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아마존 창업자이자 블루 오리진 이사회 의장인 제프 베이조스가 6월 17일(현지시간) 파리 비바테크(VivaTech) 무대에서 “달 식민지화가 지구를 구하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중공업의 ‘지구 밖 이전’을 전제로 한 문명 재디자인 청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의 정원 같은 행성을 산업혁명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며, 달을 거점으로 한 우주 산업 인프라 구축이 환경·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현실적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중공업은 달과 소행성으로”…지구를 주거·경공업 구역으로 재존닝
euronews, Gizmodo, McKinsey & Company에 따르면, 베이조스의 비전의 핵심은 지구를 주거·경공업 중심지로 ‘재존닝(再zoning)’하고, 철강·화학·반도체 등 고에너지·고오염 산업을 달과 소행성, 근지구 소행성(NEO)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는 “오염 산업 전부가 달이나 소행성에서 이뤄지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며, 우주에서 채굴한 자원과 24시간 이용 가능한 태양광으로 중공업을 돌리겠다는 구상을 재확인했다.
베이조스는 이런 전환이 가능해지면 “이 지구라는 정원 행성이 산업혁명 이전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지구 리셋’ 수준의 환경 복원을 내다봤다.
달이 화성보다 ‘첫 번째 계단’인 이유
베이조스가 굳이 ‘화성’이 아니라 ‘달’을 첫 단계로 찍은 데는 물리·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다. 그는 달을 “3일 반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이웃”이라고 규정하며, 발사 기회가 26개월 주기로 제한되는 화성과 달리 수시로 왕복 가능한 운영 안정성을 강조했다.
또 지구 대비 중력이 6분의 1 수준인 달에서는 물질을 궤도로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지구의 28분의 1에 불과해, 장기적으로는 달·소행성 기지에서 자원을 조달해 우주 인프라를 짓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달 남극에 매장된 물 얼음은 수소·산소 추진제를 생산하는 ‘우주 연료 공장’으로, 수십억 년간 쌓인 운석 퇴적층은 금속·희토류를 포함한 거의 전(全) 주기율표 자원을 제공할 잠재적 광산으로 거론됐다.
머스크의 ‘화성 우선’에서 ‘달 도시’로…전략 궤도 맞춰지는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베이조스는 “단계를 건너뛰면 오히려 더 빨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그간 스페이스X를 상징해온 ‘화성 우선(Mars-first)’ 담론을 우회 비판했다. 그러나 시장의 흐름은 두 기업 간 간극을 좁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6년 2월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플랫폼 X를 통해 “10년 내 달에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하며, 화성 식민지 구상 위에 달 도시 프로젝트를 얹는 ‘문·플러스(moon-plus)’ 전략을 예고했다.
반면 블루 오리진은 수익성이 검증된 준궤도 우주 관광 사업을 접고, 자원을 ‘블루문(Blue Moon)’ 달 착륙선과 화물·유인 달 착륙 시스템(HLS) 개발에 집중 투입하는 보수적·인프라 우선 행보를 택했다.
아폴로의 ‘순간 영광’에서 ‘상시 존재’로…NASA 아르테미스와 민간 우주경제의 교차점
베이조스는 아폴로 프로그램이 미국 연방 예산의 최대 4.5%를 집행했던 ‘정치적 쇼케이스’였던 데 비해, 현재는 상시 거주와 산업 활동을 전제로 한 완전히 다른 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가 이미 달에 가봤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그곳에 머무르는 것, 즉 영속성”이라며, “지금이 진지하게 나서서 정착하러 갈 때”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NASA는 수정된 아르테미스(Artemis) 아키텍처에서 블루 오리진을 ‘문 베이스 1(Moon Base 1)’ 임무 파트너로 선정했고, 달 남극 화물 운송 임무의 발사 목표 시점을 이르면 2026년 가을로 못 박았다. 맥킨지는 글로벌 우주경제 규모가 2023년 6,300억 달러에서 2035년 1조8,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는데, 시티그룹과 프리스타딩 리포트 역시 2040년 우주 매출이 연 1조 달러를 넘길 것으로 본다.
베이조스의 ‘달 식민지화’ 발언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이 거대한 우주경제 성장 스토리 속에서 달이 차지할 구조적 비중을 노골적으로 선점하겠다는 정치·산업·자본 전략의 선언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