 프레임에 맞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다시 짜는 것이, 두산에너빌리티 10만원 붕괴 국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응법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