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중국 중·고등학생 2만6,811명을 30개월간 추적한 대규모 실증 연구에서, 숙제를 빨리 끝내기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최대 20%까지 떨어지는 이른바 ‘학습 페널티’가 확인됐다. 반면, 수업 시간에 설계된 튜터링 도구로 AI를 활용할 경우에는 학습 효율과 몰입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상반된 결과가 다른 연구들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숙제 시간 30% 줄고, 시험 점수는 20% 떨어져
Harvard Gazette, Basic Intelligence, Brian Renshaw, PubMed, CEPR Discussion Papers에 따르면,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발표한 토론 논문 ‘The Generative AI Learning Penalty: Evidence from Chinese Secondary Education’는 중국 7~12학년 학생 26,811명의 패널 데이터를 30개월 동안 추적하며 생성형 AI의 교육 효과를 정량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 이후 학생들의 숙제 완료 시간은 평균 30% 단축됐고, 숙제 점수는 18% 상승했지만, AI 사용이 금지된 월별 폐쇄형 시험 점수는 불과 6개월 만에 20%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장기 누적 효과다. 고등학교·대학 입시와 같은 고부담 시험에서는 2년 경과 시점에 점수 하락폭이 18~24%까지 벌어져, 단기 편의가 장기 학습능력 훼손으로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를 “숙제 생산성은 올라가지만, 실제 학습은 후퇴하는 전형적 생산성–학습 괴리”로 규정했다.
“노력의 전가”가 만든 학습 손실 80%
이번 연구의 핵심 키워드는 ‘노력의 전가(effort displacement)’다. 연구진은 학습 손실의 약 80%가 과제를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로 끝내면서도 높은 숙제 점수를 받는 특정 집단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풀이 과정을 밟기보다, AI가 내놓은 답안을 거의 그대로 제출하는 패턴과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AI를 쓰더라도 비사용자와 비슷한 숙제 시간을 유지한 학생들의 경우 시험 성적 하락은 소폭에 그쳐, ‘얼마나 빨리 끝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스스로 생각했느냐’가 성패를 가른 셈이다. 과목별로는 사회과학에서 가장 큰 성적 하락이 나타났고, 그 다음이 이공계(STEM)와 외국어 과목이었다. 연령·집단별로는 저연령층, 상위권 학생, 남학생에게서 학습 페널티가 두드러져, 오히려 학업 능력이 높고 AI 친숙도가 높은 집단일수록 ‘AI 의존의 함정’에 더 빨리 빠질 위험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튜터로 쓰면 ‘두 배 학습 효과’, 숙제 대행으로 쓰면 ‘학습 붕괴’
이번 CEPR 연구는 “AI 사용의 맥락이 학습 효과를 결정한다”는 기존 논의를 데이터로 뒷받침한다. 와튼스쿨 이선 몰릭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에서 중국 대규모 연구를 언급하며 “잘 설계된 AI 튜터링은 수업을 뒷받침해 시험 점수를 끌어올리지만, 숙제를 ‘도와주는’ AI 사용은 학습을 갉아먹는다”고 요약했다.
실제로 《네이처》 자매지인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하버드대 무작위 통제 실험(RCT)에서는, 연구진이 물리학 수업에 맞춰 설계한 AI 튜터를 사용한 대학생들이 기존 능동적 대면 수업을 들은 학생들보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내용을 학습하고, 자기보고식 학습 참여도와 동기 역시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실험에서 AI 튜터를 활용한 그룹의 학습 증가는 대면 수업 그룹의 약 두 배 수준으로, “교수–조교 중심 액티브 러닝보다 설계된 AI 튜터가 더 큰 학습효과를 냈다”는 결론을 얻었다.
미국·말레이시아 등 여러 대학에서 진행된 또 다른 연구들에서도 GPT-4 기반 ‘튜터 모드’는 학습 성취를 높이는 반면, 일반 챗봇을 제한 없이 과제에 쓰게 하면 AI 사용 경험자 그룹의 후속 시험 점수가 비사용자 대비 17%가량 떨어지는 부정적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중국·미국에서 번지는 ‘AI 숙제 의존’…정책·평가 혁신 없으면 페널티 확산
이처럼 상반된 연구 결과는 현재의 AI 사용 행태가 어디에 더 가깝느냐에 따라 교육의 미래가 갈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에서는 《차이나 데일리》 전국 설문조사에서 초·중·고 학생의 60% 이상이 AI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71%는 “숙제를 할 때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미국에서도 NPR·입소스(Ipsos) 여론조사에 따르면 K-12 교사의 55%가 “AI가 주로 학생들이 학습 부담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쓰이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어, 중국·미국 모두 AI의 용도가 ‘숙제 단축 도구’ 쪽에 기울어 있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미국 대학들은 구술 시험, 수업 내 실시간 과제, 프로젝트 기반 평가로 전환해 AI 편법의 여지를 줄이는 시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AI 기반 교육기술 시장 규모가 43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중국을 비롯해, 대규모 K-12 시스템 전반이 평가·수업 설계를 어떻게 재구성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생성형 AI는 ‘숙제 대행’으로 쓰일 때 학습 능력을 깎아내리는 위험한 지름길이지만, 명확한 교수 설계와 교사 개입 아래 ‘디지털 튜터’로 활용될 경우, 기존 수업의 한계를 보완하는 강력한 학습 증폭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