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국제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 일부 직원들이 수단 내전을 피해 차드 난민캠프에 머무는 난민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성 착취를 저질렀다는 내부 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인도주의 구호의 도덕적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59건 신고, 18명 해고…“식량·물·일자리 미끼 성거래”
MSF 내부 비공개 보고서와 이를 입수한 AP·BBC 보도에 따르면, 차드 동부 수단 난민캠프에서 성희롱·성착취·성학대 등과 관련된 신고는 최소 59건에 달한다. 조사 결과, 혐의가 확인된 직원 18명은 해고됐고, 향후 재채용이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가해자들은 음식·물·우유·생필품이나 일자리 제공을 조건으로 난민 여성과 소녀들에게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피해자 가운데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었다. MSF는 “조직의 가치와 책임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건”이라며 유감을 표했지만, 59건 모두에서 가해자를 특정하지는 못했다고 인정했다.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 수단, 구조를 빙자한 이중 착취
수단 내전은 2023년 4월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RSF 간 권력투쟁에서 발화한 이후 3년째 이어지며 ‘버려진 위기’로 불리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IRC)와 유엔 등에 따르면 내전 발발 이후 사망자는 최소 15만명, 강제 이주민은 1180만명을 넘어섰고, 언론·인권단체는 피란민 규모를 1100만~1400만명 수준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180만명 이상이 차드·이집트·에티오피아·남수단 등 인접국으로 탈출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은 초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심한 식량 불안과 무장세력의 조직적 성폭력에 노출된 난민들이 생존을 위해 의존해야 하는 마지막 안전망이 바로 국제구호단체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구조를 빙자한 이중 착취’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국제 NGO의 성범죄, 신뢰 붕괴의 숫자들
이번 사태는 국경없는의사회만의 일탈이 아니라, 국제 NGO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서아프리카 난민캠프 조사에서만 40여 개 국제 구호·원조단체 직원들이 난민 아동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2018년에는 국제적십자사(ICRC)가 2015년 이후 성비위로 해고·사임한 직원이 21명에 달한다고 공개했고, 같은 해 옥스팜, 세이브 더 칠드런 등에서도 원조를 대가로 한 성매매 및 직장 내 성추문이 잇따라 폭로됐다. 국경없는의사회 역시 과거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24건을 적발해 19명을 해고했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사건은 ‘재발 방지 약속’이 얼마나 공허했는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신고 막는 공포와 설계 실패한 보호 시스템
MSF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 상당수는 “구호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고, 용기를 내 신고한 일부마저도 적절한 답변이나 지원을 받지 못했다. 공식 신고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MSF 스스로 인정한 점은, 단순한 일부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설계 실패를 의미한다.
유엔과 인권단체들이 수년간 ‘보호해야 할 집단과 권력을 가진 집단이 뒤바뀐 구조’를 경고해왔음에도, 현장에서 구호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제재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