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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NASA 루시 탐사선, 소행성 도널드요한슨에서 고대 물의 흔적 발견…1억5500만 년 전 태양계의 비밀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미국 NASA의 소행성 탐사선 ‘루시(Lucy)’가 지구에서 약 4억km 떨어진 메인벨트 소행성 ‘도널드요한슨(52246 Donaldjohanson)’에서 고대 액체 물의 흔적을 포착했다. 이번 결과는 2026년 6월 18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으며, 2025년 4월 20일 루시가 이 소행성을 시속 약 4만8천km(초속 13.4km)로 스쳐 지나가며 수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성과다.

 

고대 물의 화석, ‘철 풍부 점토’가 증언하다

 

NASA Science, EurekAlert!, Bulletin of the AAS, India Today, arxiv에 따르면, 연구진은 루시에 탑재된 적외선 분광계(L’Ralph 등)를 이용해 도널드요한슨 표면에서 철을 다량 함유한 점토질 광물(철 함유 규산염, phyllosilicates)을 검출했다. 이는 암석이 한때 액체 상태의 물과 화학 반응을 겪었다는 전형적인 ‘수화(hydration) 서명’으로, 과거 이 소행성의 모체가 물과 탄소를 풍부하게 품은 원시 천체였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의 시몬 마르키(Simone Marchi) 박사는 “도널드요한슨의 조성은 에리고네 모천체가 태양계 형성 초기에 이미 물을 품고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라며 “다만 베누(Bennu), 류구(Ryugu)처럼 깊게 변질된 사례와 달리, 화학적 변화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요한슨은 소행성대 내 ‘에리고네(Erigone) 충돌족’에 속하는 구성원으로, 지름 수십km급 모천체가 약 1억5000만~1억5500만 년 전 격렬한 충돌로 산산이 부서지며 생겨난 약 1,800~2,000개 C형 소행성 집단의 일부다. NASA는 이런 충돌사가 “물과 탄소를 머금은 원시 소행성이 어떻게 파편화되고, 그 조각들이 이후 태양계 곳곳의 물 공급원으로 기능했는지”를 복원하는 핵심 단서로 보고 있다.

 

‘흔들흔들 땅콩’…투축 회전하는 접촉 이중 소행성


이번 근접 관측에서 드러난 도널드요한슨의 형상은 ‘땅콩’에 가깝다. NASA와 SwRI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소행성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괴(로브)가 매끄럽고 좁은 ‘목(neck)’으로 붙어 있는 접촉 이중체(contact binary)로, 전체 길이는 약 8km, 최대 폭은 3.2~3.5km 수준이다. 표면에는 크고 작은 다수의 충돌 크레이터가 분포하지만, 일부 작은 크레이터는 예상보다 빠르게 사라지는 양상을 보여 젊은 지표 활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놀라움은 회전 동역학에서 나왔다. 지상 관측에서는 자전 주기가 약 251시간(약 10.5일)인 느린 소행성으로 분류됐지만, 루시의 정밀 측정 결과 도널드요한슨은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단순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축을 따라 ‘텀블링(tumbling) 회전’을 하고 있었다.

 

SwRI 분석에 따르면 이 소행성은 끝에서 끝으로 한 바퀴 도는 데 약 10.5일이 걸리는 동시에, 수평축을 기준으로 한 번 흔들리는 주기는 약 26.5일에 달한다. 연구진은 이처럼 복잡한 회전 상태가 과거 충돌이나 중력 상호작용의 잔상으로, 소행성 진화사를 추적하는 ‘동역학 화석 기록’에 해당한다고 평가한다.

 

960km 스쳐 지나간 리허설, 2027년 트로이 목표 조준


루시 탐사선의 도널드요한슨 플라이바이는 본 임무인 목성 트로이 소행성군(총 11개 목표) 탐사를 앞둔 ‘리허설 비행’이었다. NASA에 따르면 루시는 2025년 4월 20일 미국 동부시간 13시 51분(UTC 17시 51분)에 도널드요한슨 표면에서 약 960km 떨어진 지점을 통과했으며, 이때 상대 속도는 약 시속 4만8000km(초속 13.4km)에 달했다. 플라이바이 약 30분 전부터 루시는 고유의 터미널 트래킹 시스템(TTS)을 이용해 자동으로 자세를 조정하며 소행성을 시야에 고정했고, 최근접 약 40초 전에는 태양광에 의한 센서 손상을 막기 위해 추적을 일시 중단하는 고난도 시퀀스를 수행했다.

 

이번 비행은 루시 임무 12년 여정의 두 번째 소행성 조우로, 2023년 메인벨트 소행성 ‘딩키네시(Dinkinesh)’에 이은 것이다. NASA는 루시가 2027년부터 목성 공전 궤도 주변의 L4·L5 라그랑주점에 포진한 트로이 소행성들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며, 도널드요한슨에서 검증된 관측·항법 시퀀스가 향후 수차례의 고속 플라이바이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고 평가했다.

 

베누·류구와 다른 ‘절반만 익은’ 수화 소행성의 의미


도널드요한슨은 크기(수 km급), 조성(C형, 탄소·수분 풍부) 측면에서 일본 하야부사2가 탐사한 류구(지름 약 1km), NASA 오시리스-렉스가 샘플을 가져온 베누(지름 약 0.5km)와 같은 계열로 분류된다. 그러나 베누·류구에서 관측된 광범위한 수화 변질에 비해, 도널드요한슨의 물에 의한 화학 변화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연구진은 그 이유로 ▲모천체 내부 가열이 상대적으로 짧게 지속됐거나 ▲충돌로 파괴되기 전 물이 우주 공간으로 방출됐거나 ▲차갑게 식어 물이 얼어붙으면서 반응이 멈췄을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아직 어느 가설이 우세한지는 “확실하지 않음”으로 남겨두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작고 어두운 소행성 조각 하나가 태양계의 물 순환사와 초기 충돌사를 동시에 증언하는 기록 매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수치와 영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NASA는 공식 해설에서 “도널드요한슨은 약 1억5000만 년 전 에리고네 모천체가 부서지며 탄생한 파편으로, 루시는 그 조각 하나를 통해 태양계의 폭력적 형성과정과 물의 기원을 동시에 엿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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