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 제임스 터렐(82)의 50여 년에 걸친 뮤지엄 사상 최대 규모 스카이스페이스가 19일(현지시간) 덴마크 아로스 오르후스 미술관(ARoS Aarhus Art Museum)에서 일반에 공개됐다.
The New York Times, VisitAarhus, aros.dk에 따르면, 이번 개관은 그의 100번째 스카이스페이스 설치라는 이정표를 기념하는 동시에, 하지(夏至)에 맞춰 시기를 조율한 것이다.
뮤지엄 최대·지름 40m ‘빛의 돔’
"As Seen Below – The Dome"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높이 16m, 지름 40m의 거대한 지하 돔 구조로, 비례상 로마 판테온을 연상케 하는 스케일을 구현했다. 터렐이 1974년 이탈리아 바레세 판자 컬렉션에 첫 스카이스페이스를 선보인 이후 50여 년 만에 누적 100번째로 기록되는 작업이자, 미술관에 설치된 스카이스페이스 가운데 세계 최대 크기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관람객은 본관과 반지하 확장동 ‘더 넥스트 레벨(The Next Level)’을 잇는 빛으로 채워진 지하 통로를 지나 거대한 돔 내부로 진입한다. ARoS는 연간 약 50만명이 찾는 북유럽 최대급 미술관으로, 이번 설치를 통해 “설치미술 분야에서 세계 선도 미술관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고 자평한다.
하지에 맞춘 개관, 10년짜리 확장 프로젝트의 피날레
‘As Seen Below – The Dome’의 개관일이 북반구의 하지(夏至)에 맞춰 조율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하지 전후의 가장 긴 낮과 극적인 광량 변화가, 터렐 특유의 ‘빛과 하늘의 극장’을 극대화하는 자연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덴마크 건축사무소 슈미트 해머 라센 아키텍츠(Schmidt Hammer Lassen Architects)가 2015년 발표한 미술관 확장 계획의 핵심 프로젝트로, 초기에는 4,000만 유로(약 587억원) 규모, 2023년 개관을 목표로 했으나 재정적 난관과 돔 덮개 공급업체 파산 등으로 10여 년에 걸친 지연을 겪었다.
ARoS 관장 레베카 매튜스는 이번 작업을 두고 “방문객들이 속도를 늦추고 위를 바라보며, 빛·시간·공간을 깊이 감동적으로 경험하도록 이끄는 특별한 작품”이라며 “미술관에겐 기념비적 추가물이자, 대중에게는 하나의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건축·설치 프로젝트를 넘어, 도시와 공공을 향한 장기 문화 인프라 투자로서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발언이다.
세 가지 모드로 체험하는 ‘빛의 시나리오’
터렐은 이번 설치를 두고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행위’ 자체를 형성하려는 작업”이라며, “건축이 하늘을 가까이 끌어당기고, 그때 비로소 바라보는 행위가 곧 작품임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한다. 작품은 시나리오가 다른 세 가지 모드로 운영된다.
▲‘오픈 스카이(Open Sky)’는 돔 상부 개구부를 개방한 상태에서, 내부 조명과 함께 실제 하늘을 그대로 바라보는 모드로 터렐 스카이스페이스의 가장 전통적인 형식이다.
▲‘컬러 시프트(Colour Shift)’는 5~8월 매시간 진행되는 세션으로, 천장이 닫힌 상태에서 프로그래밍된 조명이 돔 내부의 색과 분위기를 순차적으로 변주한다.
▲‘트와일라잇(Twilight)’은 일출·일몰 시간대에 맞춰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외부 하늘의 색 변화와 내부 조명이 맞물리며 시각·감각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빛을 단순 조명이나 ‘무언가를 비추는 수단’이 아니라, “관람자가 그 안에 서 있는 실체”로 다루겠다는 터렐의 일관된 태도가 가장 응축된 형식으로 구현된 셈이다.
26개국·100개 스카이스페이스, 그리고 ‘로든 크레이터’
1974년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첫 스카이스페이스를 선보인 이후, 터렐의 스카이스페이스는 26개국 이상으로 확장되며 미술관·공공건축·사적 공간·휴화산 분화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를 점유해 왔다. 이번 ARoS 설치는 그 연쇄의 100번째로, 장소 특정적 설치를 통해 ‘하늘을 프레이밍하는 방식’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집대성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터렐은 동시에, 미국 애리조나 북부 40만년 된 화산 분화구를 거대한 빛·천문 관측 공간으로 전환하는 ‘로든 크레이터(Roden Crater)’ 프로젝트도 1977년부터 50년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분화구 내부에 24개 관측 공간과 6개 터널을 조성하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현재 일부(6개 공간)가 완성됐으나,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이며 일반 공개 일정은 여전히 미정이다.
‘빛의 조각가’가 남긴 북유럽형 랜드마크
연간 50만명 수준의 관람객이 찾는 ARoS에 터렐의 100번째, 그리고 뮤지엄 최대 스카이스페이스가 상설로 더해졌다는 사실은, 미술관 자체를 ‘빛의 실험실’이자 도시의 야간·체험 관광 허브로 변모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지 전후 ‘트와일라잇’ 세션은 북유럽의 독특한 자연광 조건과 맞물려, 글로벌 문화·관광 시장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로 작동할 여지가 크다.
결국 덴마크 오르후스의 지하에 세워진 이 40m ‘빛의 돔’은, 26개국 100개 스카이스페이스, 그리고 50년에 걸친 로든 크레이터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터렐의 일관된 질문 -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 를 북유럽 하늘 아래에서 다시 묻는 거대한 실험실이자, 장기적인 도시 문화 전략의 플랫폼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