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삼성전자가 외부 생성형 AI 전면 개방과 동시에 ‘정규직 환산(FTE)’을 핵심 성과지표로 도입하며, AI가 직원 1인당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는지 수치로 재기 시작했다.
2023년 챗GPT 전면 금지에서 3년 만에 전사적 ‘AI 전환(AX)’으로 급선회한 삼성의 행보가 생산성 혁신인지, 구조조정 사전 포석인지 논쟁이 거세다. 이에 따라 삼성의 AI 추진이 향후 인력 감축의 사전 포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직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금지에서 전면 개방까지 3년
삼성전자는 2023년 DX(디바이스경험)부문에서 발생한 소스코드 유출 사고 이후 직원들의 챗GPT 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2026년 6월부터 DX 전 직원에게 외부 생성형 AI를 공식 개방했다. DX부문은 약 2,500명을 대상으로 두 달간 파일럿을 진행한 뒤, 보안 교육 이수자에 한해 챗GPT·구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앤트로픽 ‘클로드’ 3종을 업무망에서 자유롭게 쓰도록 허용했다.
DX 부문장 노태문 사장은 “일하는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며 번역·코딩·문서요약·데이터 분석 등 소프트웨어 중심 업무 전반에 AI를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그룹 차원에서도 6월 9일 ‘AI 트랜스포메이션(AX)’을 선포하며 전 계열사에 외부 AI 도입을 공식화했다.
“AX 성과는 FTE로만 본다”
논란의 출발점은 6월 15일 DX 부문 임원 회의에서 공개된 ‘FTE 단일지표’ 방침이다. 삼성은 내부 공지에서 AI 전환 성과의 정량 관리를 “풀타임 환산(FTE) 단일 지표로 일원화한다”고 밝히며, 주 40시간 기준으로 특정 업무에 필요한 인력 수를 계산해 “AI를 쓰는 직원 한 명이 기존 몇 명 몫의 일을 처리하는지”를 핵심 성과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측은 “모든 조직이 같은 언어로 성과 변화를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해 단일 지표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FTE 평가는 인사고과가 아니라 AI 전환 성과 측정용 보조 지표”라고 방어막을 쳤다.
그러나 추가 보도에서는 FTE와 함께 ‘토큰 가성비(투입 토큰 대비 성과)’까지 참고지표로 도입된 사실이 드러나, AI 활용의 경제성·비용 절감 효과를 전면에 내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람 중심에서 데이터·가성비 중심으로” 구조조정 우려 확산
FTE는 본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줄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직결되는 지표인 만큼, 내부에서는 “AI 도입이 인력감축 명분으로 쓰일 것”이라는 우려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삼성은 이미 2024년 하반기 동남아·호주·뉴질랜드 등 해외 사업장에서 인력의 약 10%를 감축한 것으로 해외 언론이 전한 바 있고, AI 반도체(HBM) 경쟁에서 TSMC에 밀리며 인공지능 대응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FTE·토큰가성비까지 들고 나온 만큼, “AI 전환이 혁신보다 비용절감과 가성비에 더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 “일자리 대체 아니라 효율”…시장에선 ‘표준화’ 예의주시
삼성 측은 “AI 전환은 인력 대체가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이는 차원”이라며, “오히려 새로운 업무가 생겨 일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룹이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전 계열사 임직원 업무에 외부 생성형 AI를 전면 도입한 만큼, FTE 중심의 평가 체계가 향후 국내 대기업들의 ‘AI 인력관리 표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은 2026년 말까지 전 직원 AI 교육을 완료하고, 50여 개 계열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AX 부트캠프’를 진행하는 한편, 2,300명에 이르는 임원 교육을 8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전 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기존 제조 전략, DX 부문의 AI 업무 전면 도입, 그리고 이번 FTE·토큰가성비 체계가 맞물리면서, 삼성의 ‘AI-노동’ 실험이 한국 기업 노동정책의 분수령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