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 말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전격 회동을 추진하면서, SK그룹의 글로벌 ‘AI 풀스택 동맹’ 전략이 정점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만남은 테슬라의 자체 AI칩 ‘AI5·AI6’에 최적화된 커스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HBM4 베이스 다이, 나아가 xAI·스페이스X의 데이터센터·우주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중장기 공급·투자 협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SK와 머스크의 접점은 ‘AI 인프라’라는 키워드로 압축된다. 최 회장은 이미 미국에서 엔비디아, 구글, MS, 메타, 브로드컴 등 빅테크 CEO들을 잇달아 만나며 HBM·AI 서버 메모리 중심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 왔다.
이달 초에는 대만에서 TSMC C.C. 웨이 회장 등과 만나 SK하이닉스의 HBM과 TSMC의 첨단 파운드리·코패키징을 연계하는 협력 구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테슬라·스페이스X·xAI까지 더해지면, ‘메모리–파운드리–AI칩–데이터센터–전력망·ESS’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형 AI 동맹 축이 완성된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머스크 측의 이해관계도 분명하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위해 AI5·AI6 등 자체 칩을 개발 중이며, 이미 ‘테라팹’ 프로젝트를 통해 자체 첨단 칩 생산시설 구상을 공식화했다. 동시에 뉴욕증시에 상장한 스페이스X와 AI 회사 xAI는 저궤도 위성·우주선,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고신뢰 메모리와 스토리지가 필수적이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투자 급증과 제한적인 HBM 공급 능력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HBM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그 결과 엔비디아·하이퍼스케일러를 중심으로 장기공급계약(LTA)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SK 입장에서는 테슬라·스페이스X·xAI를 ‘초대형 LTA 고객군’으로 묶어두는 것이 HBM4 이후 시장지배력 유지의 핵심 승부수다.
시장 수치도 SK의 공격적 행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3사가 과점하는 구조로, 2024년 기준 상위 3사가 전 세계 HBM 모듈 출하량의 약 8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일부 시장조사업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HBM 모듈 생산의 70% 이상, 글로벌 출하량의 약 58%를 점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용 HBM3·HBM3E를 선제 공급하며 HBM 시장 ‘현재 리더’로 평가받고 있으며, 12단 HBM3E 양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뒤 차세대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증·수율 이슈로 다소 늦게 출발했으나, HBM4와 이후 세대에서 대규모 투자로 반등을 노리는 구도다.
이번 회동이 특히 주목받는 지점은 HBM4 ‘베이스 다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4 베이스 다이 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는데, 테슬라의 테라팹이 로직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갖추게 될 경우 베이스 다이 설계·생산을 둘러싼 3자 협력 구조가 새로 짜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스 다이는 HBM 코어 다이의 속도·전력·입출력을 제어하는 로직 칩으로, 성능 경쟁이 격화되면서 전체 HBM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다. 테슬라가 자체 AI칩(예: AI5·AI6)에 최적화된 커스텀 HBM과 전용 베이스 다이를 요구할 경우, SK하이닉스로서는 메모리 공급을 넘어 설계·공정 단계까지 깊숙이 엮이는 ‘락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머스크와의 공조는 HBM을 넘어 ESS·전력망·데이터센터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 이미 SK하이닉스는 테슬라와 최대 1조원 규모의 기업용 eSSD 공급을 논의한 바 있고, 자회사 솔리다임을 통해 업계 최대 수준인 60TB급 eSSD를 다수 빅테크에 공급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여기에 xAI의 미국 남부 데이터센터 증설, 스페이스X의 우주·통신 인프라 확대까지 감안하면, 전력망 안정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포함한 ‘AI 데이터–전력 인프라 패키지 딜’이 장기 어젠다로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가 차기 AI 인프라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협력 범위를 메모리에서 전력·데이터센터까지 넓히는 중”이라며, “이번 회동이 성사되면 최소 수년 단위의 공급·투자 프레임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SK그룹 공식 입장은 “확인이 어렵다”는 선에서 그치고 있어, 회동 일정과 의제는 여전히 대외비로 분류돼 있다. 그럼에도 TSMC·엔비디아에 이어 머스크와의 ‘풀스택 동맹’까지 가시화될 경우, SK그룹의 포지션은 단순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 아키텍트로 격상될 것이라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